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직원들 서로 다른 ‘오너 리스크’로 곤혹
이재영 기자 | 기사작성 : 2019-03-2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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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북부지역본부 앞에서 열린 국민연금·사학연금·공무원연금의 대한항공 조양호 회장 이사연임 반대 주주권 행사 촉구 기자회견에서 변희영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오른쪽 다섯번째)이 발언하고 있는 광경(왼쪽)과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날 경북 경산 자동차 부품업체 주식회사 일지테크를 방문해 생산 공장을 둘러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대한항공은 ‘도덕성 리스크’, 아시아나 항공은 ‘유동성 리스크’

성격은 다르지만 임직원들은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시달려


[뉴스투데이=이재영 기자]

우리나라 양대 항공사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항공 임직원들이 서로 다른 ‘오너 리스크’로 불안에 떨고 있다. 대한항공은 ‘도덕성 리스크’이고 아시아나 항공은 ‘유동성 리스크’이다. 하지만 회사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임직원들을 억누르고 있다는 점에서는 유사하다.

우선 대한항공은 27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노동계가 일제히 조양호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반대 주주권 행사를 주장하고 나서는 등 사회적 압력이 거세지고 있다. 대한항공이 양호한 경영실적을 거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 회장 일가의 ‘갑질 파문’으로 인해 조 회장의 경영권 행사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국민연금, 사학연금, 공무원연금 등 3개 연금공단 노조와 참여연대 및 민주노총 등은 25일 "연금공단이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의 사내이사 연임반대 주주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국민의 이익을 대변하겠다고 한 국민연금이 조 회장의 연임반대 의결권을 행사하는 것은 국민의 뜻에 따르는 당연한 도리이다”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서울 서대문구 국민연금공단 서울 북부지역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학연금과 공무원연금 역시 연임 반대 의결을 해야 한다”면서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상식 이하 '갑질'은 이미 국민적인 지탄의 대상이 됐음에도 대한항공이 조 회장의 이사 연임 안건을 버젓이 상정시킴으로써 경제 정의와 사회 공익이 도전받고 있는 현실이다”고 역설했다.


조양호 대한항공 회장 사내 이사 연임안, 가결 가능성 확실치 않아

참여연대 소액주주 반대운동 주도하고, 국민연금 등은 선택두고 고심 중

더욱이 참여연대는 소액주주 위임장을 확보해 조 회장 연임을 위한 적극적인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은 고민에 빠져 있다. 국민연금의 대한항공 보유 지분율은 11.56%다. 대한항공 최대 주주인 한진칼 보유 지분은 29.96%다. 최대 주주 및 특수관계인 즉 조 회장 우호지분은 33% 정도다. 특별안건인 조 회장 연임안은 주총 참석 주주 중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관심사는 대한항공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이 어떤 선택을 할지다. 참여연대 등 움직임에 동조해 연임 반대표를 던질 경우 연금사회주의 논란이 증폭될 수 있어 선택이 쉽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의 연임에 대한 국민여론은 부정적인 것으로 평가된다. 반면에 경영실적은 양호한 편이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유가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을 증대하는 성과를 거뒀다. 주가도 이러한 영업실적 덕분에 지난 해 상반기 오너 일가의 갑질 논란으로 불매운동, 국적기 박탈 청원 등이 뜨겁게 전개됐으나 주가도 선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민연금이 조 회장 연임 안에 대해 반대표를 던질 경우, ‘국민의 노후’보다 ‘노동계의 선동’에 동조해 연금사회주의를 선택했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대한항공 임직원들도 조 회장 일가의 ‘갑질’에 대해서는 비판적이지만 ‘경영권 불안’은 원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감사보고서 ‘한정 의견’서 촉발된 아시아나항공 사태, 유동성 위기 악화 우려

최종구 금융위 위원장, 박삼구 회장 등의 ‘성의있는 조치’를 해법으로 제시

박 회장의 선택에 따라 향후 사태 흐름 달라질 듯

아시아나 항공의 상황이 좀 더 심각하다는 관측도 있다. 잇따른 금융 제한 조치를 받게 되면서 심각한 유동성 위기에 빠질 가능성도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금호그룹 전반으로 위기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그러나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25일 이 같은 ‘비관론’에 대해 강한 어조로 반박하면서 오히려 회사측과 오너인 박삼구 회장의 ‘성의 있는 조치’를 요구했다. 현재의 유동성 위기는 회사측의 충실한 자료 제출과 박 회장의 노력을 통해 극복될 수 있다는 낙관론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하지만 역으로 박 회장 등이 충분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유동성 문제가 악화될 수 있다는 경고로도 해석될 수 있다. 결국 아시아나 항공의 경우도 ‘오너 리스크’라는 게 최종구 위원장의 분석인 셈이다.

아시아나항공 사태는 감사인인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22일 2018년 아시아나항공의 재무제표 감사보고서에서 "충분하고 적합한 감사증거를 입수하지 못했다"며 한정 의견을 내리면서 촉발됐다.

이로 인해 아시아나항공 주식과 상장 채권은 거래 정지됐다. 상장 채권은 내달 8일 상장 폐지될 예정이다. 채권시장은 이로 인해 1조원이 넘는 아시아나항공 자산유동화 증권(ABS)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국신용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 신용평가사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하향 검토대상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의 신용등급(BBB-)을 투기등급(BB )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럴 경우 ABS에 대한 조기상환 요구가 제기될 수 있다. 유동성 위기는 심각해지는 것이다.

그러나 최종구 위원장은 아시아나 항공이 감사의견 ‘한정’을 받았지만 정상적으로 시장성 차입금을 상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25일 대구·경북 지역 자영업·자동차부품산업 현장을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들과 만나 “ABS는 자산이 뒷받침된 채권이고, 향후 매출채권을 담보로 발행된 것이므로 기업이 정상적으로 영업을 한다면 상환에는 문제가 없는 게 일반적이다”고 말했다. ABS등을 둘러싼 항간의 우려는 과장된 시각이라는 입장을 취한 것이다.

그는 “아시아나가 한정 의견을 받는 것은 영업력이나 현금흐름 문제가 아니라 감사 증거가 불충분하고 적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면서 “회사측이 최대한 이른 시일에 감사의견을 수정할 수 있게 노력한다고 하니 한번 지켜봐달라”고 주문했다. “회계법인인 감사의견을 수정한다면 기존의 차입금 상환 등을 포함해 당장 자금 흐름엔 큰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최 위원장은 “근본적으로 회사와 대주주가 좀 더 시장이 신뢰할 수 있는 성의 있는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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