[이태희의 JOB채] (20)LG유플러스 깊어지는 ‘위기’, 화웨이 죽이기 '새 시나리오' 부상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5-25 06:59   (기사수정: 2019-05-25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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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가운데) 미 대통령이 시진핑(맨 왼쪽) 중국 국가주석이 화웨이 '보안이슈'를 둘러싸고 한치의 양보도 없는 '치킨 게임'을 벌이고 있다. 그들간의 한 판 승부가 '기술패권 전쟁'으로 굳어질 경우 화웨이의 5G장비를 선택한 LG유플러스 하현회(맨 왼쪽) 부회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 [그래픽=뉴스투데이]

트럼프 대통령의 화웨이 죽이기, 당초엔 미중무역갈등 ‘협상 카드’ 관측

양국의 주요언론들, 명운 건 ‘기술 패권 전쟁’ 가능성에 주목

화웨이 고수한 LG유플러스에겐 불길한 흐름

[뉴스투데이=이태희/편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화웨이 죽이기’의 속셈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이 제기돼 주목된다. 당초 미중무역갈등 기선제압용 관측이 유력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국가주석의 무릎을 꿇려 백기투항에 해당되는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강공 포석이 바로 ‘화웨이 배제’ 동맹 구축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생각은 훨씬 극단적이라는 해석도 흘러나온다. 차세대 통신망인 5G 통신장비기술에서 앞서가는 화웨이를 ‘사살’함으로써 역전위험에 처한 미중 간 기술패권 경쟁에서 다시 유리한 고지를 탈환하는 게 미국 측의 절박한 과제라는 시각이다.

이처럼 엇갈린 시각 중 어느 쪽이 화웨이 죽이기의 본질을 짚어냈는지 여부에 따라 LG유플러스와 같이 화웨이 5G장비를 선택한 기업의 미래도 좌우될 수밖에 없다.

미중무역갈등의 일환이라면 해결가능성은 열려있다.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갈등을 타결하기 위한 합의점을 도출한다면 화웨이의 보안이슈는 다시 수면 아래로 잠복할 것으로 보인다.

그럴 경우 LG유플러스는 서울과 수도권의 5G장비 신설 및 유지보수에 큰 어려움을 겪지 않게 된다.

반면에 기술패권을 되찾아오기 위한 의도라면 사태는 심각하다. 5G통신망 장비기술은 중국이 미국보다 앞선 수준이라는 게 일반적인 평가이다. 글로벌 시장의 빅 3는 화웨이, 에릭슨(스웨덴), 노키아(핀란드) 등이고 그중에서도 화웨이가 시장점유율이나 가성비 면에서 경쟁자들을 압도하고 있다.

런정페이(任正非·74)회장이 “우리 기술력이 2~3년은 앞서 있어 미국이 아무리 노력해도 따라 올 수 없다”고 단언한 것은 상당 부분 사실이다.


화웨이 죽이기가 기술전쟁의 신호탄이라면, LG유플러스에게 ‘심각한 사태’

트럼프의 과거 책사인 배넌, “미중무역협상보다 화웨이 몰아내기가 10배 중요”

문제는 5G기술이 4차산업혁명시대의 진정한 리더를 결정해줄 핵심 변수로 꼽힌다는 점이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차량, 가상현실(VR) 등이 인간의 일상 속으로 파고들수록 방대한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전송하는 기술력이 절실해진다.

