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기업은행 직원의 ‘AI 앱’개발, '신 은행원'시대의 도래 증명
이지우 기자 | 기사작성 : 2019-03-18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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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제공=연합뉴스]

IBK기업은행·금감원·한국정보화진흥원 함께 ‘IBK 피싱스톱’ 개발…시범운영 돌입

숨은 주역은 기업은행 IT정보부 이봉기 과장, 금융과 IT지식 겸비한 '신 은행원'의 부상

'신의 직장'인 은행에 입사하려면 '신 은행원'의 자질 키워야


[뉴스투데이=이지우 기자] ‘보이스피싱’이 기승을 부리는 가운데 은행원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한 ‘보이스피싱 잡는 앱’을 개발해 눈길을 끈다. IBK기업은행 IT정보부의 이봉기(32)과장이 바로 그다.

현직 은행직원이 심각한 금융사기를 방지하는 첨단 앱을 개발했다는 사실은 무엇보다도 시중은행의 인력구조 변화방향을 단적으로 드러낸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전통적인 은행원 인력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금융과 IT지식을 겸비한 '신은행원'은 오히려 구인난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소위 '신의 직장' 중의 하나로 꼽히는 은행에 입사하기 위해서는 금융,재무 등은 기본으로 하고 컴퓨터 공학, AI등 4차산업혁명시대를 이끌어가는 기본 학문에 대한 실력을 배양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18일 IBK기업은행에 따르면 금융감독원, 한국정보화진흥원과 함께 AI 기술을 활용한 금융사기 전화를 실시간으로 차단하는 인공지능 앱(App) ‘IBK 피싱스톱’ 시범운영에 들어간다.

그동안 보이스피싱 관련 번호를 알려주는 앱과 서비스는 있었지만 AI를 접목한 앱은 처음이다.

이는 최근 보이스피싱 피해사례가 점점 더 지능화·고도화됨에 따라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고안됐다. 피해건수는 지난 2016년 4만5921건에서 지난해 7만218건으로 53% 늘었다. 세 기관은 지난해 11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IBK 피싱스톱’ 앱 개발을 추진해온 가운데 ‘IBK 피싱스톱’이 그 결실이다.

이번 앱은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고 통화내용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보이스피싱 사기 확률이 일정수준(확률 80%)에 도달할 경우 사용자에게 경고 음성 및 진동 알림을 제공해 피해를 예방하도록 돕는다. 통화내용 분석은 전화번호부에 등록되지 않은 발신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올 경우 통화내용 분석에 들어간다. 주요 키워드, 발화 패턴, 문맥 등을 파악하고 피해사례와 비교 분석해 금융사기 여부를 판단한다.

인공지능이 결합된 ‘IBK피싱스톱’은 최신 보이스피싱 사례가 발생하면 금융감독원을 통해 전달받아 학습정보가 누적돼 적용되도록 하고 있다.

컴퓨터 공학도 출신 이봉기 과장, 부족한 AI지식 공부하면 2년 만에 결실

이봉기 과장은 이처럼 최초로 AI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앱 개발 아이디어를 냈지만 수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2년 동안 앱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AI관련 지식이 부족해 밤을 새우면서 공부하기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장은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지난 2013년 기업은행에 입행해 줄곧 IT정보부에서 근무해왔다. 그러다 2017년 3월 보이스피싱 방지 앱 개발에 나서게 됐다.

특히 이 과장도 보이스피싱에 노출된 적 있어 눈길을 끈다. 이 과장은 얼마 전 ‘서울지방검찰청’에서 “명의가 도용된 사건이 발생해 연락했다”는 연락을 받은 적 있다. 은행원인 이 과장은 바로 알아챌 수 있지만 일반 사람들에게는 마음이 덜컥 내려앉는 소식이다. 이제는 은행원이 아니어도 ‘IBK 피싱스톱’으로 예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다만 개발 과정은 어려웠다. 통화 내용을 분석하는 단계로 나아가려면 최신 기술인 AI를 직접 공부해야 했으며 이 과장은 일과 후나 출퇴근하면서 관련 기술 및 사례를 공부해 6개월 만에 시제품을 만들어냈다. 재작년 11월에는 기업은행 내 자발적 학습조직(COP, community of practice) 발표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해 6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NIA)이 주관하는 ‘2018 빅데이터 플래그십 선도사업’에 100장이 넘는 제안서를 직접 작성·제출해 선정된 것이 큰 도움이 됐다. 이때 지원금(4억8000만원)과 금융감독원의 보이스피싱 피해사례 8200여건을 제공받았다.

이 과장은 “‘보이스피싱’ 백신으로 보면 되는데 앞으로 계속 금감원의 피해 사례를 업데이트해 고도화되고 첨단화되는 새로운 보이스피싱 수법도 대응할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봉기' 사례는 특출난 개인의 성공 스토리 아니라 '본질적 변화' 시사

IT대기업과 시중은행간의 인재 유치경쟁 치열


이 과장의 사례는 특출난 개인의 성공 스토리만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은행의 본질적 변화를 드러내는 단면이다.

국내 주요 은행들은 IT 인력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디지털 전문인력으로 경력직 150여 명을 채용했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도 지난 2017년 하반기 공채부터 IT·디지털 부문을 별도 신설해 채용하고 있다. NH농협은행과 기업은행도 일반 직군과 IT·디지털 직군을 나눠서 뽑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AI, 빅데이터, 블록체인 등 전문 분야에 대한 인력 수급에는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가 지난해 발간한 '유망 SW분야의 미래일자리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까지 AI 9986명, 클라우드 335명, 빅데이터 2천785명,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1만8727명 등 총 3만1833명의 전문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됐다.

삼성전자, LG전자, SKT, KT 등 국내 대표적 기업 간의 IT인재 쟁탈전에 시중은행들도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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