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한국생산성본부 CEO 북클럽](3) SK 최태원의 ‘포용성장론’ 본질, 감성적 동정심 아닌 현명한 생존전략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9-04-18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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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생산성본부 CEO 북클럽에서 강연자로 참석한 정현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무 [사진제공=한국생산성본부]

SK 정현천 전무, “기업이 생존하려면 ‘포용의 힘’으로 신성장동력 발굴해야”

‘포용’은 동정심과는 구별되는 현명한 발전전략

“1등한 100명보다 다양한 수준의 인재 100명이 딥체인지 동력”

링컨, 세종대왕, 나이팅게일 등은 ‘적대자’마저 포용한 전략가들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SK그룹은 기업의 ‘사회적 가치’를 강조하는 대기업 중 하나다. 그동안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의 절대 목표가 이윤 추구였다면 SK그룹은 그와 다른 길을 걷는다. ‘경제적 가치’와 함께, 사회와 더불어 살기 위한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창출하고자 한다.

이는 최태원 SK 회장의 경영철학이 반영된 결과다. 최 회장은 오늘날 경제를 전 세계 어떤 기업도 미래 생존을 확신할 수 없는 ‘서든 데스(Sudden Death)’의 시대로 진단한다. 따라서 생존을 위해서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부수는 ‘딥 체인지(Deep Change, 근본적 혁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딥 체인지’를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SK그룹 최고의사결정기구인 ‘수펙스추구협의회’의 정현천 전무는 “포용의 힘”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정 전무의 설명에 따르면, SK그룹의 포용전략은 ‘동정심’과는 구별되는 ‘현명한 생존전략’이라고 볼 수 있다.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생산성본부 CEO 북클럽에서 강연자로 참석한 정현천 전무는 “SK는 다양성을 내치지 않고 받아들이는 ‘포용의 성장’을 하려고 한다”면서 “이를 통해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함께 만들어내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정 전무는 역사적으로 ‘차이’와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인 집단과 그렇지 않은 집단 가운데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낸 것은 전자의 사례라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날 대단한 업적을 남기고 사회적 존경을 받는 링컨 전 미국 대통령, 세종대왕, 나이팅게일 등은 모두 자신의 고정관념과 싸우면서 경쟁자나 적대자마저 포용한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기업 경영도 마찬가지다. 그는 “1950년대 대한민국 수출을 주도했던 텅스텐(중석)생산업체 ‘대한중석’은 그러나 텅스텐 외의 다른 새로운 길을 찾지 않다가 경쟁력을 잃고 말았다”면서 “19세기 뉴잉글랜드의 한 얼음 회사는 제빙기의 등장으로 생존을 위협받으면서도 다른 사업을 찾지 않고 원래 하던 일만 고집하다가 결국 폐업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불확실한 경영환경에 놓인 대다수 기업은 보수적이고 안정지향적으로 사업을 운용한다. 하지만 생존에 성공한 기업은 대체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과감하게 발굴하려 했던 기업이었다. 그리고 ‘새로운 성장동력’은 ‘새로운 관점’을 얼마든지 수용하려는 자세에서 비롯된다는 게 정 전무의 생각이다.

포용적 성장은 SK그룹이 원하는 인재상 또한 암시한다. 정 전무는 미국 경제학자 스콧 페이지의 분석을 들어 이를 설명했다. 예컨대 10점 만점에 7점 성적을 거둔 A·B와, 5점을 받은 C 중에 2명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해야 한다. C는 가장 성적이 낮지만, A나 B가 맞히지 못한 문제를 맞혔다. 정 전무는 “원래라면 성적이 좋은 A와 B를 채용하겠지만, 사실은 C를 함께 채용하는 것이 좋다”면서 “능력이 뛰어난 사람들로 구성된 동질적 집단보다 다양하게 구성된 집단이 더 낫다”라고 말했다.


