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가 윤혜영의 문화산책](103) 송해용 - 사랑, 꽃 피다
윤혜영 선임기자 | 기사작성 : 2019-03-06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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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윤혜영]

화가 송해용, 절정의 아름다움 담은 꽃 그림으로 전하는 감동

생생한 입체감에 눈 앞에 환한 꽃밭 펼쳐진 듯

[뉴스투데이=윤혜영 선임기자] 경주 예술의전당에 도착해 엘리베이터를 타고 B1층에 내려 왼쪽으로 꺾었다. 바로 접해있는 전시장에 들어서자 환한 꽃밭이 나타났다. 당혹스러웠다.

벽에 설치된 그림들의 색감이 너무 환하여 순간 착각을 했던 것이다. 노랑, 초록, 하양, 주홍, 보라, 연두의 총천연색 꽃들이 캔버스 밖으로 쏟아지는듯 했다.

“조금 멀리서 보면 입체감이 살아나요”

도슨트가 살갑게 다가섰다. 뭔가 설명을 해주고픈것 같았는데 한무리의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그녀와 나의 사이를 가로질렀다. 화폭 가득 수선화, 금작화, 나팔꽃, 달맞이꽃들이 만개했다. 꽃들의 상태는 절정의 아름다움에 이르렀다. 나비, 달, 새, 닭등이 꽃의 곁을 지켰다. 바야흐로 가장 아름다운 시절이다.


▲ [사진=윤혜영]

작가적 윤리로서의 사회적 실현은 무엇일까? 예전에 니체는 말했다. 인간은 아름다운 것들을 통해 순화된 정서를 가지게 된다고.

화가 송해용은 그런 의미에서 작가적 윤리를 충실히, 일관되게 수행하고 있다. 그가 즐겨 그리는 꽃은 그 영속성에 있어 고갈되지 않는 소재이며 친숙한 이미지로 마당 한켠이나 담장 위, 울타리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는 토착식물로서 한국적인 미의식을 간직하고 있다.

작품명 ‘님마중, 님맞이, 그리움’ 등은 결이 고운 기다림을 함축하고 있다. 달맞이꽃의 꽃말은 기다림, 소원, 마법이다. 동시에 화가의 페르소나로 존재한다.


▲ [사진=윤혜영]

미술작품의 예술적 가치는 단순히 사물의 구현이나 장식적인 아름다움을 넘어선다. 이는 존재적 가치의 정체성 전복과 대상의 독자적인 해석에 따른 꼬리를 무는 새로운 창조성에 있다.

실제와 또다른 생명으로 태어나는 캔버스 속 꽃들

캔버스 위에 붓으로 피워낸 꽃들은 작가의 숨결과 염원이 담겨있다. 모방(mimesis)을 넘어선 현실감(reality)은 그만의 화풍으로 재해석되어 전혀 다른 생명으로 되살아난다. 어린시절, 거실 한켠에는 외갓집에서 얻어온 작은 풍경화가 걸려 있었는데 나는 그 그림이 참 좋았다.

인적이 없는 바닷가에 나룻배 한 척, 그 위에 앉아 쉬고있는 뱃사공의 뒷모습. 몇 개의 선으로만 살려낸 그 풍경은 심리적 만족감과 더불의 위로의 기운까지 전해주었다.

소파에 널부러져 아무것도 않고 바라보고 있노라면 참으로 편안해졌던 것이다. 파라다이스가 그 그림 한폭에 존재했다. 대량으로 찍어낸 이미지에서는 결코 얻을수 없는 차별화된 감동이다. 인공이 가미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에서 얻는 만족과 비슷하다.

꽃피고 나비가 나는 춘삼월이 무색하게 미세먼지가 전국을 강타하고 있다. 맑은 공기를 쐬며 공원을 산책하고 싶지만 먼 산을 지워버린 회색 스모그를 바라보니 엄두가 나질 않는다.

멀지않은 미래에는 꽃구경이 귀한 유람(遊覽)이 되지 않을까 너무 두렵다. 오늘도 바깥산책은 접어두고 미술관으로 꽃구경이나 가야겠다.

송해용의 <사랑, 꽃 피다>展은 2019년 4월 21일까지 경주예술의 전당 갤러리달 B1에서 전시된다.


▲ [사진=윤혜영]








윤혜영


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 경남 통영 출생
계간 ‘문학나무(발행인 황충상 소설가)’겨울호를 통해 신인문학상 중 수필 부문 수상자로 등단. 주요 저서로 ‘우리는 거제도로 갔다’. ‘화가들이 만난 앙코르와트’ 외 항공사와 증권사, 신문사 및 문화예술지 등 다수에 문화칼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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