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역군인 인생 2막](3) 윤동일 한국열린사이버대 교수(상) 병마 이기고 ‘전쟁 인문학자’로 변신
김한경 방산/사이버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05-06 06:54   (기사수정: 2019-05-06 0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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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7년 39사단에서 장병들에게 강의 중인 윤동일 교수. [사진제공=윤동일 교수]

뉴스투데이는 군에서 장기간 복무 후 전역한 직업 군인들이 사회에 진출하여 ‘인생 2막’을 새롭게 펼쳐나가는 성공 사례를 소개함으로써 전역 예정 장병들의 미래 설계는 물론 다른 직종에서 퇴직한 분들의 인생 후반부 준비에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전역군인 인생 2막’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윤동일 교수, 본지와 인터뷰서 "전쟁과 인간 삶의 관련성 알리고 싶어"


'전쟁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영역 개척해 '인생 2막' 점차 꽃피워

[뉴스투데이=김한경 전문기자] 윤동일(56) 한국열린사이버대 특임교수는 전쟁을 바라보는 특별한 시선을 가진 학자다. 그는 전쟁의 관점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소위 ‘전쟁 인문학’ 분야를 한국에서 최초로 개척해 가는 인물이다. 전쟁 인문학이란 용어도 그의 개인적 견해이고, 아직까지 학문적으로는 정립되지 않았다.

윤동일 교수는 지난 달 말 뉴스투데이 서초동 사옥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전쟁에 대해 대중들이 부정적 이미지만 갖고 있어 전쟁과 인간 삶의 관련성을 알리고 싶었다"며 "아직 전쟁 인문학자로서 모든 면에 미흡하다"고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생각한 대로 인생 2막을 뚜벅뚜벅 걸어가고 있다.

전쟁 인문학에 담긴 그의 시선은 독창적이다. 예컨대 올림픽 종목은 전투상황을 가정한 스포츠라고 주장한다. 마라톤은 지휘관의 명령을 전달하는 전령이 죽을힘을 다해 달렸던 전투에서 따왔고, 축구 또한 전쟁의 필요에 의해 고안된 군사훈련 종목이라고 한다. 강인한 체력으로 빠른 공격력을 구사하는 독일축구를 전차군단이라 칭하는데, 강력한 전차가 빠른 속도로 적의 핵심을 제압했던 독일군의 ‘전격전’과 유사하다는 것이다.

그의 남다른 행적은 평소 가졌던 군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비롯됐다. 2001년 학위가 없었던 그는 국방부 추천으로 헬싱키 경제대학원 MBA(경영학 석사) 과정에 늦깎이 학생이 됐다. 당시 교수나 원우로부터 “전략이나 리더십 관련 질문을 자주 받았는데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것이 계기가 돼 전쟁의 흔적을 파헤치기 시작했고, 전쟁과 경영의 학제 간 연구가 가능할 것으로 보았다.


2009년 전쟁 인문학 입문, 병마와 싸우면서 ‘인생 2막’ 방향 설정


이런 그의 관심이 싹튼 것은 2009년 경영 전문지인 ‘동아비즈니스리뷰’에 특별 기고를 하면서 시작됐다. 전쟁에서 의사소통 수단인 그림(작전상황도)을 갖고 경영에 접목하자는 내용이었는데, 반응이 좋아 후속 기고와 특강 요청을 받게 됐다.

이후 “어렵고 힘들 때 나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영역”으로 생각해 틈만 나면 관련 연구에 몰두했다. 현직 군인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연구하는 것이 힘들었지만 좋아서 하는 일이기에 즐겁게 임했다.

▲ 윤동일 교수가 2009년 경영 전문지 ‘동아비즈니스리뷰’에 기고한 글. [자료제공=윤동일 교수]

2012년 국방일보의 문을 처음 두드려 ‘군대와 스포츠’란 제목의 연재를 시작했다. 현대 스포츠는 고대 올림픽에 뿌리를 두고 있는데 대부분이 전투와 관련된 것이라는 주장을 관련 사료와 함께 제시했다. 불과 7개월의 연재였지만 “올림픽은 그리스군의 전투방식을 반영해 전쟁을 대비했다”는 그의 주장은 상당한 공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의 글은 곧바로 문체부의 스포츠 블로그에 초청돼 스포츠 전문가들과 2년 동안 연재를 이어가기도 했다.

