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등 배터리 3사, 유럽에 2조원 투자하는 이유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9-03-06 06:10   (기사수정: 2019-03-06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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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최대 가전·IT 박람회 'CES(Consumer Electronics Show) 2019' 개막일인 8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이거스 컨벤션센터 내 아우디 전시관에 4인승 순수전기차 아이콘(Aicon) 콘셉트카가 전시돼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국내 배터리 3사, 올 1분기 유럽 투자 규모 2조 원 상회 전망

EU 환경규제와 유럽 완성차업체의 전기차 생산량 확대 기조 맞물려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국내 배터리 3사의 유럽 시장 공략이 거침없다. 최근 경쟁적으로 유럽 내 배터리 공장 증설에 나선 모습이다.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은 일찌감치 헝가리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다. LG화학은 유럽 제2공장 투자 계획을 지난 4일 전했다.

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렇게 3사가 올해 1분기에 결정짓는 유럽 투자 규모는 총 2조 원을 웃돌 전망이다. LG화학은 새 공장에 수천억 원 규모로,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도 헝가리 공장 증설에 각각 5600억 원과 95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국내 업체들이 유럽에 주목하는 이유는 복합적이다. 일차적으론 유럽을 중심으로 전기차 배터리 수요가 급증한 데 따른 대응이다. 주요 메이저 완성차업체들이 유럽에 몰려 있는 데다, 이들 대부분이 앞다퉈 전기차 생산에 열을 올리고 있기 때문.

구체적으로 폭스바겐그룹은 2025년까지 친환경차 판매 비중을 25%로, BMW와 아우디도 전기차 비중을 각각 25%, 33%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르노그룹은 2022년까지 12개의 순수 전기차 모델을 론칭한다는 ‘얼라이언스 2022’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유럽의 규제 흐름도 장기적으로 전기차 성장세에 우호적이다. 유럽연합(EU)은 오는 2030년까지 완성차업체의 평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21년보다 37.5% 감축하기로 지난해 12월 합의했다. 반대로 내연기관차에 대한 규제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지난 1월 EU의 전기차 판매 증가 추세가 이어지며 올해 판매 비중도 예상치인 2.7%를 웃돌 것”이라면서 “전기차 배터리 시장은 연평균 30% 이상 속도로 향후 최소 10년간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 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 점유율 [자료=SNE리서치, 그래픽=연합뉴스]

■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 중국, 정부 지원 힘입은 현지업체가 장악

세계 최대 전기차 시장인 중국 공략이 녹록지 않은 점도 국내 업체가 유럽에 공을 들이는 이유 중 하나다. 중국 정부가 배터리 산업 보호를 명목으로 자국 업체에 상당한 특혜를 주고 있는 탓에, 중국 다음으로 규모가 큰 유럽 시장에서의 지위 확보가 중요해진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 산하 에너지트렌드에 따르면, 올해 중국 전기차 배터리 수요는 전년 대비 80% 이상 늘어날 정도로 급성장이 예상된다. 하지만 한국업체들에는 ‘그림의 떡’이다. 중국 정부의 대대적 지원으로 현지업체들이 내수시장을 장악한 지 오래여서다.

중국 정부가 자국 배터리를 장착한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지급하는 정책이 대표적이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1·3위인 중국 CATL과 BYD는 탄탄한 내수시장과 정부 지원에 힘입어 작년 성장률이 전년 대비 각각 130.6%, 137.8%에 달한다.


▲ SNE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전기차 배터리 제조사 1위인 중국 CATL의 작년 성장률은 전년 대비 130.6%에 달했다.[사진제공=연합뉴스]

■ 유럽 발판 삼은 국내 배터리 3사, 누적 수주액 200조 원

LG화학과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 국내 업체는 대신 유럽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기술력과 잠재력 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는 데다, 거래처를 다각화하려는 유럽 완성차업체들의 이해관계와도 맞아떨어졌다.

특히 중국이 내수에 머물러 있는 동안 유럽에 적극적으로 공세를 펼치며 판로를 넓힌 노력이 빛을 발했다는 평가다. GM과 포드, 폭스바겐, BMW 등 글로벌 업계의 배터리 수주를 잇달아 따내며, 지난해 기준 국내 3사의 누적 수주액은 200조 원에 가까워졌다.

다만 최근 들어 중국업체들 또한 유럽 공략에 가세하고 있는 점은 경계 대상이다. 내수 경쟁 강화와 중국 정부의 2020년 보조금 폐지 예고 등으로 판로 확대가 절실해졌다. 일례로 CATL은 설립 중인 독일 공장의 연간 생산량을 당초 계획보다 7배 이상 늘리는 안을 검토 중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국내 업체들은 먼저 수주물량을 확보하고, 그에 맞춰 공장 증설 계획을 검토한다”면서 “근래 국내 배터리 업계가 유럽에 공격적인 투자를 감행하는 것은 거꾸로 말해 그만큼 상당한 수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는 뜻”이라고 해석했다.

이어 “중국업체들의 유럽 진출은 장기적으로 국내 배터리 업계의 위협 요인이 될 것은 분명하다”면서도 “(중국 기업이) 세계 시장점유율로 보자면 일본과 함께 톱3를 형성하고 있지만, 그동안 내수에만 기반한 탓에 유럽 공략이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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