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점뉴스] 고착화된 초양극화사회, 문재인이나 박근혜 탓 아냐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5-23 21:16   (기사수정: 2019-05-24 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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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강남 도곡동의 한 아파트와 강남의 마지막 판자촌으로 불리는 '구룡마을'의 대조적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통계청이 발표한 1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 두고 ‘대결적 해석’

정부 여당, “빈부격차 지표인 소득5분위배율 축소”

자유한국당, “최하층인 소득 1분위 소득이 5분기 연속 감소”
[뉴스투데이=이태희/편집인]

23일 발표된 통계청의 올해 1분기 소득부문 가계동향을 둘러싸고 정부여당과 야권 간에 ‘대결적 해석’을 내놓고 있다.

정부여당은 소득 1분위의 소득하락 폭이 줄어들고 소득 5분위는 소득상승에서 하락으로 전환됨에 따라 빈부격차 지표인 소득5분위 배율이 축소됐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 1분위 가계(2인 이상)의 명목 소득은 월평균 125만 5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5% 감소했다.

이에 비해 소득 5분위 가계의 명목소득은 월평균 922만 5000원으로 2.2% 줄었다. 지난 2015년 4분기에 -1.1%를 기록한 이래 3년만에 감소세로 전환됐다.

1분위는 덜 줄고, 5분위는 늘다가 줄어듦에 따라 소득5분위배율(2인 이상 가구) 지난 해 같은 기간 5.95배에서 5.80배로 소폭 하락했다.

소득5분위 배율은 최상층이 5분위의 소득을 최하층인 1분위의 소득으로 나눈 값이다. 5분위 배율이 5.80배라는 것은 1분위 소득이 100만원일 때 5분위 소득은 580만원이라는 이야기이다. 그 수치가 클수록 그 사회의 경제적 불평등구조가 심화돼 있다는 뜻이다.

반면에 자유한국당 등 야권은 소득 1분위가 5분기 연속 ‘소득 감소’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각시키고 있다. 1분위 소득은 지난 해에도 1분기 -8.0%, 2분기 -15.9%, 3분기 -7.0%, 4분기 -17,7%등을 기록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한 소득주도성장정책을 편 결과 저소득 근로자의 실업증가, 영세 자영업자의 소득감소 등이 지속됨으로써 소득 1분위가 ‘최저임금의 저주’에 걸려있다는 주장이다.


문 대통령의 ‘공과’에 집착하는 시각은 ‘구조적 변수’ 간과

소득5분위배율 5.8배는 사상최대의 공적이전소득이 끌어낸 효과

시장소득 기준으로 소득5분위배율은 9.9배에 달해


그러나 여야의 시각은 문 대통령의 공과를 판단하는 데만 혈안이 된 시각이다. 산업의 격변과 부의 창출 시스템 변화에 따른 ‘구조적 변수’가 1분기 가계동향에 잠재돼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인류는 인공지능(AI)을 필두로 한 첨단기술이 주도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기술과 지식격차에 따른 분배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는 현상을 전세계에서 목격하고 있다. 소위 ‘초양극화 사회’의 도래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정부여당이 말한 소득5분위배율의 축소는 ‘허구’에 불과하다. 통계청에 따르면, 1분위 가계의 처분가능소득 기준으로 소득하락이 완만해진 이유는 ‘공적 이전 소득’의 증가에 있다. 아동수당, 실업급여, 기초연금, 국민연금 등 공적이전소득의 확대라는 소득주도성장정책이 효과를 본 것이다.

박상영 통계청 복지통계과장은 “근로소득, 사업소득, 재산소득, 사전이전소득 등만을 합한 시장소득 기준으로는 5분위배율이 9.9배이다”면서 “하지만 정부의 공적이전소득이 사상최대의 효과를 발휘함으로써 5.8배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박 과장은 “공적이전소득이 1년전보다 31.3% 증가했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적극적인 재정투입을 통해 양극화 지표를 완화한 것이다. 이는 정책적 성공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엄밀하게 말하면 최저임금인상이 저소득층의 소득 증대를 견인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은 분명하다. 1분위의 소득증대가 최저임금이 인상된 시장경제에서 벌어들인 근로소득에서 기인한게 아니라 정부가 예산으로 지원한 공적이전소득의 31% 증가에서 비롯됐기 때문이다.

▲ [도표 제공=연합뉴스]

소득 1분위 가계의 5분기 연속 소득하락 현상은 ‘박근혜 정부’ 때도 존재

‘초양극화 사회’의 고착화는 특정 정권의 탓으로 보기 어려워

그렇다고 이러한 양극화가 문재인 정부의 정책 실패 탓이라고 우기고 있는 자유한국당의 판단이 옳은 것도 아니다. 1분위 가계의 소득이 5분기 연속 감소한 현상이 문재인 정부 하에서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지난 2016년 1분기부터 2017년 1분기까지 다섯 분기 동안 1분위 소득이 감소한 적도 있다.

이 기간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통치기간이다. 자유한국당의 핵심 지지기반인 ‘태극기 부대’는 “박 전 대통령이 최순실의 조언을 받아서 국정을 운영할 때가 지금보다 몇 배나 좋았다”고 비아냥대는 분위기이지만, 그런 논리 역시 사실을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박근혜 정부와 문재인 정부 모두에서 1분위 가계가 다섯 분기 연속 소득하락을 겪고 있다는 것은 ‘초양극화’가 특정 정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시사하고 있다.

상대 정당을 비난하는 데 힘을 낭비하는 대신에 ‘진짜 이유’를 찾아내 함께 해법을 모색하는 게 ‘정상배(政商輩)’가 아닌 ‘정치가’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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