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르노삼성 노조의 비극,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
박혜원 기자 | 기사작성 : 2019-04-14 12:54   (기사수정: 2019-04-14 1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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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르노삼성자동차]

로그 생산 물량 빼앗긴 르노삼성차의 위기

르노삼성차가 인지하지 못한 자동차 시장의 3가지 변화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6개월째 노사 갈등 중인 르노삼성자동차가 돌연 위기에 몰리고 있다. 사측은 우선 오는 29일부터 5월 3일까지 5일간 부산공장을 ‘셧다운’하기로 결정했다. ‘공장 철수’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최근 닛산은 르노삼성차와 위탁생산 계약을 맺어 지난 2014년부터 부산공장에서 생산해왔던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 ‘로그’ 물량 2만 4000대를 일본 규슈공장으로 이전했다. 부산공장의 로그 생산 물량은 연간 10만 대로 르노삼성차 전체 수출 비중의 70%를 차지하는 ‘효자 상품’이었다.

그러나 닛산은 르노삼성차가 장기간 노사 교섭에 실패하자 로그 위탁생산 계약을 올해 9월 이후로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으며 지난 3월에는 로그 생산량을 6만 대로 줄이겠다고 통보했다. 르노삼성차 노조는 지난해 10월 기본급 인상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현재까지 53차례(210시간) 부분 파업을 진행했다.

이에 공급 안정성이 위태로워진 부산공장은 결국 규슈공장에 로그 공급 물량을 빼앗긴 것이다. 실제로 르노삼성차는 올해 1분기 파업으로 인해 로그 4800대를 제때 납품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작가 스펜서 존슨의 우화 ‘누가 내 치즈를 옮겼을까’를 연상시킨다. 치즈가 풍부한 창고에서 살던 작중 인물들은 점차 치즈가 줄어들면서 위기에 직면한다. 변화된 상황을 직면하고 생존법을 과감하게 모색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교훈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3가지 변화를 감지하지 못한 것 같다. 그 결과 자신의 치즈가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셈이다.


자동차 시장 글로벌화…생산공장 옮긴 닛산의 합리적 선택


첫째, 글로발생산 구조의 변화를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다. 닛산의 이번 결단은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변화를 반영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생산공장 선택지는 이전처럼 한정적이지 않다.

지난 3월 닛산은 르노삼성차 노사 갈등이 장기화하자 부산공장과의 로그 위탁생산 종료 시점인 오는 9월 이후로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어 생산 물량을 규슈공장으로 이전했다.

이는 글로벌 경쟁 시대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닛산 입장에서는 생산 물량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없는 부산공장에서 굳이 머무를 필요가 없다. 규슈공장뿐만 아니라 최근 자동차 신흥국으로 떠오르고 있는 중국이나 일본 등도 경쟁 대상이 될 수 있다.


5년 전과 경쟁력 우위 뒤집힌 부산공장과 규슈공장


둘째, 부산공장은 규슈공장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이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못했다.

닛산과 로그 위탁생산 계약을 맺을 당시인 2013년 부산공장의 인건비는 규슈공장보다 30% 저렴했다. 그러나 부산공장은 지난 2015년 이후 매년 2~3%대의 인상률을 유지해 올해 기준으로 규슈공장보다 인건비가 20% 높아지면서 비교 우위를 잃었다.


르노·닛산·미쓰비시 지분구조의 변화

르노에 집중됐던 권한 3사로 분산돼…르노삼성차 혜택도 사라져


마지막으로 르노·닛산·미쓰비시 3사의 지분구조 역시 변화해 르노삼성차는 이전과 같은 혜택을 받을 수 없는 위치가 됐다.

현재 3사는 연합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 1999년 르노가 닛산 지분 37%를 인수하면서 대주주가 됐으며, 지난 2016년에는 이들이 미쓰비시를 인수했다. 지난해까지 3사 운영 권한은 르노 카를로스 곤 전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됐다. 르노삼성차가 닛산 공급 물량을 안정적으로 배정받을 수 있었던 이유다.

그러나 지난 1월 르노 회장이 교체되면서 3사 연합 체제에도 변화가 생겼다. 지난 3월 장 도미니크 세나르 르노 회장과 사이카와 히로토 닛산 사장, 마스코 오사무 미쓰비시 사장은 공동 경영기구를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르노·닛산·미쓰비시가 일인지배체제에서 집단지배체제로 운영되는 것이다.

오래된 창고에 머물러 있으면 치즈는 언젠가 동나기 마련이다. 르노삼성차가 맞이한 위기는 이와 같은 시장 변화를 인지하지 못한 데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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