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 인터뷰] 미술 ‘구독경제’ 개척한 ‘핀즐’ 진준화 대표, 1인가구 문화적 취향 저격
박혜원 기자 | 기사작성 : 2019-03-20 06:18   (기사수정: 2019-03-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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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핀즐 진준화 대표가 지난 19일 역삼동 디캠프에서 본지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혜원 기자]

구독경제·1인 가구 키워드와 만난 핀즐의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

국내서 살 수 없는 해외 작가의 아트 프린트 한 달에 한 번씩 교체

1년 반만에 월 고객 1000명 확보, 아이디어 좋아 초기 어려움도 적어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구독경제는 4차산업의 핵심 비즈니스 중 하나다. 물론 과거에도 구독경제는 존재했다. 신문이나 우유 배달 등의 형태로 말이다. 그러나 현재의 구독경제는 영화나 음악 등의 ‘콘텐츠’에 집중한다. 한번 즐기면 만족도가 급격히 하락하는 디지털 콘텐츠들을 하나의 플랫폼 안에서 무제한으로 즐길 수 있다면 소비자는 시간과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

‘핀즐’ 진준화 대표(34)가 선택한 콘텐츠는 그림이다. 핀즐은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해외 아티스트를 선정해 단독 계약을 맺어 국내에 들여온다. 핀즐 정기구독 서비스를 결제한 고객들은 가정이나 오피스에 걸어놓을 수 있는 A1 사이즈의 디지털 프린트를 한 달에 한 번씩 받아볼 수 있다.

지난 2017년 9월에 설립된 핀즐은 현재 1000여 명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다. 창업 초기 홍보 비용으로 창업 자금의 대부분을 소진하는 대부분의 스타트업과 달리 핀즐 진준화 대표는 “처음부터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이처럼 핀즐이 단기간에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1인 가구의 증가세 역시 핀즐의 인기 요인 중 하나다. ‘사치품’에 가까운 그림 컨텐츠에 가치 지향적 소비 경향이 강한 1인 가구 고객이 유독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는 것이 진 대표의 설명이다.

핀즐은 지난 2018년 6월 동국대학교 창업진흥센터 지원기업으로 선정돼 지원을 받고 있다.

동국대학교는 1999년 창업보육센터(서울)로 지정된 것을 시작으로 2009년 고양 BMC 창업보육센터를 설립하고 지난 2011년에 창업선도대학으로 지정되는 등 창업 인재 양성 기관으로 거듭나고 있다.

동국대학교 창업 담당 기관인 ‘창업지원단’은 입주기업 창업공간을 제공하고 사업화를 지원하는 ‘창업보육센터’와 학생 창업지원 및 창업교육을 담당하는 ‘청년기업가센터’, 창업선도대학 육성사업 등 전반적인 창업지원 프로그램을 담당하는 ‘창업진흥센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뉴스투데이는 지난 19일 역삼동에 위치한 ‘디캠프’에서 진준화 대표와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현재 핀즐은 국내 금융기관 20곳이 지난 2012년 설립한 은행권청년창업재단의 창업공간 ‘디캠프’에 입주해 있다. 다음은 인터뷰 내용.

스포츠 마케팅 했던 진대표, 신혼집 인테리어하다 아이디어 떠올려

가치 지향적 소비 경향 강한 1인 가구가 고객의 70%


Q. 창업은 어떻게 결심하게 되었나?

A. 창업 전 다니던 회사를 퇴사하기 직전 결혼을 하게 되었다. 신혼집 인테리어를 하던 중 거실에 그림을 하나 걸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적당한 가격의 작품은 마음에 들지 않았고,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다고 해도 한국에서 구할 방법이 없었다.

사실 그림과 같은 콘텐츠는 오랜 시간 걸고 있으면 익숙해지는데 구매 비용은 많이 든다. 이 일을 계기로 한 달에 한 번씩 다른 그림을 걸어 분위기를 전환할 수 있는 ‘그림 정기구독’ 서비스를 기획하게 되었다.

Q. 창업 이전의 경력은.

A. 전혀 다른 일을 했다. 대학 졸업 후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스포츠 마케팅 회사에 다니며 스포츠 선수 에이전시 업무를 맡았다. 스포츠 용품을 유통하거나 스포츠 컨셉의 펍을 기획하는 등의 일을 했다. 그러던 중 사업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아트 프린트와 함께 해외 아티스트와의 인터뷰 동영상도 제공

Q. 핀즐이 제공하는 다른 서비스는.

A. 아트 프린트 외에도 현지에서 아티스트와 진행한 인터뷰를 바탕으로 제작한 50쪽 분량의 매거진과 인터뷰 영상을 고객들에게 보낸다. 따라서 단순히 인테리어를 위해서만이 아니라 그림 분야에 대한 지식을 쌓고자 하는 고객들이 반응하는 것 같다. 고객들에게 예술에 대한 문턱을 낮추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다.

