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 중심 대중문화’의 그늘...마약
이상호 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04-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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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61) 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수원남부경찰서를 나서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최근 인기 연예인, 재벌가 3세 등 유명인의 마약범죄가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상류층은 물론 일반 국민들 사이에서 마약 및 마약성 의약품(필로폰 등 향정신성의약품) 사용이 급격히 늘고 있다.

통계상으로 증가 추세인데다, 유명 연예인 등 상류층이 마약혐의로 잇달아 검거되면서 체감상 느끼는 심각성은 더하다. 대검찰청 통계를 보면 마약류 범죄(대마·마약·향정신성의약품)로 단속된 사범은 2013년 9764명에서 2018년 1만2613명으로 증가했다.

2017년 1만4123명과 비교하면 지난해 10%가량 감소하긴 했지만 마약 사범만 두고 보면 2017년 1475명, 2018년 1467명으로 꾸준하다. 최성락 식품의약품안전처 차장은 지난달 13일 국회에 출석, "우리나라가 과거의 '마약청정국'의 지위를 잃었다고 본다. 상당수 계층이 마약류를 접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일부 국가 대마류 합법화, 유학파 증가로 밀반입 늘어

SNS 통한 유통환경 조성으로 대중에 확산

마약이 대중적으로 확산되는 핵심 원인은 일반인도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마약을 손에 넣을 수 있는 '유통환경'이 조성됐다는 것. 과거에는 엄두도 못내던 마약판매 광고가 은밀한 SNS를 통해 이루어지다 보니 2017년 국내에서 마약류 판매 광고를 하다가 적발된 사람이 55명에 달했다.

이들의 광고 수단은 유튜브, 채팅앱, 인터넷 카페, 검색광고, 딥웹(숨겨진 인터넷 사이트), 트위터 등 매체 종류를 가리지 않았다. SNS의 특성상, 구매자와 판매자가 은밀하게 거래하기 때문에 수사기관의 추적이 쉽지 않다.

2017년 9월,부산 주택가의 한 상가건물에 대마 재배시설을 갖추고 다량의 대마를 재배한 뒤 딥웹에서 비트코인 결제로 대마를 판매한 일당 4명이 구속기소된 사건이 있었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감시와 추적이 어려운 딥웹의 비밀 웹사이트에서 대마를 구해 기른 뒤 다시 비밀 웹사이트에 판매 글을 올리고, 추적이 어려운 암호화폐로 대금을 받는 수법을 썼다.

인터넷에서 제조방법을 습득한 뒤 필로폰을 만들다 적발된 사례도 여러 건 있었다. 일부 해외 국가에서 대마류가 합법화하면서 국제우편 등을 통해 밀반입을 시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해외에서 대마 등 마약류를 접해 본 유학생이나 젊은 층이 클럽 파티용 등으로 밀반입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대마초에서 필로폰, 프로프폴...연예계 마약사범 급증에 강성마약으로

연예계 마약사범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2017년 한해 적발된 연예 및 예술계 마약류사범은 46명으로, 2014년 37명을 시작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대마초 흡연자는 그 중 32명에 달했다.

대기업·재벌가 3세가 연루된 마약 사범 적발에 이어 유명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 씨가 지난 8일 마약 투약 혐의로 체포되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과거 연예인은 불규칙한 활동,창작에 대한 압박감 등을 이겨내기 위해 마약을 접했다. 연예인이 마약 사건에 연루된 첫 대형 사건은 1975년에 발생했다. 가수 신중현과 조용필 김세환 등 18명이 대마초를 흡입한 혐의로 구속된 ‘대마초 파동’이었다.

가수 이승철, 싸이, 고 신해철, 현진영, 지드래곤, 탑, 밴드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 등 많은 대중음악인들이 대마초 혐의로 붙잡혔다.

1980년대 이후에는 강성마약도 잇따라 수면 위로 올랐다. 1986년에 가수 김태화와 채은옥, 배우 김부선이 필로폰 상습복용 혐의로 구속된 것이 시작이었다.

1990년에는 유명 모델 노충량이 모델 9명 등과 코카인, LSD 등을 상습 복용한 사실이 드러나 사회적으로 큰 파장이 일어났다.

2012년에는 수면마취제인 프로포폴을 상습 투약한 연예인들이 대거 적발돼 연예계가 술렁였다. 방송인 에이미, 배우 이승연, 박시연, 장미인애 등이 미용 시술과 통증 치료를 빙자해 프로포폴을 상습적, 불법적으로 투약한 혐의로 재판을 받았다.

최근 특성은 연예인 등 상류층의 우월감 작용
‘엘리트 중심 대중문화’의 어두운 그늘


최근 마약 사건은 과거와 달리 연예인이나 상류층의 우월의식에서 비롯됐다는 진단이다. 유학파 연예인 재벌가 후손 등 외국에서 마약을 접한 부류들이 ‘그들만의 의식’으로 함께 어울려서 마약을 투약하는 현상이다.

1970,80년대와 달리 요즘 연예인은 막강한 문화권력과 부를 가진 명실상부한 상류층이다. 특히 우리나라 가요 등 연예계가 스포츠에서 올림픽 금메달을 추구하듯 대형 기획사에서 키워내는 글로벌 스타 위주, ‘엘리트 중심 대중문화’로 치닫다 보니 마약복용 등 이들의 일탈이 국가, 사회적으로 미치는 파장은 클 수 밖에 없다.

대중들이 ‘스타’의 소소한 일상까지 모방하는 세태에서 최근 연예계에서 범람하는 마약까지 그 대상이 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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