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SK의 ‘마이너스 성적표’와 최태원의 진심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9-05-2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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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형희 SK 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이 21일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열린 'SK 사회적 가치 측정 설명회'에서 사회적 가치 측정 취지와 방식, 측정 결과와 향후 계획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SK]

SK, 계열사별 작년 사회적 가치 측정결과 순차 공개

경제적·사회적 가치 함께 추구하는 ‘DBL 경영’ 공식화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할 수 있을까?

SK그룹이 이에 대한 실험 결과를 내놨다. 내부적으로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을 구축하고 이에 따른 환산금액을 외부에 공개하기로 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는 ‘DBL(Double Bottom Line) 경영의 일환이다.

21일 SK그룹은 서울 중구 서린동 사옥에서 언론 설명회를 열고 이러한 구상을 밝혔다. 앞으로 계열사별로 매년 측정결과를 공개하고 각 경영 핵심평가지표(KPI)에 이를 50% 비중으로 반영한다는 계획이다. 16개 계열사는 우선 지난해 측정결과를 이날부터 순차 발표키로 했다.

사회적 가치 창출은 SK가 오랫동안 역점을 두고 추진해 온 의제다. 미래엔 사회적 가치를 만드는 기업만이 생존한다는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에서 출발했다. 이에 SK는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는 사업모델 발굴을 전사적 과제로 삼았다. 이것이 바로 DBL 경영이다.

SK가 구축한 사회적 가치 측정 시스템은 크게 △경제간접 기여성과 △비즈니스 사회성과 △사회공헌 사회성과 등 3개 항목으로 구성됐다. 다만 SK는 “아직 측정 시스템에 개선할 점이 적지 않다”며 “지속적으로 미비점을 보완해 나갈 계획”이라는 입장이다.

‘경제간접 기여성과’는 고용, 배당, 납세 등 기업 활동을 통해 사회에 간접적으로 기여하는 가치를 말한다. ‘비즈니스 사회성과’는 제품과 서비스를 생산·판매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환경·사회·거버넌스 이슈를 본다. ‘사회공헌 사회성과’는 기부나 구성원 자원봉사 등으로 측정한다.


▲ SK 강동수 SV위원회 상무가 21일 서울 중구 서린동에서 SK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 및 향후 계획을 소개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권하영 기자]

■ “마이너스 발표해도 되나”…최태원 회장 “개선이 중요”

SK그룹이 이날 공개한 사회적 가치 성적표는 의외로 좋지 않다. 주요 계열 3사(SK이노베이션·SK텔레콤·SK하이닉스)가 지난해 창출한 사회적 가치는 총 12조3327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SK이노베이션과 SK하이닉스는 환경 항목에서 약 1조6447억 원 손실을 냈다.

구체적으로 SK이노베이션은 ‘경제간접 기여성과’로 2조3000억 원, ‘사회공헌 사회성과’로 494억 원을 창출했지만 ‘비즈니스 사회성과’에선 마이너스(-) 1조1884억 원을 기록했다. 9조9760억 원의 사회적 가치 성과를 낸 SK하이닉스도 같은 항목에선 4563억 원 손실을 냈다.

두 기업이 마이너스 가치를 낸 것은 생산 공정에서 불가피하게 나오는 온실가스 등 오염물질 배출량이 환경 항목 측정값으로 환산되어서다. SK텔레콤 역시 지난해 일시 통신장애로 고객들에게 제공한 피해 보상액 등을 마이너스 성과로 측정했다.

SK는 그러나 최태원 회장의 의지에 따라 마이너스 성과를 가감 없이 공개하기로 했다.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SV위원장은 “최 회장이 이번 결과를 보고 받으며 ‘우리가 이렇게 잘했다고 내보이는 게 아니라 부족함을 개선하려는 출발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고 밝혔다.

정현천 SV위원회 전무 역시 “측정 과정에서 일부 기업이 마이너스 성과를 내자 내부적으로 기업 이미지 훼손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던 게 사실”이라면서 “하지만 최태원 회장이 ‘마이너스라도 총량을 보여줘야 한다’고 지적했다”고 전했다.


▲ SK 이형희 SV위원회 위원장(왼쪽에서 네 번째)을 비롯한 임원진들이 21일 서울 중구 서린동에서 SK 사회적 가치 측정 체계 및 향후 계획과 관련해 질의를 받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권하영 기자]

■ 이형희 위원장, “사회적 가치는 SK의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

이번 측정 체계 공표는 SK가 내부적으로 사회적 가치 창출을 어떻게 인식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단지 ‘착한 기업’ 이미지를 위한 과시가 아니라 기업의 이윤을 사회적 가치라는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으로 접근하려는 시도가 엿보인다.

이형희 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SK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두고 외부에선 그간 기업이 전통적으로 해온 CRS(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사회적 가치 창출은 그러나 이제 SK의 신규 사업전략이자 마케팅 전략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전통적 관점에서 CSR은 ‘번 돈을 어떻게 기부할 것이냐’ 정도에 머물렀다면, SK가 말하는 것은 ‘사회적 가치를 활용해 어떻게 벌 것이냐’가 중점”이라면서 “이왕이면 ‘착하게 번 돈’이 ‘아무렇게나 번 돈’보다 훨씬 그룹에 이익이 될 것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예컨대 SK하이닉스는 최근 반도체 불순물을 처리하는 ‘스크러버’를 개조해 친환경 무폐수 방출 시스템을 개발했다. 폐수 배출량을 줄여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기 위함이었으나 자체적으론 유지 보수 비용도 14.2%나 줄일 수 있었다. 경제적·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한 사례다.

SK텔레콤이 2016년 국내 최초로 선보인 ‘T map 운전습관’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운전자가 안전운전 점수를 쌓으면 자동차보험료를 최대 10% 할인해주는 이 서비스는 SK텔레콤의 비즈니스 모델인 동시에 교통사고 예방을 통한 사회적 가치로 487억 원을 달성할 수 있었다.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이항수 PR팀장(부사장)은 이번 측정 체계에 대해 “‘New SK’를 만들기 위한 작지만 큰 걸음을 내딛은 것”이라며 “‘지도에 없는 길’을 처음 가는 것인 만큼 시행착오도 많겠지만 결국 지속가능한 기업을 만드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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