Q. 핀즐은 주로 어떤 고객들이 찾나?

A. 전체 구독자의 70%는 개인 고객이고 나머지 30%는 기업 고객이다. 개인 고객은 30대 중반의 1인 가구나 신혼부부가 가장 많다. 남녀 비율은 거의 똑같다, 기업 고객은 스타트업 등 분위기 전환이 필요한 사무실에서 많이 주문한다.

Q. 원화를 실제 구매하는 것과 대비해 어느 정도 가격이 절감되는 것인가.

A. 작품마다 가격대가 천차만별이라 객관적으로 비교하기는 어렵다. 다만 해외 작가의 원화를 실제로 구매하려면 10만 원에서 500~600만 원까지 든다. 핀즐 정기구독 서비스는 한 달에 3만 원이다.

Q. 회사 규모는.

A. 직원 수는 7명이다. 대표, CTO, 웹 기획자, 큐레이터, 운영 매니저, B2B 영업 담당, 디자이너 겸 상품 기획 MD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 확보된 정기 구독자는 700여 명이며, 정기구독 외의 별도 작품 판매량을 합치면 월 고객은 1000여 명이다.

구독경제 수명 짧다지만 새로운 수요 창출이 공략 포인트

Q. 일각에서는 구독경제 경제모델의 수명이 짧다고 지적한다. 구독 서비스가 점점 늘어나다 보면 한 달에 한 번씩 나가는 고정 비용을 소비자들이 부담스럽게 느끼는 한계 지점이 금방 찾아올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관한 견해는.

A. 어느 정도 동의하는 분석이다. 정기구독이라는 모델 자체가 사실은 우유나 신문처럼 필수품에 잘 맞는 형태다. 핀즐이 제공하는 그림은 사실 사치품이고 정기적으로 소비하려면 금액 부담이 꽤 된다.

하지만 우리는 완전히 대중을 타겟으로 하지는 않는다. 그림을 컨텐츠로 받아들일 여유가 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 최근의 1인 가구는 홈퍼니싱 등 자기 자신을 중심으로 한 소비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어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고 본다.

또한 구독경제의 장점은 한번 서비스가 시장에 자리 잡으면 웬만해서는 소비자들이 구독을 끊지 않는다는 데에 있다. 핀즐은 3, 6, 12개월 단위로 구독을 신청할 수 있는데 아직까지 고객들이 중간에 구독을 중단한 사례는 없다. 고객들을 대상으로 가끔 인터뷰도 진행하는데 핀즐을 통해서 그림을 처음 구매했다는 고객들이 굉장히 많다. 구독경제 시장에 새로운 수요를 창출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작가 소개, 현지 가서 직접 인터뷰

Q. 핀즐이 소개하는 그림은 어떻게 선별되나?

A. 주로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작가를 대상으로 한다. 내부 팀원들의 취향이 많이 반영된다. ‘이 작가의 작품을 아끼는 사람에게 선물하고 싶은가’라는 기준으로 작가를 선별한 뒤 작가의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어느 정도 활동을 하고 업계 반응을 얻고 있는 사람인지 살펴본다. 작가가 최종 선정되면 현지에 직접 가서 아티스트와 인터뷰를 진행하고 계약을 맺는다.

▲ LA에서 신예 작가 Victo Ngai(오른쪽)과 인터뷰를 진행하고 있는 핀즐 소속 하민철 큐레이터[사진제공=핀즐]

문 대통령 만난 ‘벤처기업 간담회’ 현장에서 스타트업의 ‘고용’ 문제 호소

동국대 창업진흥센터 지원으로 인력 보충해 서비스 개발 중

Q. 매번 현지로 작가를 만나러 가면 출장 비용이 굉장히 많이 들 것 같다. 이 부분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

A. 투자의 일환으로 생각하고 있다. 해외 작가들과 맺은 관계를 통해 다른 사업을 계획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작가들의 그림을 그저 벽에 걸어놓는 용도가 아닌 인테리어의 영역으로 적극적으로 끌어올 계획이다. 앞서 핀즐이 소개한 작가 중에는 가구 디자이너도, 설치미술가도 있다. 더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IP 라이선스를 확보하여, 작품 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라이프스타일 등의 MD 상품으로도 확장할 계획이다. 핀즐의 비전은 “글로벌 아티스트와 함께 성장하는 제2의 이케아”가 되는 것이다.

