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CEO·임원 단톡방 ‘탈출 러시’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05-13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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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상호 전문기자] 최근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나 고위 임원 등 기업체 관계자들이 학연과 지연 등으로 맺어진 ‘단톡방’(3인 이상 다수가 이야기를 나누는 메신저 채팅방)을 앞다퉈 ‘탈출’하는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의 한 CEO는 자신이 속해있던 카카오톡을 비롯한 단톡방 중 식구 및 친척 모임을 제외한 대부분의 단톡방을 빠져 나왔다.

삼성그룹의 한 고위 임원도 최근 자신이 속한 전직장 모임 단톡방을 탈퇴했다. 그는 “회사 이슈 때문에 잠시 나가 있겠습니다”라는 글을 남겼다.

현대·기아차 그룹의 한 CEO급 간부도 얼마전 아무 말 없이 자신이 속한 대부분의 SNS 단톡방에서 탈퇴했다.

SNS 단톡방 탈퇴는 그 자체로 ‘튀는 행동’이기에 이들처럼 단톡방을 빠져 나오지는 않더라도 기업체 고위 임원들 사이에서는 때때로 단톡방을 열어보는 ‘눈팅’ 조차 자제하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정치, 이념 공방에 난감…‘버닝썬’ 사건 결정타

애당초 기업 고위 관계자들의 단톡방 탈출은 우리 사회에 만연한 극단적 정치·이념적 분열과 공방이 큰 원인이었다. 기업체 고위 임원들은 단톡방에서 그 회사를 대표하는 얼굴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그들에게는 표면적으로라도 ‘정치적인 중립’이 가장 큰 덕목이다.

그런데 한쪽 진영 지지자가 반대쪽을 극단적인 용어와 ‘가짜뉴스’까지 동원해서 비판하는 모습이 벌어지면서 처신이 곤란해진 것이다. 단톡방의 누군가가 막말로 대통령이나 반대 진영의 누군가를 공격했을 때, 그 단톡방 멤버라는 이유 만으로 ‘묵시적인 동조자’가 될까 봐 우려하는 것이다.

여기에 결정타를 가한 것이 최근 벌어진 ‘버닝썬’ 사건이다. 구속된 가수 정준영씨는 자신이 속한 단톡방에 성범죄 동영상을 여러 건 올려서 멤버들과 공유했다.

‘버닝썬’ 사건에서는 단톡방이라는 인터넷 커뮤니티 자체가 섬범죄의 매개체로 이용됐다. 비록 범죄를 함께 저지르지 않았다 하더라도 단톡방에 함께 한 것 자체로 법적 도덕적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단톡방의 멤버 중 누군가가 성희롱 등의 문제를 야기할 수 있는 사진이나 글을 올렸을 때 아무 반응 없이 ‘눈팅’을 한 것 만으로도 도덕적 책임이 생기는 것이다.

‘단톡방 지침’ 없다지만 상사 ‘처신’에 사원 ‘영향’

최근 벌어지는 대기업 CEO나 고위 임원들의 ‘단톡방 탈출러시’가 회사 차원의 공식적인 지침에 따른 행동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들의 위치상 직원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한 대기업의 부장은 “얼마전 고등학교 선배인 회사 임원이 동창 단톡방에서 탈퇴하는 것을 보고 나도 그곳에서 나왔다”라면서 “고교 동창 친구들이 회사에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문자를 보냈더라“고 말했다.

현재 많이 이용하는 단톡방은 가입은 ‘초청’에 의해 ‘반강제’로 쉽게 되지만 탈퇴는 쉽지가 않다. 여럿이 모인 단톡방에서 빠져 나오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어떤 임원은 인터넷에 능한 사원에게 ‘단톡방 몰래 나오는 방법’을 배워서 단톡방을 빠져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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