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공군 이야기](2) 공군사관학교 가입교, 뜨거운 박수 속에 '나와의 싸움' 시작
최환종 칼럼니스트 | 기사작성 : 2019-05-03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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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입교 군사훈련 기간중 잠시 휴식시간에 [사진=최환종]

칼바람이 살을 에는 2월 한 달 간 예비생도교육, '군인정신'의 출발점

예비생도에게 3학년 생도는 신(神)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긴 동기생들은 다양한 길 걸어, 공참총장도 배출돼


[뉴스투데이=최환종 칼럼니스트] 공군사관생도로 정식 입교하기 전에 한달 동안 ‘가입교’ 기간이 있다. 이 기간 동안 ‘예비생도 교육’을 받는다. 글자 그대로 정식 생도가 되기 위한 사전 교육인 셈이다.

‘가입교’ 기간 중 예비생도들은 기본군사훈련(그 당시만 해도 고등학교 3년 간 교련 시간이 있었기 때문에 그렇게 낯설지는 않았다), 체력 단련, 공군 규정 등 공군사관생도로서 갖추어야 할 ‘기본 소양교육’을 받는다.

‘기본 소양교육’이라 하면 교실에서 교육받는 정도로 간단하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1개월 동안 받는 교육은 차원이 다른 매우 강도 높은 교육의 연속이었고, 특히 장차 장교로서 갖추어야 할 ‘책임감’, ‘명예’, ‘군인정신’ 등이 강조되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던 그해 2월 1일, 공군사관학교 정문에 도착하였다. 모두들 처음 보는 신입생인지라 서로 서먹한 분위기! 정문에 집결한 신입생들은 잠시 후에 3학년 지휘 생도의 지휘 아래 ‘예비 생도 내무실’로 이동하였다. 이때 생도대로 가는 도로 양옆에 도열해 있던 선배 생도들이 우레와 같은 박수와 함성을 지르며 우리들을 환영했다.

중·고등학교를 입학할 때는 이런 일이 없었는데, 왜 박수를 치며 환영하지? 그 박수와 함성의 의미는 며칠 지나지 않아서 알게 되었다. 즉, 신입생에 대한 환영과 1개월 간의 힘든 훈련을 잘 버텨 내라는 그런 의미였다. 우리들도 1년 후에 후배 생도들이 입교할 때 똑같이 박수와 함성을 보냈다.

배정받은 내무실에 들어가 보니 각자의 침대에는 군복을 포함한 엄청난 양의 보급품이 쌓여 있었다. 생전 처음 입어보는 군복, 군화 등등. 그러나 신기해할 틈도 없이 그날 저녁부터 내무지도 생도들의 불호령이 떨어진다.

필자가 이제까지 살아오면서 그해 2월 한달 만큼 길었던 시간은 없었던 것 같다. 당시 우리 눈에 비친 내무지도 생도(4학년 진급을 앞둔 3학년 생도. 2월이면 4학년 졸업반 생도들은 비행훈련에 입과하였기 때문에 3학년 생도가 최고 학년 생도이다. 가입교한 예비생도들의 훈련은 이들 3학년 생도들이 담당한다.)들은 사람이 아니라 신(神)이었다. 사람이 아니고서야 이렇게 힘든 과정을 어떻게 3년씩이나 생활할 수 있지?

첫날은 지급받은 보급품 정리와 개인 신변 정리를 주로 하면서 비교적 조용하게 지나갔다. 한편, 이날 배정받은 내무실에서 매우 반가운 사람을 만났다. 몇개월 전에 공사 신체검사때 만났던 형(兄)인데, 그때가 공사 지원 두 번째 시험이라고 했다. 3수 끝에 공사에 입학했다는 얘기다. 낯선 내무실에서 같이 지내게 되어 얼마나 반갑던지.

그러나 그날 저녁부터 ‘형’이라는 사적인 호칭은 부르지 못하게 되었다. 사연을 들은 내무지도 생도가 단호하게 “여기는 사회가 아니다. 동료로 대하라!!!” 누구 명령인데 감히 거역할 수 있는가?

