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버스 총파업 경시하는 국토부의 3가지 허무개그
이재영 기자 | 기사작성 : 2019-05-11 06:34   (기사수정: 2019-05-11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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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국토교통부 손명수 교통물류실장이 버스 파업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는 모습(왼쪽)과 서울시버스노조가 파업 여부를 결정하는 투표를 실시했던 지난 9일 서울 은평공영차고지에 주차된 버스들. [사진 제공=연합뉴스]

대중교통 정책 책임지는 국토부, 노동계 정서나 국민의 위기의식과 괴리

[뉴스투데이=이재영 기자]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을 포함한 전국 9개 지역 버스노조가 ‘생존권’을 내걸고 일제히 ‘총파업’을 결의했지만,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는 놀라울 정도로 ‘경시’하는 입장이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은 10일 “서울,부산, 광주, 경기 등 9개 지역에서 지난 8∼9일 진행된 파업 찬반 투표에서 96.6%의 압도적 찬성으로 총파업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9개 지역 193개 사업장 3만5493명의 버스 운전기사 중 3만2322명이 참여한 결과, 찬성 3만1218명(96.6%), 반대 117명(3.1%), 무효 87명(0.2%)으로 파업이 가결됐다는 설명이다. 파업안이 뜨거운 참여 열기 속에 압도적인 지지를 받은 것이다.

버스노조들은 오는 7월부터 300인 이상 기업의 ‘주 52시간 근무제’가 본격 실시됨에 따라 삭감되는 임금을 보전해주지 않으면 실제로 총파업에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주 68시간 근무제가 52시간 근무로 변경됨에 따라 추가 근무가 불가능해짐으로써 버스 기사당 평균 100만원~110만원의 임금 감소효과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국토교통부는 총파업 예고일을 닷새 앞둔 10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따른 임금감소 사례는 거의 없다”는 태도를 보였다.

국민의 ‘발’인 대중교통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주무부처가 노동계 정서나 일반 국민의 위기의식과는 동떨어진 ‘허무 개그’를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①국토부, “근로시간단축과는 무관한 임금인상 요구가 실제 이슈”

국토부 주장대로라면 버스노조들은 ‘대국민 사기극’ 벌이는 중?

첫째, 국토교통부 주장대로라면, '생존권' 위협을 호소하는 버스 기사들은 사실상 ‘대국민 사기극’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국토교통부 손명수 교통물류실장은 10일 세종시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15일로 예고된 버스 파업 관련 동향 및 대응 계획 등과 관련해 “전국 500여개 버스회사 중 245개 회사 노조가 노동쟁의조정 신청을 했는데, 이들 대부분이 준공영제나 1일 2교대제를 시행 중”이라면서 “근로시간 단축과는 무관한 업체들이다”고 단언했다.

손 실장은 “"임금인상과 정년 연장이 가장 큰 이슈 같다”면서 “근무시간을 주 52시간이 아니라 45시간까지 낮춰달라거나 근무시간 감축에도 임금을 그대로 달라는 게 대부분 요구이다”라고 밝혔다.

즉 노동쟁의 조정 신청을 한 전국 245개 버스노조 중 97%이상이 이미 근로시간이 52시간 미만이거나 대상 사업장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는 게 국토부의 주장이다. 245개 중 200개 업체는 이미 준공영제와 1일2교대제를 이미 시행하고 있고 나머지 약 40개 업체는 300인 미만 업체이므로 오는 7월부터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불과 5개 업체 정도가 7월부터 주 52시간을 준수해야 하는 사업장이다. 이들 업체만이 준비 부족으로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실질임금 감소가 현실화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버스노조들은 파업 찬반 투표를 앞두고 전혀 다른 주장을 펴왔다. 자동차노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전국 버스운전기사 평균임금은 상여금까지 포함해 월 346만원 정도이다. 그중 기본급은 169만원(49%)이며, 연장 근로에 따른 수당은 177만원(51%)이다. 주 52시간 근무 실시에 따라 연장 근로수당이 급감하므로, 예산으로 차액을 보전해주는 ‘준공영제’나 ‘버스 요금 인상’을 허용하라는 것이었다.

결국 이 같은 버스 노조의 ‘호소’가 실제로는 ‘거짓’이라는 게 국토부의 유권해석인 셈이다.

② 앞뒤가 안맞는 국토부의 실태파악

“근로시간 단축 문제업체 5곳” VS. “경기도 22곳 업체에 3000억원 투입돼야”

둘째, 국토부는 버스 노조들이 허위 주장을 편다고 하면서 동시에 ‘자기 모순’을 드러냈다.

국토부는 7월부터 주 52시간제 적용을 받는 300인 이상인 전국의 버스업체 31곳 중 22곳이 경기도에 몰려있다고 밝혔다. 경기도에서 근무시간 단축으로 충원이 필요한 인력은 3000여명으로 추산되며 이를 위해서는 매년 3000억원의 재원이 추가로 투입돼야 한다는 게 경기도 용역 결과라는 설명이다.

손명수 실장은 이와 관련해 “경기도는 요금을 100원 인상하면 연간 1250억원 재원을 마련하는 효과가 있다고 보고 있다”면서 “요금을 200원 올리면 2500억원의 재원이 마련되고 정부가 작년 말 발표한 지원정책을 추가로 활용하면 어느 정도 대책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경기도에만 22개 버스업체가 근무시간 단축이 시작되면 인력 충원을 위해 거액의 비용이 필요하다는 설명과,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문제가 되는 버스업체는 5개라는 주장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계산법이다.

③난관에 봉착한 경기도의 지원 요구 거절하고 모니터링만 한다는 국토부

셋째, 국토부는 경기도 버스업체들이 어려움에 봉착하고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그 해결책은 경기도가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손 실장은 경기도가 중앙 정부가 지원을 요구하는 것에 대해 “시내버스의 경우 고용노동부의 고용기금 지원을 제외한 일반예산으로는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이 법적으로 없다”면서 “버스 업무가 지방 사무이기 때문에 아예 항목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경기도의 경우 시급을 30% 가까이 인상해달라고 요구하는 등 사측도 협의하고 있지만 이걸 다 수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면서 “지자체들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하고 적극적인 중재·조정하도록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말했다.

단 그는 지난 해 말 국토부가 발표한 버스 대책에 포함된 고용기금 지원 방안을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1명을 신규 채용할 경우 업체 규모에 따라 60만∼80만원의 임금을 지원해주고, 신규 채용 1명에 기존인력 20명까지 각 40만원씩 지원해주는 지원책과 병행하면 좋겠다”는 게 손 실장의 조언이었다.

손 실장의 발언을 종합하면 “근무시간 단축으로 경영난에 처하게 된 22개 경기도 버스업체 해결책은 지자체가 책임지라”는 메시지라고 볼 수 있다.

국토부는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전세버스 투입, 택시부제 해제, 도시철도 연장 운행 등 비상수송대책을 지자체와 함께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버스업체와 기사들에 대한 정확한 실태파악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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