윤 교수는 그저 제복이 좋아 군문에 들어선 대다수 군인 중 하나였다. 하지만 순탄하지 않은 군 생활로 여러 위기가 닥치면서 굴곡진 여정으로 내몰렸고, 급기야 2013년에 찾아온 갑작스런 뇌경색과 합병증은 결국 그토록 좋아했던 군을 떠나게 된 계기가 됐다. 그는 장기간 입원하며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다가 “군인의 길은 여기서 멈추지만, 군과 후배들에게 의미 있는 읽을거리 하나를 남기겠다”고 결심한다.


퇴원 후 2014년 첫 번째 책인 ‘모든 스포츠는 전쟁에서 나왔다’ 발간


2013년 말 퇴원한 윤 교수는 남은 군 생활을 마무리하면서 본격적인 집필에 들어갔다. 우여곡절 끝에 2014년 군과 후배에게 남기는 메시지를 담아 ‘모든 스포츠는 전쟁에서 나왔다’란 책을 펴냈다. 스포츠의 전쟁 기원설에 대한 구체적인 주장과 세부 종목연구로는 처음이었다.

▲ 윤동일 교수가 2014년 발간한 첫 번째 책(왼쪽)과 2018년 발간한 두 번째 책 표지. [사진제공=인터파크]

이 책에서 윤 교수는 방대한 사료와 연구를 통해 “고대 스포츠는 곧 나라의 생존을 지키기 위해 전시 필요한 전투기술을 평시 숙달할 수 있도록 고안된 군사훈련”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그는 페르시아와 몽골의 민속경기 종목이 그들의 전쟁 방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확인해 보기를 권하면서 “모든 스포츠는 전쟁에서 유래한 군인들의 군사훈련”이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이 책의 발간을 위해 전쟁 인문학 서적을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1인 출판사도 만들었다. 전쟁의 신이자 군인들의 수호신인 “아테나를 위하여”라는 그리스어 ‘아테(AΘE)’를 출판사 이름으로 정했다. 당시 일부 출판사에서 무상 인쇄 제의도 받았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직접 출간하기로 결심했다. 힘들어도 자신의 뜻대로 책을 만들고 싶었던 것이다.


건강 문제로 53세 전역, 2018년 ‘축구 전쟁’ 펴내며 전성기 돌입


이후 건강 문제 등으로 더 이상 군 생활이 어려워진 윤 교수는 2016년 53세의 나이에 중령으로 전역했다. 시력의 50퍼센트를 잃고, 장기 손상 등으로 신체능력은 절반 이하로 떨어졌지만 존재 이유와 같은 연구를 중단할 수는 없었다. 이미 책도 한 권 펴냈고 가끔 강연 요청도 들어왔기에 그는 전역 이후 인생 2막을 자신이 하고 싶었던 전쟁 관련 연구를 마음껏 하면서 본격적인 집필활동과 강의를 하는 삶을 살겠다고 결심했다.

▲ 윤동일 교수가 2017년 11월부터 주 1회 패널로 출연 중인 국군방송의 ‘국방 FM이 좋다’ 프로그램. [사진제공=국군방송]

윤 교수의 연구에 대한 집념과 노력은 국방일보 기획 연재와 국군방송 출연 등으로 이어졌다. 그는 2016년 ‘전쟁과 음악’이란 제목으로, 2017년 ‘방패 & 로고’란 제목으로 국방일보에 글을 기고했다, 또 2017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매주 1회씩 국군방송의 ‘국방 FM이 좋다’ 프로그램에 패널로 출연해 ‘전쟁과 문명’이라 주제로 얘기하고 있다. 국군정신전력원에서 운영하는 블로그에도 3년째 연재를 이어가고 있다.

2018년 윤 교수는 자신의 두 번째 책인 ‘축구 전쟁-축구의 또 다른 이름 전쟁’을 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올림픽의 기원인 고대 스포츠 종목은 전사의 개인전투기술 숙달에는 유용하지만 집단전투를 기본으로 하는 그리스 전투방식을 충족하진 못했다”면서 “그 해답이 바로 축구에 있다”고 주장했다. 즉 올림픽이 전사양성 종목이라면 축구는 부대훈련 종목이었던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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