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13) ‘부자’ 된 김종갑 한전사장과 ‘빈자’된 박원순 서울시장, 그들에게 박수를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3-29 06:21   (기사수정: 2019-03-29 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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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8일 서울 마포구 공덕동 서울창업허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서울시 예산정책협의회'에서 환영사를 하고 있는 박원순(왼쪽) 서울시장과 지난 해 10월 16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위원의 질의에 답하고 있는 김종갑 한국전력공사 사장. [사진제공=연합뉴스]


김종갑 한전사장은 큰 부자 되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꾸준히 가난해져

두 인물의 엇갈린 재산형성, ‘직업 윤리’로 설명 가능

[뉴스투데이=이태희/편집인]

정부와 지자체 공직자윤리위원회가 28일 관보를 통해 공개한 ‘2109년 고위공직자 재산변동사항’을 보면, 두 인물이 흥미롭다.

김종갑(68) 한국전력공사 사장과 박원순(63) 서울시장이 그들이다. 전자는 단기간에 갈수록 큰 부자가 됐고, 후자는 꾸준히 가난해지고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을 성공의 지표라고 착각하기 쉽다. 이 기준에 따르면 김종갑 사장은 능력자이고, 박원순 시장은 무능력자에 불과하다. 특히 ‘연봉’을 직업의 제 1기준으로 삼는 청년층들이 그렇게 본다면 안타까운 일이다.

이런 잣대야 말로 직업의 본질을 외면한 단순논리이다. 모든 직업은 서로 다른 목적을 갖고 있다. 그 목적이 조화를 이루어 한 사회를 구성한다. ‘시장’ 종사자들은 ‘사익’ 추구가 그 직업의 목적인 반면에 공공부문 종사자들은 ‘공익’을 근거로만 존립할 수 있다.

김 사장은 ‘공직’에서 ‘시장’으로 방향틀어, ‘재산 급증’은 직업정신과 부합

따라서 김 사장과 박 시장은 모두 박수를 받아야 마땅하다. 김 사장은 공직자 출신이지만 인생의 방향을 틀었다.

행시 17기로 공직에 입문한 김 사장은 지난 2006년 산업자원부 1차관을 마지막으로 ‘시장’에 진출한다. 이후 굴지의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10년 이상 지냈다. 2007∼2011년 하이닉스반도체 대표이사 사장, 2011∼2018년 지멘스 대표이사 회장을 역임했다.

그 결과 재산이 100억원 가깝게 늘었다. 2006년 1차관 시절 신고재산은 24억 8747만원이었다. 당시에도 공직자치고는 거액 자산가 축에 들었다. 이유는 분명하다. 배우자의 토지 상속 등이다. 처가가 재력가인 셈이다.

이번에 신고된 재산 총액은 122억 1074만 2000원이다. 연봉등을 저축한 결과라고 한다. 6배 에 육박하는 증가율이다. 일류 대기업의 CEO연봉과 퇴직금 규모를 가늠케 해주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사장의 치부는 문제가 없다. 국회의원이나 장관을 하면서 100억원을 더 저축했다면 검찰 수사감이지만, 10여년 동안 일류 대기업 대표를 지냈던 사람인 탓이다.

공공부문에서 출발했으나 인생관을 틀어 시장으로 갔다면 돈을 잘 번 사람이 유능한 사람이다. 아직도 한전의 사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니 그의 재산은 더욱 불어날 것이다.

‘시장’에서 ‘공직’으로 선회한 박원순 시장, 채무 증가는 흠이 안돼

반면에 박원순 시장의 재산은 지난 해 말 기준으로 -7억3650만원으로 신고됐다. 2017년 신고액 -6억2989만원보다 부채가 1억660만원이나 증가했다. 박 시장은 지난 7년 연속 주요 공직자 중 재산총액 최하위였다.

이번에는 다행스럽게도(?) 배우자의 사업실패로 인해 -13억8697만원을 신고한 진선미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밀려 끝에서 두 번째를 유지했다.

박 시장의 마이너스 재산상태는 좀 심해 보이기는 하지만 직업의 본질로 따지면 정상적이다. 그는 '시장'에서 큰돈을 벌 수 있었던 변호사 자격증 보유자이지만 참여연대, 아름다운 가게 등을 주도한 시민운동가 출신이다. 그가 연거푸 세 차례나 차지한 서울시장이라는 직업도 핵심 공직이다.

상당한 연봉을 받을 것으로 추측되는 박 시장의 재무상태가 악화되는 이유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도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 반대 정파에 의해 ‘정치 쇼’라는 비판을 종종 듣지만, 박시장의 정책은 확고한 공공성을 지향하고 있다.

‘시장’에서 활동할 수 있었던 박 시장은 인생관을 바꾸어 공적 가치 실현을 위한 길을 선택했다. 그 결과 부채가 쌓인다고 해도 박 시장이 직업적 능력을 의심받을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공직’을 선택하고 ‘시장’을 부러워한 전직 장관 A씨는 불행해져

두 사람 모두 직업적 선택과 목표가 일치하는 경우이다. 문제는 양자가 불일치하는 경우이다. 필자는 십 수 년 전에 장관직에 오른 A씨의 푸념을 들은 적 있다. 그는 대한민국 관료사회를 지배해온 서울법대에 사법고시 출신이었고 줄곧 공직에 몸을 담아왔었다.

축하인사를 건네자 그는 다른 이야기를 했다.

“서울 법대 동기 중에서 사법고시를 떨어진 친구들은 대기업을 갔다. 그 친구들은 당시만해도 일종의 루저였다. 하지만 이젠 위너이다. 대기업 사장을 지내고 나니 수백억원대 자산가가 됐다. 하지만 나는 장관을 한다고 해도 노후를 안심하지 못할 형편이다”

그의 고백은 솔직했고 울림이 있었지만, 불길해보였다. 직업적 선택과 목표의 불일치가 선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공직을 선택했으면 ‘공적 가치’의 실현에 대해 고민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능력자들이 이룬 부유함을 부러워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A씨는 이후에도 또 다른 장관급 공직을 지냈지만, 각종 혐의로 사법처리를 받았다. 그의 불행에는 다른 정치적 배경도 적지 않지만, ‘불일치’가 가장 큰 화근이 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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