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고 있는’노동부와 국회가 만든 '새불씨', 내년 최저임금 ‘중복 심의’해야
이재영 기자 | 기사작성 : 2019-03-29 14:17   (기사수정: 2019-03-29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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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9일 고용노동부는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가 지연됨에 따라 일단 현행법에 따라 심의를 시작한 뒤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개정안에 따라 '재심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이는 노동계의 반발을 초래하는 '새불씨'가 될 것으로 우려된다. 사진은 최저임금위원회 CG [사진제공=연합뉴스TV]

최저임금법 개정안 처리 못해 일단 현행법에 따른 최저임금 심의 시작

개정안 통과되면 ‘구간설정위원회-결정위원회’ 시스템으로 재심의 방침

개정안의 ‘이원화 시스템’ 반대해온 노동계에 새로운 ‘절차상 빌미’ 제공

[뉴스투데이=이재영 기자]

고용노동부와 국회가 최저임금법 개정안을 적기에 마련해 통과시키지 못함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심의는 ‘중복 심의’라는 초유의 사태에 직면하게 됐다. 이는 노동계 등 최저임금 심의방식의 변경을 반대하는 노동계측에 중대한 비판의 구실을 제공할 것이라는 우려가 벌써부터 제기되고 있다.

‘놀고 있는’ 노동부와 국회로 인해 가뜩이나 논란이 많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문제가 절차부터 꼬여가고 있는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29일 “현행 최저임금법 제8조 제1항 및 동법 시행령 제7조에 따라 오늘 최저임금위원회에 2020년 적용 최저임금에 관한 심의를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될 경우 개정안에 따라 다시 심의를 하겠다는 게 노동부 방침이다. 노동부는 “현재 국회에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과 관련된 법 개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것을 고려해 심의 요청 공문에 최저임금법이 개정되는 경우 개정된 법에 따라 최저임금 심의 요청 절차 등이 다시 진행될 수 있음을 함께 명시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현행 최저임금법과 시행령에 따르면, 노동부 장관이 매년 3월 31일까지 최저임금위원회에 다음 년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해야 한다. 공익위원 9명, 근로자위원 9명, 사용자위원 9명으로 구성된 최저임금위가 6월 29일까지 다음 해의 최저임금액을 결정하면, 노동부 장관은 8월 5일까지 확정해 고시하게 돼 있다.

그러나 개정안에 따르면, 최저임금위원회는 전문가들만 참여하는 구간설정위원회와 노·사·정이 참여하는 결정위원회로 이원화된다. 전문가들이 경제여건 등을 감안해 다음 해의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정해주면, 공익위원-근로자위원-사용자 위원 등으로 구성된 결정위원회가 최저임금을 최종 확정하는 ‘이원화된 시스템’이다.

이는 2020년 최저임금을 1만원으로 올린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을 이행하기 어렵다고 판단, 최저임금 인상 ‘속도 조절’를 위한 결정체계 변화로 해석되고 있다.

따라서 정부가 현행법에 따라 최저임금을 심의하는 트랙을 진행하다가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다시 ‘이원화된 시스템’에 입각해 재심의를 할 경우 노동계가 ‘절차상의 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관측된다.

더욱이 노동계는 개정안 처리가 지연되자 현행법에 따른 최저임금 심의를 요구해왔다. 현행법과 개정안에 따른 ‘중복 심의’ 과정은 노동계의 반발을 격화시킬 가능성이 높은 상황인 것이다.


류장수 위원장 등 공익위원 8명은 사표 제출 상태, 현행법에 따른 심의도 불투명

인사청문회 등으로 여야 갈등 심화, 최저임금법 개정안의 시한 내 처리도 불투명

더욱이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 8명은 최근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을 염두에 두고 사표를 제출한 상태이다. 이들의 사표는 아직 수리되지 않고 있지만, 현행법에 따른 최저임금위원회의 심의가 시작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기존 위원들이 어차피 중도에 포기해야 할 심의과정을 적극적으로 진행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개정안이 법정시한 내에 처리될지 여부도 불투명하다. 따라서 국회에 계류된 76건의 최저임금법 개정안 중에서, 더불어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의 경우 내년도 최저임금 심의 요청 시한과 고시 시한을 각각 5월 31일과 10월 5일로 2개월씩 늦췄다.

기획재정부는 최저임금이 내년도 예산편성의 기준이 된다는 점을 감안해 고시 시한을 9월 5일로 당겨야 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동부는 다음 달초 개정안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인사청문회 등으로 인해 갈등을 거듭하고 있는 여야 정당이 그 기대에 따라줄 지는 미지수인 형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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