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자 발목잡는 청약제도 개편 부작용…현금부자만 웃어
김성권 기자 | 기사작성 : 2019-05-04 07:01   (기사수정: 2019-05-04 07:01)
570 views
201905040701N
▲ 견본주택 모습. 사진은 기사의 특정내용과 무관함 [사진제공=연합뉴스]

잦은 청약제도 변경에 애먼 부적격자만 속출

정부 의도와 달리 현금부자 돕는 청약제도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부자를 위한 청약제도 개편인가?' 정부가 무주택 서민들의 내 집 마련 기회를 넓히겠다며 변경한 청약제도가 취지와 다르게 부작용을 낳고 있다. 수능보다 어렵다는 청약제도로 애먼 부적격자가 양산되거나, 고분양가에 미계약이 속출하면서 현금부자만 유리한 시장으로 변질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무순위 청약을 진행한 서울 '홍제역 해링턴플레이스'는 미계약분 174가구에 대한 무순위 청약 접수를 진행했지만, 100가구가 주인을 찾지 못했다. 정부 규제 강화로 청약제도가 복잡해진 탓에 자격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부적격자가 속출한 영향이 크다는 분석이다.

실제 이 단지의 미계약분 무순위 청약에는 총 5835건이 몰렸다. 1순위 청약에서도 총 263가구 모집에 2930명이 청약에 나서 마감에 성공했지만, 결국 계약까지 연결되지 못하고 미계약분으로 나왔다. 모집 가구에 비해 청약 건수가 많았던 만큼 부적격자가 나올 확률도 높았던 셈이다.

부적격자가 속출하는 이유는 청약가점제의 무주택 기간, 부양가족수, 청약통장 가입기간 등의 항목을 직접 계산해 입력해야 하는데 청약제도가 자주 바뀌면서 이 과정이 복잡해졌기 때문이다. 문제는 단순 실수라도 부적격으로 판정되면 당첨이 취소되고 향후 1년간 청약이 불가능해져 애먼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경욱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8월까지 5년 간 아파트 부적격 당첨건수는 13만9681건에 달했다. 이 가운데 무주택 여부, 세대주 여부 등을 잘못 기입한 경우가 6만4651건(46.3%)으로 가장 많았다. 민 의원은 "정보 기입 누락 등으로 억울한 부적격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제대로 안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국토부도 이 같은 청약 피해자를 막기 위해 사전에 시스템상에서 실수를 막을 수 있는 청약 시스템을 준비 중이다. 올해 10월부터 청약업무를 기존 금융결제원에서 한국감정원으로 이관하고, 청약 접수 전 입주자 자격과 재당첨 제한, 공급 순위 등을 미리 제공해 부적격자 발생을 줄이겠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또 있다. 무주택자 위주로 청약제도가 개편됐다지만, 대출 규제와 높아진 분양가, 가점 중심의 청약 조건 등으로 무주택자의 설자리는 좁아진 반면 오히려 부자들의 청약 기회는 넓어지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서울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격은 2565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256만원)보다 13.7% 상승했다. 강남권 등 분양가가 비싼 지역은 서울 평균을 훨씬 웃도는 수준에서 가격이 책정돼 실수요자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 됐다.

게다가 분양가격이 9억원을 초과할 경우 중도금 집단대출이 금지돼 청약에 당첨돼도 자금 여력이 없으면 계약을 포기해야 한다. 여기서 나온 잔여물량은 무순위 청약으로 넘어가는데 청약통장 없이도 다주택자까지 자유롭게 청약이 가능해 현금부자들에게 유리하다. 최근 미계약분을 줍고 또 줍는다는 의미의 '줍줍' 열풍도 정부 규제가 빚어낸 기현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청약불패였던 서울 분양시장에서 미계약이 속출하고, 무순위 청약으로 인한 '줍줍' 열기가 높아진 데에는 정부의 규제 영향이 가장 크다"며 "일반 수요자까지 가로막는 일괄적인 규제 를 정교하게 가다듬어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