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16)한화토탈과 현대케미칼 울리는 트럼프의 이란핵 ‘상술’, 미국산 원유 강매 수준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4-23 15:36   (기사수정: 2019-04-2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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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의 정치적 성과를 붕괴시키면서 '질낮은' 미국산 원유 판로까지 개척하는 '이란핵 상술'을 선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트럼프 행정부, 5월 3일부터 한시적 ‘제재 예외조치’ 종료 선언

이란산 원유 수입하면 세컨더리 보이콧 대상으로 전락

이란산 원유 최대 수입국인 중국은 거센 반발, 미중무역갈등의 새 불씨

‘저가-고품질’인 이란산 콘덴세이트 대신에 ‘고가-저품질’ 텍사스산 수입해야 할 처지

트럼프의 이란핵협정 파기 선언 이후 텍사스산 원유 국내 수입물량 급증 추세

꿩먹고 알먹는 트럼프, 전임자 오바마 때리고 미국기업 배불려

[뉴스투데이=이태희/편집인]

탁월한 ‘장사꾼’으로 불리우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핵 문제를 빌미로 삼아 미국산 경질유를 팔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높다. 이란이 원유를 판 돈으로 핵무기를 제조하고 테러조직을 지원한다면서 금수조치를 취하고 있지만, 그 경제적 효과는 미국 기업들의 수익 증가로 귀결되고 있다.

트럼프 미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이란산 원유수입 금지조치와 관련해 한국 등 8개국에 대한 한시적 ‘제재 예외 조치(SRE·significant reduction exceptions)’를 연장하지 않기함에 따 라 우리나라 기업들은 수익성 악화 등과 같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국무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 미국은 이란 원유 수입국들에 대한 추가 제재유예조치를 취하지 않을 것을 공표한다”면서 “기존의 면제 조치는 5월 1일 밤 12시에 만료된다”고 밝혔다. 지난 해 11월 초 발효됐던 ‘180일 간의’ 한시적 예외 조항의 만료 기한이었던 5월 2일 밤 12시보다 하루 앞당겨진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의 돈줄을 죄는 데 동맹국도 예외없이 동참시킨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번 조치의 대상은 한국, 중국, 일본, 인도, 이탈리아, 그리스, 대만, 터키 등 8개 국가이다. 이중 그리스, 이탈리아, 대만 등 3개국은 유예기간 동안 이란산 원유 수입을 물량을 제로 상태로 없앤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중국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조치에 강력 반발하면서 불응하겠다는 입장을 천명함에 따라 최종 해결의 기미를 보여왔던 미중 무역갈등의 새로운 불씨로 부상했다.

한국 기업의 경우, 이란산 초경질유(콘텐세이트) 수입이 중단될 경우 상당한 수익성 하락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삼성증권 심혜진·조현렬 연구원은 23일 “이란 제재 예외조항 폐기로 인한 우려는 크게 두 가지로 이란산 원유를 대체할 원유 도입의 용이성 문제와 원유 도입 가격 상승 가능성”이라면서 “국내 업체들이 주로 수입하는 이란산 원유가 콘덴세이트인데 타지역 제품으로 대체할 경우 도입 가격이 상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콘덴세이트 가격 상승은 콘덴세이트 정제설비(CFU)의 원가 상승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전체 정제설비(CDU CFU) 내 CFU 의존도가 높은 순서대로 그 영향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이란산 콘덴세이트를 주로 수입해왔던 한화토탈과 현대케미칼,SK에너지, SK인천석유화학, 현대오일뱅크 등 5개 기업이 수익성 악화 등의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 행정부는 이란산 원유를 수입하는 국가들에 대해서는 세컨더리 보이콧(제3자 제재) 형태의 제재를 가하겠다는 입장이다. 지난 8일 이란 혁명수비대(IRGC)를 외국 테러조직(FTO)으로 지정한데 이은 조치이다. 미국이 외국 정부 기관을 테러조직으로 규정하는 이례적 초강수를 잇는 대이란 압박 정책이 이번 제재 유예 종료라고 평가된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대신에 미국과 석유수출국기구 소속 다른 회원국가들과의 거래를 통해 물량을 확보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트럼프는 지난 22일(현지시간) 트위터를 통해 “이란 원유에 대한 현재 우리의 전면적 제재에서 비롯되는 (원유공급량) 격차를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다른 회원국들이 그 이상으로 보충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이란산 원유를 수입해온 국가들이 유예기간 동안에 수입 대체선을 확보하지 못했다면 전적으로 ‘당사국 책임’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한국 기업이 수입해온 이란산 콘덴세이트는 석유화학제품의 원료인 나프타 추출량이 많고 가격이 저렴한 데 비해 대체 원유는 그렇지 못하다는 사실에 있다.

이로 인해 국내 석유화학기업들은 콘덴세이트 수입뮬량의 53% 안팎을 이란으로부터 수입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측의 대 이란 제재 조치 이후로 이란산 원유 수입비중을 꾸준히 감축해왔다. 그 결과 전체 원유 수입량 중 이란산 비중은 13.2%에서 5.2%까지 하락한 것으로 추정된다.

업계에서는 이란산 콘덴세이트 수입이 불가능해짐에 따라 미국, 카타르, 나이지리아, 러시아 등으로 ‘수입국 다변화’를 시도해야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특히 미국의 텍사스산 콘덴세이트는 이란산보다 ‘고가-저품질’이라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란산보다 나프타 추출량이 현격하게 떨어질 뿐만 아니라 가격도 배럴당 2~6달러 정도 비싸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당초 국내 수입이 전무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트럼프가 이란의 핵협정 파기를 선언하면서 제재에 돌입하면서 국내 수입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지난해 미국산 콘덴세이트 비중은 5.19%(수입 비중 5위)로 상승했고, 지난 1,2월에는 그 비중이 12.42%로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업적으로 꼽혀온 이란핵협정을 무력화시키는 정치적 성과를 거두는 동시에 미국 원유기업들의 판로까지 개척해주는 탁월한 장사꾼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워싱턴발 정치공학 와중에 한국기업들은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미국산 제품을 강매당하고 있는 형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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