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52시간 근무 위반 ‘형사처분’ 시작, 최대 변수는 ‘카톡 업무지시’와 중장기 경쟁력 훼손
박희정 기자 | 기사작성 : 2019-04-01 1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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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러스트제공=연합뉴스]

대형 회계법인 직원 P씨, 옆 부서 선배가 퇴근 ‘강요’?

주 52시간 근무제 계도기간 마쳐, 위반시 1일부터 처벌

시정명령 4개월 이후 이행치 않으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

[뉴스투데이=박희정 기자]

국내 굴지의 회계법인에 근무하는 직원 P씨(여)는 ‘희한한’ 사건을 겪었다. 간단한 잔무를 처리하기 위해 6시가 넘어서 자리에 앉아 있었더니 퇴근하던 옆 부서의 선배가 “아직 남아 있으면 어떻게 하느냐”면서 “당장 퇴근하라”고 권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퇴근 준비하는 부서장에게 “며칠 뒤면 주 52시간근무제를 위반하면 처벌받는다”고 뼈있는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부서장은 약간 당황한 표정을 지으면서 빨리 퇴근하라고 지시했다. P씨는 등 떠밀려서 해가 지기 전에 가족이 기다리는 집으로 향할 수 있었다.

업무 특성상 야근을 밥먹듯이 하던 과거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을 느낄만한 변화였다.

300인 이상 대기업과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지난 해 7월부터 시행돼온 주 52시간 근무제가 지난 달로 계도 기간을 마치고 1일부터 원칙대로 시행된다. 전체 임금 근로자 중 14%인 277만명이 대상이 된다.

위반 기업은 시정명령을 받게 되고 이후 최장 4개월 동안 이행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과 같은 형사처분을 받을 수 있다. 벌금형을 받을 경우 큰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위반기업’으로 찍힌다는 정치사회적 부담이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대부분 대기업들은 ‘준비완료’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현대차 및 기아차 등은 매달 하순쯤에 직원 개개인에게 ‘그 달의 남은 근로시간’을 통보한다. 더 근무를 하고 싶어도 못한다. 일과 이후에도 책상을 지키는 게 ‘애사심’의 상징이었던 시절은 흘러간 과거가 됐다. 일과시간 이후에 서류를 뒤적이고 있으면 오히려 ‘무능력자’로 찍힐 우려가 큰 시대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SK이노베이션, 현대위아, 두산인프라코어 등과 같은 상당수 대기업들은 아예 'PC 오프제'를 실시하고 있다. 일과 시간 이후에는 PC가 자동으로 꺼져 집에 갈 수밖에 없게 만든다.

대신에 선택적 근로시간제, 재량근로제, 자율출퇴근제 등을 병행함으로써 불필요한 야근 근무의 필요성을 원천봉쇄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기업에 다니는 직장인들의 근로시간은 현저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KT와 BC카드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 3개월을 맞아 유동인구 빅데이터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해 8월 1일∼9월 16일 광화문 일대 직장인의 하루 평균 근무시간(체류시간)은 작년 동기보다 평균 55분 줄은 것으로 집계됐다.


건설, 기계, 대기업 연구개발 등은 경쟁력 훼손 부작용 우려

남은 문제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산업 및 직군에 대한 제도적인 보완책이 미비하다는 점이다.

산업별로는 건설, 기계, 화학 업종 그리고 직군별로는 대기업 연구개발(R&D) 관련 부서 등은 주 52시간 근무제의 강행으로 인해 단기적인 업무차질 뿐만 아니라 중장기적인 경쟁력 훼손의 부작용까지 겪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한건설협회는 지난달 17일 국회에 제출한 건의문에서 “대표적인 노동집약적 산업인 건설업은 대부분 옥외에서 작업하고, 여러 업체가 협업을 하기 때문에 근로시간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면서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 등을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을 강력 주문했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못한 것도 또 다른 문제점을 낳을 수 있다. 정부여당은 현행 3개월인 단위기간을 6개월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중이지만 자유한국당과 재계는 1년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 및 ‘카톡 업무지시’가 남은 과제

이로 인해 국회에서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와 관련된 근로기준법 개정안 처리가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일 국회를 방문해 여야 정당 대표에게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을 포함한 핵심 노동 법안의 조기 통과를 요청했으나 큰 소득을 얻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무직 직원에 대한 일과 이후 혹인 휴일의 ‘카톡 업무 지시’가 의외의 복병이 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PC오프제로 인해 일과 이후 업무가 불가능하지만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카톡 지시는 그 필요성이나 상사의 스타일 등으로 인해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한 대기업의 관계자는 “직장 동료 및 선후배 간에 이뤄지는 카톡 대화가 사적인 내용인지 업무에 관한 것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면서 “관계가 좋을 때는 넘어갈 수 있지만 불화가 생기면 카톡 대화를 업무지시라고 주장하는 불상사가 생길 수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자료에 따르면 업무 시간 외 스마트기기로 일한 경험이 있는 직장인은 70%가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휴일 집에서 상사로부터 카톡 업무 지시를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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