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14)로버트 할리로 번진 연예계 마약사태의 4가지 충격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4-09 11:33   (기사수정: 2019-04-09 1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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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체포된 방송인 하일(미국명 로버트 할리) 씨가 9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에서 조사를 마친 후 수원남부경찰서 유치장으로 입감되고 있다. [사진 제공=연합뉴스]

[뉴스투데이=이태희/편집인]

친근한 아저씨 이미지로 성공한 연예인까지 파고든 '검은 유혹'

방송인 로버트 할리(한국명 하일·61) 씨가 지난 8일 오후 마약 투약 혐의로 전격 체포됐다. 9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남부경찰청 사이버 수사대는 하 씨가 지난 달 말 마약 판매책의 계좌에 수십만원을 송금한 사실을 확인했다.

할리씨는 필로폰을 건네받아 이달 초 혼자 투약했다는 게 경찰 측 설명이다.

빅뱅의 멤버 승리의 ‘버닝썬 게이트’를 계기로 불거진 연예계 마약스캔들이 남양유업 창업주의 외손녀인 황하나의 필로폰 투약혐의로 번졌고, 급기야 친근한 아저씨와 같은 인상으로 인기를 끌었던 할리씨도 동일한 혐의로 수사를 받게 된 것이다.

이번 연예계 마약사건을 통해 충격적인 사실 4가지가 드러나고 있다.


■ 금욕적 몰몬교도 할리 씨가 선택한 '필로폰', 한국 연예계에 확산 가능성?

마약류에 대한 검경 수사 와중에 유혹에 굴복, 이해하기 어려운 '무모함'

첫째, 할리 씨의 경우, 중독성과 환각증세가 가장 강한 것으로 알려진 필로폰(메스암페타민)을 투약한 혐의를 받고 있다는 점이다. 필로폰에 중독되면 뇌 등에 타격을 입혀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심신이 망가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각 및 정신분열 증상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할리씨는 ‘금욕적 생활’을 강조하는 몰몬교 신자이다. 몰몬교의 본거지인 미국 유타주 출신으로 한국에 포교를 위해 왔다가 정착한 케이스이다. 몰몬교 교리는 술과 담배는 물론이고 카페인이 들어간 음료조차도 금기시한다.

그는 평소에 마리화나(대마초) 흡연에서 대해서도 엄격한 입장이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주 등 일부 주에서 마리화나를 합법화한 것에 대해서 비판하면서 그 ‘중독성’과 ‘폐해’를 강조해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젊은 시절부터 금욕적 생활을 추구해온 할리 씨는 건실한 이미지와 유머감각을 매력으로 삼아 한국 연예계에서 40년 간 활약을 해왔다. 그는 수 일 전에 처음으로 필로폰을 흡입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검경의 연예계에 대한 마약류 수사가 빠른 물살을 타고 있는 시점이다. 그 대담함과 무모함은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이 사실이 의미하는 바는 크다. 한국의 연예계에 빠른 속도로 필로폰 복용 관행이 확산되고 있다는 가정을 배제하기 어려운 근거가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마약류는 대마초, 코카인, 필로폰 등으로 나뉘어진다. 공교롭게도 할리나 황씨 모두 그 폐해가 가장 심각한 필로폰 투약 혐의이다.


■ 일부 한국 청년층, 마약 복용의 ‘위험성’보다 ‘계급성’에 주목

둘째, 연예계 마약사건에 대해 비판적인 여론이 거세지만 일부 청년층 사이에서는 마약의 중독성보다는 ‘부유층의 놀음’이라는 계급적 시각에 비중을 두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9일 뉴스투데이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복수의 직장인들이 “상당수 청년층은 마약의 중독성에 대해 경계하기보다는 마약이 고가에 거래된다는 점에 더 주목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A씨는 “아들과 연예인 마약사건에 대해서 대화하면서 한국이 마약 청정국으로 알려져 있는데 이제 위험해지기 시작한 것 아니냐고 말했다가 아들의 반응이 전혀 달라서 놀랐다”고 밝혔다. “인터넷에서 마리화나 1g을 18만원에 판매하는 데 평범한 회사원이나 대학생이 어떻게 마약을 하겠느냐. 마약은 서민들은 다가갈 수 없는 대상이다”는 게 아들의 반론이었다는 것이다.

물론 이 같은 반론은 한국이 마약청정국의 지위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우려에 대한 논리적 반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약복용이 인간성을 파괴하는 ‘자살적 행위’라는 인식보다는 ‘가진 자의 독점적 유희’라는 관점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두려운 대목이다.


■ 미국의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긍정론 적지 않아

셋째, 한국인들 사이에서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긍정적 심리가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뉴스투데이 취재에 따르면, 마약류중 가장 중독성과 폐해가 적다고 알려진 마리화나 합법화에 대한 긍정적 심리가 적지 않다

또 다른 직장인 B씨는 “회사의 직원들과 마약사건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던 중 경악을 금치 못했다”면서 “한 젊은 사원이 ‘미국은 상당수 주에서 마리화나를 합법화했지만 여전히 세계 최강의 국가이다’면서 마약의 심각한 폐해를 가볍게 여기는 생각을 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B씨는 “천문학적 인플레이션으로 망해버린 베네수엘라는 마약상이 지배하고 있는 국가이고, 미국은 금욕적 자기실현을 위해 전력투구하는 상위 1%의 엘리트가 이끌어가는 국가라고 강조했지만 그 직원은 별로 공감하지 않는 눈치였다”고 전했다.

그는 “최근 연예계 마약사건들은 특정 직업군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마약에 대한 경계심이 이완되고 있다는 사실을 드러내준 단면적 사례일지도 모른다”고 주장했다.

직장인 C씨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솔직히 마리화나는 담배보다 중독성이 약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굳이 금지할 필요가 있느냐”고 반문하면서 “과거 우리나라 시골에서 마를 재배하는 경우 대마초를 한 모금씩 피는 관행도 적지 않았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과거 군사독재였던 박정희 정권이 반체제 성향이 강한 통키타 가수 등이 대마초를 피우자 집중단속했던 게 유산으로 남아있다”면서 “코카인이나 필로폰은 금지해야 하지만 대마초 흡연을 범죄로 취급하는 것은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대마초에 대한 관대한 시선은 마약청정국 지위의 상실과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 매년 1만여명의 마약류 사범이 검거되고 있다. 이는 인구 10만명 당 24.3명 꼴이다. 마약청정국은 10만명 당 20명 미만의 마약사범 수를 유지할 때 붙는 칭호이다. 한국은 이미 마약청정국의 위치를 상실한 상태라고 볼 수 있다.


■ ‘위험한’ 범죄조직 접촉 대신 ‘안전한’ 온라인 통한 마약 구매 시스템 정착

넷째, ‘손쉬운 마약 유통’이 4차 산업혁명 시대의 부작용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다. 할리씨는 물론이고 황씨 그리고 대마초를 밀반입한 혐의로 대법원의 유죄판결을 받은 유시춘 EBS이사장의 아들 신모씨 등은 모두 ‘온라인’을 통해 마약류를 구매했다.

대마초, 코카인, 필로폰 등 모든 종류의 마약류가 온라인 상에서 구매 가능한 실정임이 확인되고 있다.

신변의 위험을 무릅써야 하는 범죄조직과의 직접적인 접촉 없이도 안전하게(?) 원하는 마약류를 구입할 수 있는 ‘시스템’은 마약유통을 부추길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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