우리 주변의 모든 기기와 제품에 칩을 박아서 원격 조정하려고 해도 통신 속도가 느리거나 잼이 난다면 그 모든 것은 무용지물이다.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돼 인간은 이동하는 차안에서 업무를 보거나 영화를 감상하는 시대가 오려면, 방대한 교통정보를 실시간으로 전송해서 분석하는 통신기술이 선행돼야 한다. 5G통신기술은 바로 이러한 니즈를 일거에 해결해주는 기술이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무역협상이 타결되면 화웨이 문제를 호락호락 넘어갈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러한 시각은 트럼프의 책사였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주도하고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배넌이 인터뷰에서 ‘중국의 통신장비업체 화웨이를 미국과 유럽에서 몰아내는 것이 중국과의 무역협상보다 10배는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배넌은 “화웨이는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큰 국가안보위협이므로 막아야 한다”면서 “미중무역협상 초기에 또 다른 중국 통신장비업체인 ZTE(중싱)을 풀어준 것은 실수였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지난 해 4월 ZTE에 대해 이란 제재 위반 혐의로 7년간 미국 기업과의 거래 금지 제재를 가했다. 인텔, 퀄컴 등에서 상당한 부품을 공급받아왔던 ZTE는 폐업위기까지 몰렸다가 시주석이 미중무역협상에 적극적으로 나서자 막대한 벌금과 보증금을 내는 조건으로 기사회생했다.

배넌은 화웨이가 ZTE처럼 미중무역협상의 지렛대로 사용되서는 안된다는 점을 역설하고 있는 중이다.


미 상원, 화웨이 교체하는 지역 기업에 7억달러 지원 법안 추진

미국 정계와 재계의 움직임도 강경기류가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화웨이에 대한 미국기업의 거래중지 ‘행정명령’에 서명한 이후 구글, 인텔, 퀄컴 등 대표적 IT기업등이 화웨이 보이콧을 선언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도 자사의 운영체제(OS) 공급을 중단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더욱이 미 상원도 합류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 로저 워커 상원 상무위원장 등 5명의 상원의원이 화웨이를 5G통신망에서 배제하는 법안을 발의했다고 미 의회 전문매체인 더힐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5명 중에는 마크 워너 상원 정보위원회 민주당 간사도 포함돼 있다. ‘반 화웨이 전선’에 관한한 초당적 협력 분위기인 것이다.

이 법안에는 미국 지역 통신사가 5G통신망 구축작업에서 화웨이와 ZTE장비를 배제하고 다른 업체로 대체할 경우 무려 7억달러를 지원하는 조항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과 수도권 등 핵심지역에 화웨이 장비를 투입하고 있는 LG유플러스로서는 등골이 서늘해지는 대목이다.


중국 관영 신문, “미국이 선전포고 없이 기술냉전 벌이는 중”

‘디지털 철의 장막’ 견고해질수록 LG유플러스에겐 ‘재앙’ 시나리오

중국측 분위기도 과격해지고 있다 관영 차이나데일리는 지난 23일 사설을 통해 “미국 정부가 선전포고도 없이 중국을 상대로 기술냉전을 벌이는 것이 분명해졌다”면서 “미국이 화웨이 등 중국기업들을 거래제한 리스트에 올려 압박하지만 이는 중국의 첨단산업 투자확대와 핵심 분야 자급자족을 촉진하는 결과만 낳을 것”이라고 보도했다.

뉴욕타임스가 지난 20일(현지시간) “향후 기술냉전이 펼쳐진다면 미국의 구글이 중국 화웨이에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기로 않은 것은 ‘디지털 철의 장막’의 신호탄이 될 것이다”고 논평한 것을 맞받아치고 있지만, 두 신문 모두 ‘기술냉전’의 도래를 시사했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최근 외국에 의존해온 기술 및 부품의 독자개발을 독려하면서 각종 세재 지원을 약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강공전략들이 정면충돌하면서 ‘치킨게임’이 달아오를수록 ‘중국’과 ‘중국이 아닌 국가들’로 양분되는 ‘디지털 철의 장막’은 때려 부수기 어려울 정도로 견고해지기 마련이다.

그런 상황은 LG유플러스 입장에서 ‘재앙’이다. 중국의 경제시스템이 글로벌 시장과 분리되는 상황에서 화웨이의 5G장비를 고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화웨이를 버리고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으로 수도권 장비를 교체해야 한다면, 막대한 손실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정부가 미 상원처럼 화웨이를 다른 장비업체로 교체하는 기업에 대해서 거액의 지원금을 제공하는 법안을 만들 수도 없다.

