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LG유플러스와 광해의 지혜가 필요한 화웨이 사태
이진설 경제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05-24 08:19   (기사수정: 2019-05-24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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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명나라와 후금 사이에서 고민하는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의 한 장면. [출처=유투브]

사드사태 경험한 정부, 쉽게 결정해선 안돼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미·중 무역분쟁이 기술냉전으로 확산되면서 화웨이 장비사용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은 화웨이 축출을 위해 동맹국에 ‘화웨이 아웃’에 동참해 달라고 강하게 압박하면서 한국도 예외가 아니게 됐다. 특히 화웨이 5G 장비를 이미 2만개 이상 설치한 LG유플러스로서는 난감한 상황에 놓이게 됐다.

24일 정부와 업계에 따르면 미 국무부 관계자는 최근 외교부 관계자를 만난 자리에서 화웨이 통신장비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이 어느 정도 발언수위로 얘기를 전했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외교부는 물론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철저히 함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이 다른 국가에 비해 특별히 강하게 한국을 압박한 것은 아니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정부 또한 민간기업의 결정을 정부 차원에서 간섭하기가 어렵다는 선에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향후 미국이 화웨이 문제를 정면으로 압박하기 시작하면 한국정부로선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된다.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특수한 상황에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경우 주요동맹국으로서의 지위 자체를 의심받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섣불리 화웨이 아웃에 동참할 경우 제2의 사드사태가 예상되고 있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한국은 이미 2016년 중국의 사드 보복 조치로 큰 타격을 받은 바 있다. 사드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야심차게 진출한 중국시장에서 쫓겨나다시피 철수했다.

더욱이 LG유플러스가 5G 통신망을 구축하면서 이미 화웨이 제품을 2만개 이상 구축한 상황이어서 섣부른 결정은 자칫 민간기업의 막대한 타격으로 이어질 우려가 크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는 명나라와 떠오르는 세력 후금 사이에서 실리외교를 펼친 광해의 고민하는 장면이 나온다. 픽션이 가미된 장면이겠지만 무조건 명나라에 사대의 예를 다해야 한다는 대신들의 주장에 광해는 이렇게 말한다.

“백성이 지아비라 부르는 왕이라면 빼앗고 훔치고 빌어먹을지언정 내 그들을 살려야겠소 그대들이 죽고 못사는 사대의 예보다 내 나라 내 백성이 열갑절 백갑절은 더 소중하오.”

정부로선 당장 미국과 중국 어느 한편에 서기 보다는 실리외교를 통해 실익을 챙기는 것이 가장 중요할 듯 하다. 정부가 화웨이 사태와 관련해 일제히 침묵하는 것도 충분히 이해가 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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