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러간 ‘루저 동맹’ 만드는 트럼프, 김정은의 '벼랑끝 전략' 초래

이태희 기자 입력 : 2019.04.25 17:34 ㅣ 수정 : 2019.04.25 19:16

북러간 ‘루저 동맹’ 만드는 트럼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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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5일 오후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로써 김일성,김정일,김정은 3대에 이은 북한 지도자가 구 소련과 러시아 지도자들과 정상회담을 하게 됐다. 사진은 1956년 6월 구 소련의 모스크바를 공식 방문한 김일성 주석(왼쪽)과 2002년 8월23일 러시아를 방문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만남(가운데), 2019년 4월 25일 정상회담에서 푸틴과 악수하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사진 제공=연합뉴스]

김정은 위원장-푸틴 대통령, 25일 블라디보스토크서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 가져

‘조선반도 정세’와 ‘양국 관계’ 논의, 비핵화 문제와 북러경협을 지칭

북한과 러시아는 미국의 제재정책으로 경제가 파탄 난 ‘루저 국가’

‘루저 동맹’의 대항전선, 트럼프의 제재 및 비핵화 정책에 위협 요소로 대두

김 위원장, 트럼프의 ‘빅딜’카드 받는 대신 ‘벼랑 끝 전략’ 선택

[뉴스투데이=박희정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북핵 강경노선으로 인해 아시아내 ‘루저 동맹’을 강화시키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5일(현지시간)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대통령과 북러정상회담을 갖고, 북한 비핵화 및 대북경제제재 완화 등 민감한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북·러 정상회담은 8년만이고 김정은과 푸틴 간은 첫 만남이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간 동안 단독회담을 가진데 이어 오후 4시4분(현지시간. 한국시간 오후 3시4분 쯤) 확대정상회담을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확대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우리가 이번에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푸틴 대통령과 직접 만나 지금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는 조선반도와 지역정세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고, 전략적으로 이 지역 정세의 안전을 도모하고 공동으로 정세를 관리하는데 대해 심도있는 의견을 나누고, 전통적인 관계를 요구에 맞게 건전하고 발전적으로 키워나가는 데 목적이 있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방금 전에 각하와 함께 한 시간 넘게 서로 관심사가 되는 초미의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면서 “방금 우리 사이의 대화에서처럼 이 자리에서도 유익하고 건설적인 의견이 교환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단독 회담에서 우리 관계의 역사에 대해 언급하고 현재 실태와 향후 전망에 대해 논의했다”면서 “조선반도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이 공통적으로 언급한 ‘정세 관리’란 비핵화 문제를, ‘전통적인 관계’란 북러간 경제협력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북한과 러시아는 모두 미국 주도의 강력한 경제제재 대상국가라는 공통점을 갖는다. 북한이 유엔 대북제재와 미국의 독자제재에 의해 경제 위기에 직면한 것처럼, 러시아도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지난 2014년부터 시작된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해 국내경제가 파탄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더욱이 미국 의회는 최근 청문회에서 러시아의 미 대선개입의혹이 확인됐다고 판단, 러시아에 대한 추가제재를 추진하고 있다.

이로 인해 북한과 러시아는 글로벌 경제체제 하에서 ‘루저(loser)국가’로 분류할 수 있다. 미국에게 밉보인 나라는 경제적 미래가 없는 셈이다.

따라서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과 2차례의 북미정상회담을 갖기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북중정상회담을 가졌던 것과는 다른 정치경제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시진핑과의 정상회담은 북핵문제를 해결해 미국의 대북제재를 해소하기 위한 ‘지원군’확보의 성격이 강했던 반면에 푸틴과의 회담은 ‘강력한 항의’의 제스처를 내포하고 있다.

미국의 ‘목줄 조이기’에 의해 고사상태로 몰리고 있는 아시아의 양대 공산주의 국가가 ‘트럼프 체제’를 흔들겠다고 나선 형국이라는 게 상당수 국제정치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김 위원장은 이번 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미국과 유엔에 의한 대북제재를 완화해줄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러시아가 미국의 제재 가이드라인을 위반해달라는 주문인 셈이다.

북러 경제관계는 1990년대 구소련 몰락 이후 와해됐다. 19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다소 복원됐지만 북한의 대러시아 무역량은 2017년 말 기준으로 전체의 1.4%에 불과하다. 1위인 중국이 무려 94.8%를 차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김 위원장은 푸틴 대통령에게 ‘북러 유대관계’의 복원과 ‘경제지원’을 요청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특히 경제지원, 식량 및 약품 원조를 요청하면서 러시아가 2017년에 동참한 유엔의 대북제재 완화해줄 수 있는지에 대한 푸틴의 의지를 타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하다.

푸틴 대통령이 미국 재무부의 세컨더리 보이콧(제 3자 제재) 위험을 무릅쓰고 북한과의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강공 카드’를 선택할지가 관전 포인트인 셈이다.

미국은 이 같은 흐름을 저지하기 위해 ‘무력 시위’에 나섰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미 CNN방송은 김 위원장이 러시아로 출발하기 전날인 지난 23일(현지시간) ‘미 군함이 러시아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냈다’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지중해에서 이뤄진 에이브러험 링컨 및 존 C. 스테니스 항모강습단(CSG)의 전개 작전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지중해 지역내 러시아의 영향력 강화를 억제하는 한편 대북제재 전선에서 러시아의 이탈을 막기위한 무력시위라는 분석이 있다”는 취지의 보도를 했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도 ‘트럼프 체제’를 전면 부인하는 태도를 취하고 있다. 김 위원장과 푸틴 대통령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 방식에 원칙적으로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과 그의 외교안보 핵심참모들이 고수하고 있는 ‘선(先)비핵화-후(後) 제재완화’라는 빅딜방식을 함께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더욱이 푸틴 대통령은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한 비핵화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의 틀을 복원시키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북핵문제에서 소외된 러시아와 일본의 희망사항이지만 북미간 양자문제로 국한시켜 주도적으로 해결하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과는 배치된다.

일본 NHK는 러시아 정부 고위 관계자를 인용해 “푸틴이 김 위원장과의 회담에서 6자회담 재개를 제안하고 미국과 중국에도 이러한 입장을 전달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24일(현지시간) 공개된 CBS방속과의 인터뷰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돈다발만 건넨 과거 협상의 실수는 되풀이하지 않겠다”면서 “협상은 평탄치 않고 도전적이겠지만 김정은 위원장의 '전략적 결정'에 달려 있다”고 김 위원장의 ‘백기 투항’을 압박했다.

그러나 트럼프가 그 전선을 강화시키고 있는 북러 간의 ‘루저 동맹’은 김 위원장 입장에서는 북한 지도자들이 지난 1993년 핵확산금지조약(NPT)탈퇴 이후 수시로 선택해왔던 ‘벼랑끝 전술’의 일환이기도 하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보좌관 등과 같은 매파 참모들과 함께 김 위원장에게 ‘빅딜’을 강요했지만, 반 트럼프 동맹간 강화시키는 부작용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