미국 의회는 미중무역 전쟁 혹은 기술패권 경쟁의 시대에 ‘애국적 기업’을 지원하는 법안을 추진할 명분을 갖는다.

반면에 한국 정부나 국회는 그렇지 못하다.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LG유플러스가 화웨이를 포기해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해도, 그것은 개인 기업의 문제일 뿐이다. 하 부회장이 지난 연말 그간의 투자비용으로 언급했던 5조원은 물거품이 될지도 모른다. 이는 하 부회장이 상상하기도 싫은 최악의 ‘재앙 시나리오’이다.


트럼프의 ‘퇴로 열기’ 눈길, 다음 달 시진핑과의 정상회담 기대감 강조

중국 외교부 대변인 “화웨이 죽이기는 미중정상회담의 걸림돌”

LG유플러스에게 시간은 ‘약’이 아니라 ‘독’

물론 이 같은 기술냉전 시대의 도래는 설익은 상상력에 불과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트럼프와 미 의회 그리고 동맹국들의 화웨이 고사작전은 미중무역갈등이 타결되면 화웨이 죽이기전략은 언제든지 포기할 수 있는 카드라는 분석이 그 근거이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퇴로’를 열어 두는듯한 발언을 했다.

그는 이날 “미중이 무역협상에 합의하면 미국이 최근 거래제한 조치를 취한 화웨이 문제도 포함될 수 있다”면서 "우리가 합의하면, 나는 합의의 일부나 일정한 형태로 화웨이(문제)가 포함되는 것을 상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지난 해 미중무역협상이 순항하자마자 ZTE를 구제해줬듯이,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를 전면 수용한다면 화웨이의 숨통을 놓아 주겠다는 메시지인 것이다.

트럼프는 다음 달 28~29일 오사카에서 열리는 G20회담에서 시 주석과 미중정상회담을 갖고 미중무역협상과 화웨이 문제를 ‘일괄타결’하려는 전략인 것으로 관측된다.

그러나 중국 측은 미중정상회담 자체가 불발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3일 “오사카 G20정상회담에서 시 주석과의 만나면 매우 결실있는 회담이 될 것”이라고 언급한 것에 대해 중국측은 냉소적이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24일(현지시간) “장옌성(張燕生) 중국 국제경제교류센터 수석연구원은 지난 22일 국무원 신문판공실이 주최한 기자회견에서 ‘현재 상황이라면 G20 회담에서 어떤 결과가 나올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면서 “장 연구원이 무역협상에 직접 관여하지는 않지만, 정부 주최 기자회견에서 이런 발언이 나온 것은 중국 정부가 절대 미·중 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을 것임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장 연구원은 “동양 사람들은 체면을 중시하는데, 미국은 이를 철저히 무시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루캉 중국 외교부 대변인도 23일 브리핑에서 “미국과의 협상 문은 열려 있지만, 화웨이와 다른 중국 기업에 대한 미국의 제재는 무역협상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을 주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화웨이 죽이기가 트럼프의 의도와는 달리 미중무역협상의 재개에 걸림돌로 작용한다는 해석인 것이다.

인류역사는 언제나 돌이킬 수 없는 변곡점을 넘어 설 때 새로 쓰여져 왔다. 마찬가지로 트럼프의 화웨이 죽이기가 현재로서는 미중무역협상 기선제압용일 수 있지만 일정 시점을 넘어서면 생사를 건 ‘기술패권 경쟁’으로 본질이 전환될 수 있다.

화웨이 사태가 적절한 시간 내에 해결되지 못한다면 LG유플러스는 생각보다 큰 어려움에 봉착할 가능성이 높다. 시간이 ‘약’이 아니라 ‘독’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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