다음날부터 오전 6시에 기상해서 22시에 취침할 때까지, 식사 시간과 훈련 중 휴식시간을 제외하고는 하루 종일 빈틈은 없었다.

대략 기상 30분 전이 되면 난방용 스팀에서 ‘땅땅’ 거리는 소리가 났다. 보일러의 수증기가 난방 배관을 타고 오면서 나는 소리라고 하는데, 그 소리를 들으면서 ‘이제 일어날 시간이 되는구나’하는 생각과 함께 몸과 마음은 잠에서 깨어날 준비를 한다.

그리고 기상 5분 전이 되면 작전참모 생도가 친절하게(?) ‘예비생도 기상 5분전!!!’이라고 크게 외치고 다닌다. 따뜻한 침대 안에 있다가 이 소리를 들으면 마치 저승사자가 우리를 깨우는 듯한 생각과 함께 심신이 긴장하기 시작한다. 당시에는 ‘예비생도 기상 5분전!!!’이라고 외치는 소리가 너무도 듣기 싫었다.

예비생도 시절, 가장 힘들었던 것 중의 하나는 이른 아침에 따뜻한 침대를 박차고 일어나서 재빠르게 군복을 입고, 매서운 찬바람이 몰아치는 점호장으로 뛰어 나가는 일이었다. 그때는 왜 그리도 추웠는지!

이른 아침의 공기는 코끝이 찡해올 정도로 차가웠다. 이어서 내무지도 생도들의 지휘아래 인원 점검 및 구보가 이어졌다. 내무지도 생도들은 춥지도 않나.

일조 점호 후, 내무실에 들어와서는 제한된 시간내에 내무실 청소, 침구 정리(호텔 침구 같이 깨끗하고 단정하게, 모서리 부분은 직각이 되도록 해야 한다. 심지어는 속옷까지도 각을 잡아서 정리해야 한다), 세면을 마치고 식사 집합을 한다. 식당까지는 뛰어서 이동, 모든 예비생도가 같이 식사를 시작해서 같이 끝낸다.

연일 계속되는 예비생도 훈련. 오전 일과(야외 훈련), 점심, 오후 일과(야외 훈련), 야간 교육(각종 공군 규정, 공군 군가 등등), 야간 점호... 예비생도 생활 한 달이 끝이 없을 것 같았고, 시간이 멈춰 있는 것 같았다. 하루가 이렇게 긴데 한 달이 과연 지나갈까? 게다가 그 해는 2월이 29일까지 있었다. 복(福)도 없지. 하루 하루가 얼마나 힘든데...

가입교 한달을 포함해서 사관학교 4년은 끊임없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생각한다(물론 우리의 인생이 모두 그렇겠지만). 미 해군(美 海軍) 특수부대인 Navy SEAL을 다룬 영화를 보면, 훈련 과정에서 교관들이 훈련생들의 의지를 시험하는 장면이 가끔 나온다.

즉, “저 종을 치면 이렇게 힘들고 어려운 훈련에서 벗어나서 집에 갈 수 있다. 고생하지 말고 쉬운 길을 택해 봐.” 여기서 의지가 약한 훈련생은 종을 치고 훈련을 포기한다. 쉬운 길을 택했지만, 그가 원했던 Navy SEAL 대원은 될 수 없다.

모든 분야의 일이 마찬가지겠지만,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긴 자만이 소정의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가입교 기간과 사관학교 4년간의 생활은 학과 공부 이외에도 장교에게 요구되는 즉, 책임감과 명예를 중요시하고, 어떠한 역경 속에서도 자신의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정신적인 바탕을 만들었다고 생각한다.

대다수의 동기생들이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기고 정식 생도가 되었고, 4년 후에 장교로 임관하였으며, 후에 공군참모총장이 되는 동기생도 나왔다. (다음에 계속)



- 예비역 공군 준장, 순천대학교 초빙교수(현재)

- 공군사관학교(전자공학), 한양대 대학원(전자공학) 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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