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SK이노베이션 전면전 불사, 치열한 창과 방패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9-05-03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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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을 겨냥해 “당사는 경쟁사의 기술이나 영업비밀이 필요 없으며, 경쟁사가 주장하는 빼오기 식으로 인력을 채용한 적이 없다”면서 “당사를 깎아내리는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경 대응하겠다”고 3일 밝혔다. [사진제공=연합뉴스]

LG화학·SK이노베이션 ‘핵심기술 유출’ 논란 점입가경

첨예한 주장-반박 입장 반복…양사 모두 강경 대응 시사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갈등이 확전 양상을 보이며 그 깊이를 모를 지경까지 이르고 있다. 2차전지 영업비밀을 둘러싼 난타전이 핵심 인재 유출 논란까지 번지며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는 모습이다.

우선 LG화학이 제기한 ‘핵심기술 탈취’ 의혹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강력한 법적 조치를 하겠다”는 경고로 맞불을 놨다. 소송에 대해 소송으로 맞대응을 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을 겨냥해 “당사는 경쟁사의 기술이나 영업비밀이 필요 없으며, 경쟁사가 주장하는 빼오기 식으로 인력을 채용한 적이 없다”면서 “경쟁사가 비신사적으로 당사를 깎아내리는 행위를 멈추지 않으면 법적 조치를 포함해 강경 대응하겠다”고 3일 밝혔다.

앞서 LG화학은 지난달 30일 SK이노베이션이 자신들의 2차전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 출신 핵심인력을 채용하면서 영업비밀 유출을 계속했다는 주장이다.


▲ LG화학은 지난달 30일 SK이노베이션이 자신들의 2차전지 영업비밀을 침해했다며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 등에 소송을 제기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영업비밀 빼갔다” vs. “영업비밀 필요 없어”

두 기업의 주장은 첨예하게 갈리고 있다. 우선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017년 핵심인력 채용을 통해 영업비밀을 유출해 2차전지 개발 및 수주에 활용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당시 SK이노베이션의 경력직 입사 지원서에서 LG화학의 영업비밀이 상세히 담겨 있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이 최근 미국을 포함한 주요 고객사들로부터 글로벌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한 것도 당시 유출된 기술을 활용한 결과라는 게 LG화학의 주장이다. 2016년 말 30GWh에 불과했던 SK이노베이션의 전기차 배터리 수주 잔고가 올해 1분기 기준 430GWh로 14배 이상 증가했다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그러나 “지난 1996년 배터리 개발을 시작해 그동안 조 단위 이상의 연구개발비를 투입했고, 이미 자체적으로 세계 최고의 기술 수준을 확보하고 있다”면서 “경쟁기업과 설계와 생산 기술 개발 방식의 차이가 커 특정 경쟁사의 영업비밀이 필요 없다”고 반박했다.

예를 들어 SK이노베이션이 강점을 가진 배터리 핵심소재 하나인 ‘양극재’의 경우, 해외 업체의 NCM622를 구매해 사용하는 경쟁사와 달리 SK이노베이션은 국내 파트너와 양극재 기술을 공동 개발하는 방식을 통해 성장해 왔다고 설명했다.

또한, 공정방식에서도 전극을 쌓아 붙여 접는 방식(Stacking & Folding)인 경쟁사와 달리, 전극을 낱장으로 재단 후 분리막과 번갈아 쌓는 방식(Zigzag Stacking)을 적용해 기술적 우위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내외 배터리 업계 중 유일하게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기술을 확보했다는 점도 강조했다.

■ “핵심인력 유출” vs. “회사 미래 보고 온 것”

문제가 된 핵심인력 유출 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2017년부터 2년 만에 LG화학 전지사업본부의 연구개발, 생산, 품질관리, 구매, 영업 등 전 분야에서 76명의 핵심인력을 대거 빼갔다고 주장했다. 이들 인력을 활용해 기술 유출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SK이노베이션의 경력직 입사 지원서에는 LG화학에서 수행한 상세한 업무 내역은 물론 프로젝트를 함께한 동료 전원의 실명도 기술하도록 되어 있었다고 전했다. 입사 지원 인원들이 이직 전에 회사 시스템에서 개인당 최대 1900건 핵심기술 문서를 다운로드 했다고도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그러나 “회사가 먼저 개별 구성원을 직접 접촉해 채용하는 이른바 ‘빼오기 식’ 채용이 아니라 공개채용을 통해 자발적으로 지원한 후보자 중에서 채용해 왔다”면서 “경력직원들의 이직 사유는 SK와 본인의 미래 성장 가능성 때문”이라고 재반박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경력직 구성원들이 혹시라도 전 직장의 정보를 활용하려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전 직장 정보 활용금지’ 서약서를 지원 및 채용 시 두 번에 걸쳐 받고 있으며, 이를 어길 시에는 최고 채용 취소 조항도 들어 있다고 밝혔다.


▲ LG화학이 제시한 SK이노베이션 입사서류서 프로젝트 동료를 작성하게 한 사례 [사진제공=LG화학]

■ “정당한 경쟁해야” vs. “국익 훼손 우려”

양사는 이번 소송과 관련해 전면전을 불사하겠다는 방침으로 보인다. 특히 LG화학은 강력한 법적 조치를 위해 이번 소송을 미국에서 진행하기로 했다. 미국 ITC 및 연방법원이 증거개시 절차(소송 당사자가 요청 시 관련 정보나 자료를 제출해야 하는 법적 의무)를 두고 있어, 증거 은폐가 어렵고 위반 시 큰 제재로 이어진다는 점을 활용했다.

LG화학 CEO 신학철 부회장은 “LG화학의 2차전지 사업은 지난 30년간 과감한 투자와 집념으로 이뤄낸 결실”이라며 “이번 소송은 경쟁사의 부당 행위에 엄정하게 대처해 오랜 연구와 막대한 투자로 확보한 핵심기술과 지식재산권 보호를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고 언급했다.

이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그러나 “기업의 정당한 영업 활동에 불필요한 문제 제기”라고 일축했다. LG화학의 이번 제소는 경쟁사를 견제하기 위한 과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특히 “국내 이슈를 외국에서 제기함에 따라 국익 훼손이 우려된다”는 점도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 임수길 홍보실장은 “이제 막 성장하는 글로벌 배터리 시장에서 업계 모두가 선의의 경쟁으로 함께 발전해야 할 시점에, 이런 식의 경쟁사 깎아내리기는 누구에게도 도움이 안 된다”라며 “경쟁사가 멈추지 않고 계속한다면 고객과 시장 보호를 위해 동원 가능한 모든 수단을 다해 강력 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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