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속초-강릉 산불에 달려간 소방관, 평균 수명 59세에 ‘국가직 전환’은 낮잠
박희정 기자 | 기사작성 : 2019-04-06 06:37   (기사수정: 2019-04-06 0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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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일 오전 전날 강원도 고성군 토성면에서 시작된 산불이 번진 속초시 미시령길 인근 폐수집장에서 소방대원들이 화재진압 작업을 벌이고 있는 모습(왼쪽)과 5일 오전 동해 망상오토캠핑장 인근에 전국 각지에서 모인 소방서 차량이 주차된 광경. [사진 제공=연합뉴스]

강원도 산불지역 특별재난지역 지정 검토

재난지역 주민은 국고지원, 세금감면 등 혜택 받아

목숨 걸고 화재 진압한 소방관들은 ‘빈손’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자살자 많지만 대책은 전무

유일한 해결책은 ‘국가직 전환’, 정부 여당과 국회의 무책임으로 관련 법 처리 '낮잠'

[뉴스투데이=박희정 기자]

강원도 고성·속초, 강릉·동해 지역 산불 피해가 역대급으로 악화되면서 특별재난지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커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5일 청와대 내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긴급회의를 갖고 “현장에 가신 이낙연 총리와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상황을 점검해 특별재난지역 지정 검토를 서둘러 달라”고 말했다. 여의도 면적(290㏊)보다 크고, 축구장 면적(7천140㎡) 735배에 달하는 지역이 그 대상이다.

특별재난 지역은 총 복구 비용 중 지방비 부담액의 50∼80%에 대해 국고 지원을 받게 된다. 주민생활 안정을 위한 특별 교부금도 지원받을 뿐만 아니라 국세와 지방세를 감면받거나 징수 유예를 받을 수 있다.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보험료도 30∼50%가 경감된다.

그러나 현장에 달려가 목숨을 걸고 화마를 진압하고 있는 전국의 소방관들은 ‘해당 사항’이 없다. 소방관들은 화재 진압 중 중상을 입거나 사망하는 산업재해에 무방비 상태로 노출돼 있다.

그로 인해 평균 수명은 58.9세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 81세보다 20년 이상이 짧다. 소방관의 단명은 화재 진압 과정에서 발생하는 순직자뿐만 아니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으로 인한 자살자 수가 다른 직군에 비해 압도적으로 높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소방관 1만 명당 순직자 수는 2013년 기준으로 미국의 1.8배, 일본의 2.6배에 이른다. 열악한 근무여건과 지원체제가 그 주범이라는 게 현장의 목소리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방관 1인당 위험수당은 출동 횟수와 무관하게 월 6만원으로 10년 이상 고정돼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자살자 수는 순직자 수를 넘어선다. 지난 2015년 ‘소방관 자살 현황 및 순직자 현황’에 따르면 2010년~2014년 자살한 소방관 수는 35명이다. 같은 기간 순직한 소방관 수 33명보다 2명이 더 많았다.

소방청의 소방관 심리 평가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방관에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가 발생하는 비율은 일반인보다 10배 이상 높다.

지난 2017년 9월 강릉 석란정 화재 당시 소방관 2명이 순직했을 당시 현직 소방관은 뉴스투데이에 보낸 ‘특별기고’를 통해 “끔찍하고 참혹한 사고현장을 다반사로 목격하는 소방관들 상당수가 PTSD로 고통받고 있지만 겉으로 보이는 질병이 아니라는 이유만으로 ‘직무상 상해’ 인정을 받지 못한다‘고 호소했다.

PTSD로 휴직했다가 복직한 그는“ 매일 마다 1구의 시체를 보는 곳이었다, 엄사 피우는 거 좋아하지 않는다. 우울증에 자살시도까지 했었다”면서 “출근을 해서도, 집에 와서도 삶이 망가져 갔고, 가정에서도 나는 폭군이 되어갔다”고 토로했다.

현실적이고도 거시적인 해결책은 현재 지방직인 소방관을 국가직으로 전환시키는 방안이다.

지방자지단체별로 재정 사정이 달라 열악한 처우와 근무제도에 시달리는 소방관들이 국가직으로 전환되면, 평균적인 근무여건과 보수 등의 복지향상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된다.

문 대통령은 2017년 9월 강릉화재 직후 자신의 대선공약이었던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을 조속히 시행해 줄 것을 당부했고,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그 해 10월 “2019년 1월부터 국가직 전환을 시행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대상은 5만명에 달하는 소방직 공무원 전원이다.

그러나 문 대통령, 정부, 국회 등은 ‘망각’에 빠져 있다는 게 일선 소방관들의 하소연이다. 소방청 등에 따르면 소방관 국가직화를 위해서는 소방기본법, 소방공무원법, 지방공무원법 등 소위 ‘신분 3법’과 지자체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법률 등 모두 4가지 법률 개정안을 국회에서 처리해야 한다.

그러나 지난 해 11월 국회 법안심사소위는 정족수 미달로 이들 법안을 통과시키지 못했다. 4월 임시국회에 이들 법안 처리 문제는 아예 안건에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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