▲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생산성본부 CEO 북클럽에서 정현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무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뉴스투데이 권하영 기자]


■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의 병행은 SK의 ‘포용전략’ 핵심


이러한 ‘포용성장론’은 SK그룹이 추진하는 ‘사회적 가치 창출’의 뼈대라고 할 수 있다. SK그룹은 그룹 의사결정에 있어 ‘And Thinking’를 중시한다는 게 정 전무의 설명이다. 그는 “선택지 가운데 ‘or’로서 반드시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게 아니라, 상반된 두 가지를 함께 추구하고 포용하는 ‘and’의 가치가 경영에 꼭 필요한 능력”이라고 강조했다.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동시에 추구하고자 하는 SK의 전략도 이러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정 전무는 “현대 사회는 기술이 급변하면서 많은 정보가 여러 사람에게 빠르고 쉽게 전파되는 세상”이라면서 “이러한 사회에서는 이윤만 추구하고 사회적 역할은 하지 않은 ‘얄미운’ 기업보다, 돈도 벌면서 ‘똑똑하고 존경받는’ 기업이 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 가치를 평가하는 시장의 태도는 달라지고 있다. 정 전무에 따르면, 자본 시장은 최근 환경·사회·거버넌스 측면에서 우수한 기업에 프리미엄을 부여한다. 예컨대, 석유·화학 부문에선 19%, 의약·바이오 부문에선 12%의 프리미엄이 더해져 기업 가치가 매겨진다. 이제 기업 가치는 재무제표상 성과만으로 측정되지 않고, 사회적 기여도를 더해 측정된다는 말이다.

그래서 SK는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하는 동시에, 이를 실제 금액으로 환산해 측정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정 전무는 “SK그룹은 기업이 창출하는 사회적 가치를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시스템을 꾸준히 마련하고 있으며, 올해 상반기 내에 그룹 차원에서 구체적인 수치가 나올 계획”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계열사 가운데 가장 진도가 빨랐던 SK하이닉스는 지난해 1월 자사가 전년 1~3분기에 창출한 사회적 가치가 약 5조1521억 원에 이르렀다는 시범 측정 결과를 알리기도 했다. 올해 최태원 회장은 이러한 측정 체계를 바탕으로 각 계열사 핵심성과지표(KPI)에서 ‘사회적 가치’ 반영 비율을 50%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 18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한국생산성본부 CEO 북클럽에서 정현천 SK수펙스추구협의회 전무가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생산성본부]


■ ‘공유인프라 전략’과 ‘사회적 기업 지원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

SK그룹은 경제적 가치와 사회적 가치를 함께 추구하기 위한 방법론으로서 ‘공유인프라’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의 유·무형 자산을 사회와 공유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한다는 계획이다. 대표적으로 SK에너지가 보유한 주유소 인프라를 활용해 새로운 택배 서비스 ‘홈픽’을 출시한 것이 예다.

정 전무는 이와 관련해 “당시 SK에서 주유소 공간을 새롭게 활용하기 위해 아이디어를 공모했는데, 놀랍게도 경쟁사인 GS칼텍스에서 함께 참여하겠단 고마운 제안을 했다”면서 ‘홈픽’ 출시 배경을 전했다. “GS칼텍스의 자산을 포함한 6~7000개 주유소 네트워크를 활용해 다양한 사업적 모델을 발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회적 기업’에 대한 구상도 드러냈다. SK그룹은 계열사별로 오랜 기간 사회적 기업을 지원해 왔다. 모어댄, 우시산, 행복ICT, 천년누리전주제과 등 다양한 사회적 기업들이 SK이노베이션의 사회적 기업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회계·재무, 생산관리, 마케팅 등 사업 전반에 걸친 지원을 받은 것이 그 예다.

정 전무는 “SK와 같은 대기업이 세세하게 접근할 수 없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선수들이 바로 사회적 기업”이라면서 “SK그룹은 회사 단독으로서가 아닌 여러 사회적 주체와 함께, 그리고 기부나 자선만이 아닌 비즈니스적 차원에서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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