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기일 칼럼] 한국의 방위산업을 위한 ‘레드팀’은 없는가
김한경 방산/사이버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9-03-07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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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은 지난해 3월 19일 김학용 당시 국방위원장이 국회 차원에서 마련한 소통 창구인 ‘방위산업 발전을 위한 제1차 민관 상생협력 간담회’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10대 방산업체 매출액 큰 폭으로 감소하고 중소업체 가동률 하락도 심각

원인 진단과 개선방안 강구 위해 의사결정에 필요한 비판적 목소리 내야

[뉴스투데이=최기일 전문기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국가의 흥망성쇠와 조직의 파멸은 외부 요인에 의해 겪는 위기보다 내부 원인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다. 세계 역사를 보더라도 한 국가가 운명적 기로에서 환관과 간신들에 의해 멸망의 길로 접어든 기록들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비단 국가만이 아니라 기업 조직 또한 내부에서 위기상황을 감지했음에도 리스크 관리 원칙을 무시하거나 경영진의 오만함이 결국 파산이라는 결과를 낳기도 한다.

오늘날 급변하는 기술과 정보가 주도하는 현대사회에서 최대 화두는 ‘변화와 혁신’이다. 굳이 찰스 다윈(Charles Darwin)의 ‘진화론(進化論, Evolution Theory)’을 인용하지 않더라도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낙오한다”라는 기본 명제를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국가 위기상황에 직면한 한국 경제가 이를 극복하고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기 위한 돌파구로서 방위산업(Defense Industry)을 새롭게 주목하고 있다.

최첨단을 지향하는 방위산업은 기술의 진부화가 빠르게 진전되며, 타 산업에 미치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지대한 산업군이다. 탈냉전 시대 종식 이후 전 세계적인 군비축소 추세를 거쳐 국제 방위산업 시장은 대형화와 통합화로 재편되었다. 국내 방산업계도 2015년 삼성과 한화 그룹 간 ‘방산 빅딜’을 기점으로 방위산업 생태계 체질 개선을 통해 국제 경쟁력 강화와 신성장 동력으로서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하지만, 작금의 대한민국 방위산업은 주요 경영환경과 여건이 악화일로 상태이다. 방산수출은 2013년 이래 정체 상태이며, 산업 구조도 대기업 비중이 84%로 기형적인데다, 자주국방의 핵심인 국산화율도 66% 수준에 머물러 있다. 더욱이 최근에 10대 방산업체의 매출액과 수출액이 큰 폭으로 감소한 실정이고, 중소 방산업체의 가동률 하락 폭도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위기상황에 대한 정부의 인식 수준과 마땅한 출구전략 조차 없는 한국 방위산업의 현실이다. 경제학에서는 전기, 가스, 수도, 통신, 방위산업 등 규제산업에서 역효과나 부작용이 발생 시 이를 시장 실패가 아닌 정부의 실패로 정의하고 있다. 이는 오로지 정부의 강력한 ‘방산 리더십’이 전제되어 기본으로 돌아가 근본적 원인과 개선방안을 강구해야 ‘방위산업 대참사’를 미연에 막을 수 있을 것이라 본다.

조직 내 취약점을 발견하여 공격하는 역할을 부여받은 팀을 ‘레드팀(Red Team)’이라 한다. 조직의 전략을 점검 및 보완하기 위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의도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내면서 선의의 비판자 역할을 맡는 ‘악마의 대변인(Devil's Advocate)’과 유사한 개념이다. 냉전시기에 미군이 모의 군사훈련 과정에서 아군인 블루팀(Blue Team)의 취약점을 파악, 분석하기 위해 편성한 가상의 적군을 레드팀으로 지칭한 것에서부터 유래했다.

레드팀이 효과적으로 운영되려면 조직 내부의 논리와 경쟁사 또는 공격자에 대해 가장 정통한 팀원이 배치돼야 하며, 독립성도 보장돼야 한다. 그리고 종종 비판 받는 레드팀의 결과물을 의사결정자가 적절히 수용해야 진정한 위기 예측과 대비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즉, 조직 내 99명이 찬성해도 단 1명은 망설임 없이 반대할 수 있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으로 한국 방위산업을 위한 레드팀이 필요한 이유를 찾을 수 있겠다.

변화와 혁신을 위해서는 먼저 ‘전략(Strategy)’이 필요하다. 전략은 조직에 대한 객관적 진단과 냉철한 상황 분석 및 판단에서 비롯되겠으며, 우발적 상황을 고려한 위기 극복방안으로 대안 수립이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전략을 비로소 실행에 옮기는 톱매니지먼트(Top Management)의 결단력과 실천이 요구된다.

옛말에 “고인 물이 썩는다”, “충신이 충언을 하면 역적이 된다”라는 속담이 있다. 조직이 극단의 위험에 처해지는 상황을 방지하려면 먼저 내부의 쓴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흔히, ‘묵언(黙言)’을 단순하게 “말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이해하는데, 본래의 의미는 “쓸데없는 말을 하지 않는다”라는 의미가 담겨져 있다. 건전한 비판이 자유롭게 소통되고, 교감을 통해 의사결정 과정에 투영되는 조직이 혁신과 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나라를 근심하고 염려하는 참된 마음으로 ‘우국충정(憂國衷情)’을 말하고, 업계 관계자는 나라가 없으면 기업도 없기에 방위사업으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함을 ‘사업보국(事業報國)’이라 이야기한다. 하지만, 국가 방위산업 육성과 중흥을 위한 공통의 목표는 같으나, 이는 입(口)으로만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선을 행함에 생각이 필요 없다”라는 말을 남긴 괴테(J. W. Goethe)와 “모든 것의 시작은 위험하다. 그러나 무엇을 막론하고 시작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시작되지 않는다”라는 니체(F.W. Nietzsche)의 말처럼 이제는 한국 방위산업을 위해 우리 모두가 무엇인가를 정녕 제대로 해보야 하지 않을까 싶다.












· 국방대학교 교수(방위사업학 박사)
· 건국대학교 방위사업학과 겸임교수
· 한국국방획득혁신학회 이사
· 한국 국방경영학회 이사
· 한국방위산업학회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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