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버스기사는 왜 '저녁이 있는 삶'을 거부하나, 110만원의 경제학
김성권 기자 | 기사작성 : 2019-05-05 06:34   (기사수정: 2019-05-05 0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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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릉에 본사를 둔 동해상사고속 노동조합이 파업에 들어간 지난달 29일 오전 속초와 고성지역 노선을 운행해온 시내버스들이 속초·고성 영업소 차고지에 멈춰서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자동차노련, 쟁의조정 신청...결렬 시 오는 15일 총파업 예고

"주 52시간 근로제 시행 시 버스기사 1인당 최대 110만원 감소 우려"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오는 7월 근로시간 단축 적용을 앞두고 전국 노선버스 사업장 노동조합이 임금 보전 대책을 요구하며 내달 15일 총파업을 예고했다. 버스 노조의 파업은 '저녁이 있는 삶'과 '저녁밥 없는 저녁'이라는 상반된 주장이 충돌하면서 이미 예견된 주 52시간 근무제의 부작용이라는 지적이다.

지난달 29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자동차노련)은 노동위원회에 주 52시간 근무제에 따른 근무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했다. 쟁의조정 신청에는 자동차노련 소속 사업장 479곳 가운데 234곳 4만1280명이 참여했다. 이들은 합의점을 찾지 못할 경우 대규모 파업에 들어간다는 방침이다. 서울을 비롯해 부산·인천·대구·광주·울산·경기도를 포함한 11개 지역 버스노동자들이 운전대를 놓는다.

버스 기사들이 반발하는 건 이들의 근무 환경을 반영하지 않은 채 주 52시간 근무제가 강행되면 주당 최대 노동시간이 현재의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기 때문이다. 근무 시간 단축에 따라 버스 운전기사의 연장근로가 어려워져 월 최대 110만원까지 임금이 감소된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노조 측은 인력 충원과 임금 감소분의 보전을 요구하고 있다.

전국 버스기사 평균임금은 월 346만원

자동차노련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으로 전국 버스운전기사 평균임금은 상여금까지 포함해 월 346만원이다. 이중 기본급은 169만원(49%)이며, 연장 근로에 따른 수당은 177만원(51%)이다. 월 평균 근로시간은 232.2시간으로 월평균 389만원을 받는 전산업 상용직(5인 이상) 근로자보다 월 51.8시간을 더 일하지만 임금은 43만원이 적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으로 '돈 없는 저녁'이 현실화 된다는 버스 근로자들의 요구가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는 평이다.

그러나 노동 시간 감소와 잡쉐어링(일자리 나누기)이라는 제도의 근본 취지를 거부하고, 시민의 발목을 붙잡는 파업이라는 비난도 나온다. 주52시간 근로제 시행으로 근로 환경이 개선되는 만큼 이에 따른 사회적 책임도 수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지자체와 시내버스 업체간 협력 사례도 나왔다.

지난해 충남도와 천안 시내버스 노사가 주 52시간제 시행에 맞춰 일자리 나누기에 합의했다. 도와 천안시가 시내버스 노동시간 단축에 따라 신규 고용과 기존 노동자 임금 감소분에 대한 고용보조금을 지원하는 협약이다. 이를 통해 천안시 시내버스 업체는 격일제 근무제를 운영하고, 도의 고용보조금 지원 사업에 선정돼 혜택을 받게 됐다.

버스요금 인상이 해결책으로 거론, 해당 지자체는 난색

자동차노련은 정부가 나설 것을 요구하고 있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도 지난달 26일 이재명 경기도 지사와 비공개 면담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자체들이 임금 보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버스 요금 인상에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면서 뚜렷한 해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 버스업계 관계자는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시내버스 운행횟수, 노선 감축이 불가피해 시민불편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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