Q. 지난 6일 디캠프에서 열린 ‘벤처기업 간담회’에는 핀즐을 비롯한 스타트업 기업들, 그리고 문재인 대통령이 참석했다. 이날 문 대통령과는 스타트업의 미래에 관해 어떤 이야기를 나눴나.

A. 간담회는 크게 두 가지 행사로 진행됐다. 먼저 다수의 스타트업 종사자 및 관계자들을 초청해 문 대통령의 발표를 진행했다. 대규모 스타트업 전용 펀드를 조성해 4년 동안 12조 원 규모의 투자를 창출하고 유니콘 기업을 2020년까지 20개로 늘리겠다는 내용이었다. 또 대기업이 스타트업을 적극적으로 인수·합병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후 디캠프에 입주한 9개 대표사와 문 대통령이 간단하게 담화를 나누는 시간이 마련됐다. 시간이 짧아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못했다. 문 대통령이 한국 시장 규모가 작아 중국처럼 유니콘 기업이 활발하게 나오지 못하는 한계를 지적하면서 스타트업을 위해 어떤 지원을 해주면 좋겠냐고 물어봐 ‘고용’ 문제가 가장 절실하다고 답했다.

Q. 고용이 실제로 어려운가?

A. 그렇다. 사실 뛰어난 인재는 널리고 널렸다. 문제는 인건비다. 정부에서 이와 관련해 다양한 지원을 해주고 있지만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정보가 너무 없기 때문이다. 신청 절차도 복잡하거나 증빙할 서류가 너무 많은 경우가 많다. 정부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이것만 전담하는 직원이 따로 필요할 정도다.

Q. 동국대학교에서는 어떻게 지원을 받게 되었나. 구체적인 지원 내용은.

A. 동국대학교 창업진흥센터 지원기업 공고를 보고 서류 및 발표 등의 심사를 거쳐 선정되었다. 사업 확장성 등을 기준으로 뽑은 것으로 알고 있다.

가장 크게 지원을 받은 것은 단연 ‘자금’ 부분이다. 사실 스타트업에게는 자금 지원이 가장 크게 도움이 된다. 동국대 창업진흥센터로부터 6000만 원 규모의 사업자금을 받아 앞서 말했던 고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다.

원래 개발자 출신인 CTO가 사이트 운영에 힘을 쓰느라 개발 업무를 전혀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업자금을 통해 사이트를 전담해 운영해줄 직원을 따로 채용해 사용성 개선 등의 개발 업무에 좀 더 힘을 쏟을 수 있게 되었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구독을 신청하려면 결제하기까지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했다. 현재 3, 6, 12개월 단위의 요금, 즉 각각 9만 원, 16만 원, 31만 원을 한 번에 결제해야만 하는데 넷플릭스나 멜론처럼 다달이 자동으로 결제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개발을 진행 중이다.

이밖에도 1박 2일 워크샵으로 ‘SNS 마케팅’ 교육을 받기도 했다. 마케팅 대행사에서 오래 근무한 경력이 있는 온라인 마케팅 강사의 교육을 통해 광고 유입률(인터넷 광고 조회수가 실제사이트 방문으로 이어지는 비율)이 굉장히 높아졌다. 이전에는 같은 마케팅비를 지출해도 1회 클릭에 1000원이 드는 정도였다면 지금은 1회 클릭에 100~200원이 드는 정도로 효율이 높아졌다.

“어려운 시기 있어도 버티다 보면 우연히 좋은 기회 올 것”

카카오메이커스 대표, 서울의 한 책방에 걸었던 그림 보고 직접 연락해와

Q. 예비 창업인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A. 창업 후 어려운 시기가 있더라도 무조건 버티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어제와 똑같은 오늘을 보내라는 말이 아니다.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을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라는 얘기다. 그러면 좋은 기회가 오는 것 같다.

Q. “무조건 버티면 좋은 기회가 온다”는 말을 실감한 사례가 있나.

A. 핀즐은 처음에 와디즈(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에서 서비스를 론칭했다. 그 성과로 텐바이텐이나 29CM 등 대형 유통채널에 입점할 수 있었고, 한 단계씩 올라가다보니 현대홈쇼핑을 통해 생방송 상품 판매도 진행했다. 처음부터 너무 멀리 봤다면 지쳐서 오지 못했을 것이다. 그러나 눈앞의 작은 목표를 하나씩 이루다보니 어느새 과거의 우리가 동경하던 곳까지 오게 되었다.

다른 사례로는, 디캠프 근처에 ‘최인아 책방’이라는 곳이 있다. 제일기획 부사장을 지낸 최인아 씨가 세운 서점으로, 일정한 주제로 독자들에게 책을 추천하는 식으로 운영된다. 창업을 준비하던 시절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며 서비스를 정식 런칭하면 꼭 그림을 걸고 싶다는 목표를 세웠다.

서비스를 런칭하자마자 책방 측에 핀즐을 소개하는 메일을 보냈다. 이를 좋게 본 책방 대표가 책방에 그림을 걸어주었다. 이후 책방에 우연히 방문한 카카오메이커스 홍은택 대표도 그림을 보고 핀즐을 알게 되어 카카오메이커스 본사에 핀즐 그림을 걸고 카카오메이커스 정식 입점 계약도 맺었다. 당시 매출이나 홍보 면에서 큰 도움이 되었던 경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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