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15)삼성이나 현대차가 도요타보다 우월한 ‘공유’기업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4-22 17:34   (기사수정: 2019-04-23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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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5일부터 7일까지 개최된 2019 WTCR 대회 개막전 경기에서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경주차 'i30 N TCR'이 주행하는 광경(왼쪽)과 고양 킨텍스 제2전시관에서 지난 달 28일 열린 '2019 서울모터쇼' 프레스 데이 행사에서 렉서스 UX가 선보이고 있는 모습. [사진 제공=연합뉴스]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한국이 일본보다 심각

그 양극화 이면에 존재하는 한국의 강점 2가지

[뉴스투데이=이태희/편집인]

한국이 일본보다 ‘임금 양극화’가 심하다는 리포트가 나왔다. 일본이 경제 규모뿐만 아니라 분배구조 측면으로도 발전된 사회라는 이야기이다. 이는 한국인을 울컥하게 만든다. 역사적 악연으로 점철됐던 상대방에게 매사에 뒤지고 있다는 느낌을 선명하게 각인시킨다.

하지만 그 리포트를 꼼꼼히 뜯어보면 기분 상할 일만은 아니다. 한국사회의 2가지 우월함을 발견할 수 있다. 아울러 양극화 해소방안도 담겨져 있다.

중소기업연구원 노민선 연구위원이 22일 발표한 ‘한국과 일본의 대·중소기업 간 임금격차 비교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500인 이상 대기업 대비 1~4인 기업의 평균 임금 비율은 일본은 65.7%인데 비해 한국은 32.6%에 그쳤다. 지난 달 25일 PPP 환율(Purchasing Power Parities. 구매력 평가 환율) 기준이다.

5~9인 기업의 경우, 일본 77.1%, 한국 48.3%이다. 100~499인 기업은 일본 87.8%, 한국 70.0%이다.

왜 한국의 임금 양극화가 일본보다 심한 수준일까. 예상되는 변수는 두 가지이다. 영세 중소기업의 임금이 지나치게 낮거나, 대기업의 임금이 훨씬 높을 때 발생하는 현상이다. 한국의 경우는 두 가지 모두 해당된다.


①대기업 임금은 한국이 일본보다 압도적 우위, 한국 자본가가 실질적 ‘공유’ 선택

현대차나 삼성그룹이 도요타보다 피케티의 자본론을 효과적으로 반박

여기서 한국의 첫 번째 강점이 발견된다. 대기업의 임금은 한국이 압도적 우위라는 사실이다. 임금이 높은 것은 토마 피케티의 암울한 후기 자본주의 이론을 반박하는 실증적 자료가 된다.

피케티는 ‘21세기 자본론’에서 자본 수익률이 경제성장률보다 현저하게 높아진다는 진실을 계량적으로 증명하려는 시도를 했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소수의 자본가가 독점한다는 이야기이다. 이를 통해 시장경제가 최대다수의 최대이익을 구현한다는 공리주의 철학의 기반을 붕괴시킨다.

하지만 대기업이 성장하는 속도보다 빠르게 근로자의 임금이 증가한다면 피케티 이론은 약간 당황하게 된다. 노민선 위원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의 대기업 자본가들은 일본에 비해 성장의 과실을 근로자들과 더 많이 나누는 경향을 갖고 있다. 노 위원은 기업의 규모를 5 단계로 나누었다. 그 중 상위 3개 규모 기업의 평균 임금은 한국이 일본보다 높다.

500인 이상 대기업의 평균 임금은 한국이 543만 7000원으로 일본의 345만 5000원보다 54.8%포인트나 많다. 100~499인 기업의 경우, 한국은 374만 2000원이고 일본은 303만 4000원이다. 23.4%포인트 격차이다. 10~99인 기업에서는 한국이 306만 1000원이고 일본은 289만 3000원으로 5.8%포인트 차이에 불과하다.

한국이나 일본에서 모두 ‘상위 1%의 엘리트’만이 대기업에 입사할 수 있다고 한다. 자본이 없지만 영민한 젊은이가 대기업에 들어감으로써 평생 동안 축적할 수 있는 부의 크기가 클수록 그 사회는 ‘열린사회’라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점에서 한국은 우월하다. 일본은 부강하지만 일본인은 가난하다는 속설이 실감난다.

그러나 현대차는 흔히 전가의 보도처럼 파업 카드를 활용함으로써 평균임금 9200만원이라는 고연봉을 향유한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현대차가 높은 인건비 비중으로 인해 글로벌 시장경쟁력을 상실한다는 관점에서 보면, 이 같은 고연봉 구조를 이끌어낸 현대차 노조나 민노총의 권력은 종종 비난의 대상이 된다.

노민선 연구위원도 이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한국 대기업의 임금은 일본에 비해 평균적으로 과도한 수준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 “이는 한국의 노동계가 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토대로 삼아 임금인상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온 결과로 풀이 된다”고 지적했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5위권이다. 선두권인 일본 도요타는 지난 2013년을 기점으로 현대차보다 임금이 낮아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여년 전에 ‘렉서스와 올리브 나무’라는 베스트셀러가 나올 정도로 도요타라는 자동차 메이커는 서구인들에게 ‘세계화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하기도 했다. 도요타가 만든 고급자 브랜드인 렉서스의 선풍적인 인기는 그만큼 미국과 유럽에서 충격적인 사건이었다.

