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현장에선] 대기업 노조가 정년 65세 연장에 신중?, 노동 유연성이 변수
박혜원 기자 | 기사작성 : 2019-03-03 06:30   (기사수정: 2019-03-03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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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대법원이 가동연한을 65세로 봐야한다는 판결을 내리면서 ‘정년 65세’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정년’ 논의의 근거 되는 ‘가동연한’ 65세로 상향한 대법원

고용노동부 “국민 여론 지켜보겠다”…한국노총·민주노총 ‘신중론’ 제기

[뉴스투데이=박혜원 기자] 최근 대법원이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노동으로 소득을 얻을 수 있는 최후 연령)’을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리면서, 정년 역시 65세로 연장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경영계 뿐만 아니라 노동계도 이를 적극 환영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난 21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수영장에서 사망한 박 모 군(4)의 가족들이 수영장 운영업체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 상고심에서 박 씨의 정년을 65세로 잡고 손해배상액을 계산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이에 따라 수영장 업체는 박 모 군이 성인이 됐을 때부터 65세가 될 때까지 육체노동에 종사해 벌었을 수익을 계산해 과실비율을 따져 박 씨 가족에게 지급하게 될 전망이다.

가동연한은 은퇴 나이를 법적으로 규정하는 ‘정년’과는 다른 개념이다. 정년의 기준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으므로 정년 연장 논의의 중요한 기준이 될 수 있다.

앞서 재판부는 판결에서 “우리나라의 사회적, 경제적 구조와 생활여건이 급속하게 향상·발전하고 법 제도가 정비·개선됐다”며 “육체노동의 경험칙상 가동연한을 만 60세로 보아온 견해는 더이상 유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해당 판결을 당장 법 개정에 반영하지는 않고 국민 여론 추이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지난 1989년 정년을 60세로 상향한 이후 국회가 이를 법제화하기까지는 지난 2013년까지 27년이나 걸렸다. 국내 대기업이 해당 이슈를 어떻게 반영하는 지에 따라 사회적 여론의 방향이 달린 것이다.

현재로서는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정년 연장에 대해 신중한 입장이다.

우선 경영계는 ‘기업의 고령자 고용유지 부담’을 가장 큰 이유로 든다. 국내 기업 대부분은 장기 근속자일수록 고임금을 주는 연공서열 임금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기업 입장에선 정년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임금 부담이 강화되는 구조인 것이다.

노동계도 오랜 기간 정년 연장을 주장해왔으면서도 이번 판결 직후 정년 연장에 신중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민주노총은 지난 21일 대법원 판결 직후 대변인 논평을 통해 “가동연한을 65세로 판단한 오늘 판결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나 사회안전망 확보 없이 70세 가까이 노동해야만 하는 사회가 바람직하지는 않다”고 밝혔다. 한국노총 역시 대변인을 통해 지난 21일 “정년을 65세까지 늘릴 경우 청년 일자리 등 세대 간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년 늦추거나 폐지한 선진국…노동자의 해고 유연성 확보

기아차 노조, 금융노조, 마트노조 , “임단협에서 정년 연장 요구할 계획”

‘정년 연장’ 카드, 노동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어


해외 사례를 보면 이러한 노동계의 우려를 사실로 확인할 수 있다. 미국은 1986년에, 영국은 2011년에 정년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독일은 정년을 현행 65세에서 2029년까지 67세까지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세계경제포럼이 발표한 ‘국가경쟁력보고서’에 따르면 이들 국가는 고용과 해고가 얼마나 쉽게 이루어지는지를 평가하는 ‘고용·해고 관행’ 지표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했다. 미국, 영국, 독일이 각각 3위, 6위, 11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내 몇몇 대기업에서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이번 대법원 판결을 근거로 한 ‘정년 연장’이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기아차 노조는 이미 해당 내용을 공식화했다. 지난 25일 “기아차지부는 21일 대법원전원합의체 육체노동시간 연장 판결을 존중하고 판결을 근거로 19년 임금협상에서 정년연장을 요구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년 연장은 기업뿐만 아니라 노동계에도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사안이다. 인건비 부담을 우려한 기업이 임금피크제 적용 시기를 앞당기는 등 노동 유연성 요구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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