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문재인·이재용의 비메모리 의기투합, ‘반도체 코리아’ 부활 신호탄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9-05-05 07:01   (기사수정: 2019-05-05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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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EUV(극자외선)동 건설현장을 둘러본 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참석자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한 뒤 박수를 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30일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서 문 대통령·이 부회장 회동

메모리반도체 부진에 비메모리 육성 의지 ‘대동단결’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국내 반도체 산업이 연일 위기다. 정확히 말하면 ‘메모리 반도체’의 위기다. 지난 30일 발표된 삼성전자의 실적 성적이 쐐기를 박았다. 올해 1분기 삼성전자 영업이익은 1년 전보다 무려 60% 급락했다. 세계 메모리 시장의 업황 부진이 결정적 배경이다.

정부도 덩달아 비상이 걸렸다. 메모리반도체는 한국 수출을 견인하는 핵심 산업이다. 총수출의 5분의 1을 차지할 정도다. 올 1분기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21.3%나 줄었으나 수출 기여도는 여전히 압도적 1위였다. 그만큼 우리나라 수출 품목이 반도체에 편중됐단 얘기다.

삼성전자 실적이 발표된 지난 30일 문재인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만남은 그래서 상징적이다. 이날 문 대통령은 삼성전자 화성사업장을 찾아 정부 차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을 선포했다. 삼성이 최초로 양산하는 극자외선(EUV) 공정 7나노 시스템반도체 출하식과 겸했다.

회동의 요지는 비메모리 반도체 육성이다. 반도체를 국가와 기업의 장기적인 미래먹거리로 삼고자 하는 정부와 삼성의 이해관계가 일치했다. 정부는 비메모리 반도체로 새로운 산업정책 드라이브를 걸고, 삼성은 메모리에 이어 비메모리로 사업 외연을 확장하겠단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우리의 목표는 분명하다”며 “메모리반도체 분야에서는 세계 1위를 유지하는 한편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 분야 세계 1위, 팹리스 분야 시장 점유율 10%를 달성해 종합반도체 강국으로 도약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 4차산업 ‘두뇌’인 비메모리 성장 잠재력 선점해야

‘반쪽짜리’ 오명 벗고 진짜 ‘반도체 코리아’로 거듭날까


정부와 삼성의 전격적인 맞손으로 업계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이와 같은 대대적인 시스템반도체 육성 의지가 위기에 빠진 국내 반도체산업의 새로운 해법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한국은 그동안 글로벌 메모리 1·2위 기업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힘입어 ‘반도체 코리아’라는 별칭을 얻었지만, 어디까지 비메모리 반도체를 제외한 ‘반쪽짜리’ 반도체 강국이라는 지적이 적잖았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세계 비메모리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업황 변동이 심한 메모리 특성상 시장이 안정적이지 못한 점도 불안요소로 꼽힌다. 삼성전자만 해도 작년까지 메모리 초호황에 힘입어 역대 최고 실적을 냈지만 지난 연말부터 메모리 가격이 급락하며 올 1분기에 고꾸라졌다. 물론 국내 수출도 이러한 흐름을 그대로 따라갔다.

그래서 시스템반도체가 중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메모리와 비교해 경기변동의 영향을 적게 받으며 가격 안정성도 높다. 거기다 메모리 시장의 2배에 달하는 규모를 자랑한다. 업계에 따르면 작년 시스템반도체 시장 규모는 3520억 달러(약 411조 원)로, 세계 반도체 시장의 약 66%에 이른다.

무엇보다 시스템반도체는 4차산업혁명 시대 성장동력과 맞닿아 있다. 메모리반도체가 ‘기억’ 저장장치라면 시스템반도체는 장치를 실제로 구동하는 ‘두뇌’에 해당한다.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자율주행 자동차 등 각종 신산업에서 필수적인 역할을 하는 먹거리이다.


▲ 문재인 대통령이 30일 오후 시스템 반도체 비전 선포식이 열린 삼성전자 화성캠퍼스 부품연구동(DSR)에서 세계최초 EUV(극자외선)공정 7나노로 출하된 웨이퍼ㆍ칩에 서명을 하고 있다. 첫번째 출하 제품은 아니다. 뒤는 이재용 부회장. [사진제공=연합뉴스]


■ 정부·삼성 2030년까지 2400억 시스템반도체 시장 연다

정부와 삼성은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를 생산·공급하는 업체) 분야 세계 1위 목표를 위해 대동단결하기로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정부 차원의 시스템반도체 비전을 선포하면서 “공공분야에서 2030년까지 2600만 개, 2400억 원 이상 규모의 시스템반도체 시장을 창출하겠다”고 공언했다. 또 같은 목표를 내세운 삼성전자에 “정부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화답했다.

정부는 내년부터 1조 원 수준의 기술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전문인력 확보를 위해 주요 대학에 반도체 계약학과를 신설하기로 했다. 또 팹리스(시스템반도체 설계기업) 전용 펀드를 신규 조성하고 성장단계별 지원 체계를 구축해 창업을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도 힘을 보탠다. 지난 24일 발표한 ‘반도체 비전 2030’에 따라 오는 2030년까지 시스템반도체 연구개발(R&D) 및 시설투자에 133조 원을 투자하고, 총 1만5000명의 전문인력을 채용한다. 아울러 국내 중소 팹리스 업체 지원도 확대해 산업 생태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현재 세계 비메모리 반도체 시장은 대만과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빠르게 치고 올라오고 있어 더 머뭇거릴 시간이 없는 상황”이라면서 “골든 타임을 놓치지 않도록 정부와 기업이 전방위적으로 협력해 진정한 반도체 코리아 위상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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