하지만 도요타 노조는 글로벌 경쟁력을 위해 스스로 임금을 포기해왔다. 그 결과 지난 2013년부터 현대차보다 평균 임금이 적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2017년 자료에 따르면, 매출액 대비 임금 부담 비율이 현대차를 포함한 한국 자동차 5사는 12.2%에 달하는 반면에 도요타는 7.9%에 불과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도요타 노조의 협력적 태도는 경영학자들에 의해 일본 자동차 메이커의 저력으로 평가돼왔다. 현대차 노조의 대결적, 갈등적 태도와 현저하게 구별되는 미덕으로 칭송되기도 했다.

하지만 피케티의 시각으로 보면, 현대차를 소유한 자본가가 ‘독점’보다는 ‘공유’를 선택했다는 긍정적 의미를 갖게 된다. 그 공유가 강성 노조의 압박에 의한 선택의 측면이 크다고 해도 공유는 공유이다.


② 중소기업 재직자, 근속기간 길수록 대기업과 임금격차 급격 감소

한국의 중소기업 자본가들, 근속기간 긴 직원과의 ‘공유’성향 강해

노 위원의 보고서에 나타난 두 번째 강점은 한국의 중소기업은 재직 연한이 늘어날수록 대기업과의 임금격차가 줄어드는 구조라는 사실이다. 한국의 젊은이가 중소기업에 입사해서 20년 이상 다닌다면 대기업 재직자와의 임금격차가 큰 폭으로 줄어든다.

5~9인 기업의 경우 5년 미만 재직자 임금은 대기업의 59.8%(223만원)에 그치지만 20년 이상이 되면 76.1%(579만7000원)로 줄어든다. 10~99인 기업에서는 양극화 해소의 폭이 더 커진다. 5년 미만 재직자의 임금은 대기업의 67.0%(249만9000원)인데 비해 20년 이상 재직자는 83.3%(634만4000원)로 대기업 수준에 바짝 다가선다.

한국의 중소기업 자본가들은 근속기간이 긴 직원과는 좀 더 많이 ‘공유’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셈이다. 이 역시 피케티의 자본론이 지적한 비관론을 희석시켜주는 대목이다.

물론 그렇다고 극심한 임금 양극화라는 현실문제가 저절로 소멸되는 것은 아니다. 해결하기 위한 노력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③임금 양극화 해결책은 임금 피라미드 하층부 끌어올리기

대기업 자본가와 그의 노조가 ‘공유 대상’을 확장해야

그 해법의 방향은 뚜렷하다. 대기업 고임금을 끌어내리려는 방식은 불가능하고 바람직하지도 않다.

현대차의 고임금은 강력한 노조가 온갖 사회적 비판을 무릅쓰고 얻어낸 ‘전리품’이고, 삼성그룹 계열사의 고임금은 노조를 억제한 대신 제공한 선물의 성격을 갖는다. 그 과정과 방법론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대차와 삼성그룹을 지배하는 자본가들은 일본의 기업가들보다 결과론적으로 ‘공유’를 선택하고 있다. 그 공유의 정신은 기업이 인건비 부담으로 망할 지경에 이르지 않는다는 전제 아래, 소중하게 지켜내야 할 가치이다.

따라서 영세 기업의 평균 임금 상승시키는 데 집중하는 게 지향점이 된다. 노 위원의 분류에 따르면 1~4인 기업과 5~9인 기업의 평균임금이 일본보다 현저하게 낮다.

이들 ‘영세 중소기업’의 임금을 올릴 수 있는 칼자루는 역설적으로 대기업이 쥐고 있다는 게 노 위원의 분석이다. 노 위원은 통화에서 “한국 중소기업의 44.5%가 대기업의 하도급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임금 양극화를 완화하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적극적으로 개선노력을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의 중소기업은 일본에 비해 과밀창업과 낮은 생산성이라는 부정적 요소에 시달리고 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요컨대, 임금피라미라드의 하층부가 인간다운 생활이 가능하도록 임금을 받으려면, 대기업이 납품단가 후려치기, 일감몰아주기 등의 관행을 개선해나가야 한다. 한국의 대기업 자본가들이 공유의 폭을 ‘노조’에 국한시키지 말고 ‘하청기업’으로 넓혀 나가야 하는 것이다.

대기업 노조도 할 일이 있다. 자신들의 임금 상승 욕구를 자제하는 대신에 하도급업체의 임금 보전을 위해 힘을 발휘해야 한다.

감성적이고 정이 많은 한국인의 특성상 자본가와 노조가 ‘화끈한 결단’을 할 가능성은 항상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대기업과 그의 노조가 이런 식의 ‘공유’를 선택한다면, 분배구조에 관한한 일본 국민성으로는 결코 도전할 수 없는 ‘넘사벽’국가가 될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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