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공시가격 오류 '미스테리', 강남·용산 등 모두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
김성권 기자 | 기사작성 : 2019-04-19 06:11   (기사수정: 2019-04-19 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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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급빌라와 주택이 밀집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유엔빌리지 일대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국토부, 서울 8개구 개별단독주택 공시가격 오류 발표

국토부 "실수로 보인다"며 시정 요구

공교롭게도 456가구의 오류 내용이 동일, 고가 주택의 공시가격 하향 조정

지자체 공무원들이 정부의 부동산 안정 정책에 역행하는 '실수'만 되풀이?

"여당 내에서도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해타산 엇갈리는 듯"

[뉴스투데이=김성권 기자] 부동산 공시가격을 두고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간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깜깜이 공시가격 산정으로 불신이 높은 상황에 공시가격 오류를 지자체의 잘못으로 넘기면서 논란을 더 키운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7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용산·마포·강남·성동·중·서대문·동작·종로구 등 8개 자치구의 공시가격을 조사한 결과 개별단독주택 9만여가구 중 고가주택 456가구에서 공시가격 오류로 추정되는 사안들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실수로 보인다"는 게 국토부의 공식입장이다.

그러나 수백 건에 달하는 실수의 내용이 한결같이 고가주택의 공시가격을 낮추는 방향이었다는 대목은 석연치 않다.

정부가 공시가격을 대폭 상향조정한 것은 고가주택 소유자의 세부담을 높이려는 의도다. 따라서 공시가격 인상은 주택소유자, 특히 가격 상승을 주도한 지역 주민들에게는 불만의 요인이었다.

이처럼 민감한 사안에 대해 지자체 공무원들이 수백 건의 단순 실수를 저질었다는 게 고개를 갸웃둥하게 만든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더욱이 이번에 문제가 된 8개 지자체 장들은 모두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자유한국당이나 바른미래당 소속이라면 정치적 다툼으로 분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여당 출신 지자체장이 수장으로 있는 구에서 정부 정책에 역행하는 '오류'를 저질렀다는 것은 석연치 않다는 게 업계 안팎의 시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8일 기자와 만나 "공시지가 산정 오류가 한결같이 정부의 지침보다 하향조정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졌고, 그 대상도 서민들이 넘보기 힘든 고가주택이라는 점 등은 단순 실수라는 해명에 의문부호를 달게 만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8개 지자체의 장들이 모두 여당 출신이라는 것은 여권 내에서도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음을 드러낸 것 같다"고 지적했다.

지자체 소관인 공시가격 산정에 국토부가 개입?

국토부 시정 요구해도 지자체가 버티면 방법 없어

또 다른 미스테리는 과연 국토부 발표대로 '오류'가 맞느냐는 문제이다.

국토부가 지적한 지자체의 오류는 가격 산정에 적용할 비교 표준주택을 잘못 선정하거나 개별주택을 특성을 잘못 입력한 경우, 토지 특성이나 가격을 임의로 변경하는 등의 문제로 표준단독주택 공시가와 지자체가 산정한 개별단독주택 공시가 격차가 3%포인트 이상 난다.

이번 조사는 지난 1월 표준주택 공시가격 발표 이후 지자체의 공시가격과 한국감정원 검증, 소유자의 의견청취 등을 거치면서 표준주택 공시가와 큰 차이를 보이자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 데 따른 것이다. 국토부가 지자체 소관인 개별주택 공시가격에 대한 조사에 나선 건 이번이 처음이다.

국토부는 일단 해당 지자체와의 갈등을 우려해 공무원의 고의성 보다는 실수라고 본다는 입장이다. 김규현 국토부 토지정책관은 "공무원들이 고의로 가격을 낮췄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자체가 공시가 급등에 반발하는 민심을 의식해 상승률을 하향 조정한 게 아니냐는 의혹은 여전히 남아있다.

그렇다고 국토부가 오류로 판단한 근거도 불분명해 보인다. 비교 표준 주택을 선정할 때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근 채미옥 한국감정원 부동산연구원장은 공시가격의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부동산은 평가하는 사람의 주관이 개입되기 때문에 불편부당한 '참값'이 존재할 수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국토부가 오류 시정을 요청했지만, 지자체 판단이 맞다고 주장한다면 강제로 조정할 권한도 없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감정평가사들 사이에서 의견이 다를 수 있고, 관점에 따라 차이도 난다"며 "개인 재산을 평가하는데 있어 정해진 기준 외에 민심이나 여론 등 다른 상황을 고려하는 일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국토부의 요청에 대해서는 면밀히 검토해 조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문제는 이번에 8개 구만 조사를 실시했지만, 다른 지자체에서도 같은 오류가 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된다. 게다가 첫 조사인 만큼 과거에도 같은 사례가 나올 수 있다.

정부가 '공시가격 현실화'라는 목적으로 무리하게 공시가격을 끌어올린 것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규현 토지정책관은 고가 표준주택의 공시가격이 너무 올라 개별주택과 차이가 발생한다는 주장에 대해 "최근 집값이 급등했거나 상대적으로 장기간 저평가된 부동산은 서민 거주 공동주택과 비교해 조세 등의 측면에서 과도한 혜택이라는 지적이 있었다"며 "조세정의, 공정과세 실현 차원에서 공시가격과 시세의 격차를 줄인 것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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