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 상하한 구간 칼자루는 정부가 쥐어, 재계와 한노총·민노총은 대립각
박희정 기자 | 기사작성 : 2019-02-28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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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서정 고용노동부 차관이 27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에서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등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확정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최저임금 결정 기준 최종안,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 제외하고 ‘고용에 미치는 영향’ 추가

대한상의 등 재계는 ‘지급 능력’ 제외 비판하고 노동계는 ‘고용 영향’ 추가를 맹비난

구간설정위원회 9표 중 5표는 정부 몫, 노사 갈등해도 안건 처리 가능

[뉴스투데이=박희정 기자]

정부가 내년 최저임금 결정 기준으로 기존에 논의됐던 ‘기업의 임금 지급 능력’은 제외하고 ‘경제상황’과 ‘고용에 미치는 영향’만을 반영하기로 했다.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로 이원화하는 초안의 큰 틀은 유지됐다. 구간설정위는 전문가들로만 구성돼 최저임금 인상의 상·하한선을 정하고 결정위원회는 그 구간 내에서 노·사·공익위원 심의를 통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한다.

이에 대해 재계 5단체와 소상공인 연합회는 ‘기업 임금 지급 능력’이 제외됨으로써 과도한 최저임금 인상폭을 정당화할 수 있게 된다는 취지로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반면에 한국노총, 민주노총 등 노동계는 ‘고용에 미치는 영향’을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저임금 노동자의 열악한 현실을 방치하려는 의도가 담긴 ‘개악’이라고 맹비난하고 있다.

이처럼 양측이 최저임금결정구조의 변화를 둘러싸고 평행선을 달리고 있지만, 결국 칼자루는 ‘정부’가 쥔 것으로 평가된다. 최저임금 인상 범위를 결정하는 최저임금위원회 구간설정위원회는 노사측 위원이 각각 2명, 정부 측 위원이 5명이 참여하는 구조로 정해졌다. 9명의 전체 표결 참여 위원중 정부 위원 5명만 입장을 통일할 경우 최저임금 인상 구간을 결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용노동부는 27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종안을 발표했다.

노동부가 지난달 7일 발표한 초안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에 고용 수준, 경제성장률, 기업 지불 능력 등을 추가했으나 최종안에서 기업 지불능력이 빠진 것이다.

임서정 노동부 차관은 "최저임금 결정 기준을 추가·보완하되 기업 지불 능력은 제외하는 대신, 고용에 미치는 영향, 경제 상황 등으로 보완했다"고 밝혔다.

그 동안 진행된 3차례 전문가 토론회에서 “기업 지불능력은 지표화하기 어려워 기준으로 삼기 어렵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을 반영한 셈이다.

임 차관은 " ‘기업 지불 능력’은 결국 고용의 증감으로 나타나므로 ‘고용에 미치는 영향’ 기준으로 보완될 수 있다“면서 ”기업 지불 능력을 보여주는 영업이익 등 지표는 ‘경제 상황’의 지표와 중첩한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최종안은 노사 불만 수용한 절충안, 노사는 ‘기선잡기’ 돌입 관측

재계 5단체, 최종안 긍정 평가하지만 ‘기업 존립 위기’ 지적

한노총과 민노총,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안정 취지에 반하는 방향”

결국 최종안은 노사 양측의 입장을 절충한 안으로 볼 수 있다. ‘기업 지불 능력’은 노동계의 요구를 의식해 제외하는 대신에 기업의 반발을 의식해 대안으로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새 기준을 추가해 준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노사는 차선책으로 수용하기보다는 ‘개악’으로 비판하면서 ‘기선잡기’에 돌입했다는 관측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무역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등 5개 경제단체는 이날 공동 입장 자료를 내고 "그간 노사 간 이견과 갈등 구조 속에 객관성 및 중립성에 대한 지적 등 많은 문제가 제기돼온 최저임금 결정체계를 보다 합리적으로 개편하는 데 있어 이번 정부안이 유의미한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일단 긍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이들 단체는 "정부안의 최저임금 결정기준에서 논의 초안에 포함돼있던 기업 지불능력을 제외하고 결정위원회 공익위원 추천 시 노사의견이 반영되지 않는 등의 문제는 반드시 수정 보완돼야 한다"고 요구했다. 기업의 지불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최저임금 수준을 결정한다면 많은 기업들이 경영상 위기에 봉착해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논리이다.

소상공인연합회도 이날 논평을 발표, "최저임금 결정기준에서 기업 지불능력을 제외한 것은 그동안 강력히 주장해 온 최저임금 차등화 방안을 향후에도 배제하겠다는 것으로 비칠 수 있다"면서 심각한 우려를 표명했다.

양대 노총은 27일 정부가 발표한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 최종안을 '개악'으로 규정하며 반대 입장을 거듭 표명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최저임금법은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법이다"면서 "하지만 대체 언제까지 사업주 이윤 보장을 위해 줬다 뺏는 '답정너'(답은 정해놨으니 너는 대답만 해) 식의 최저임금 정책을 추진할 생각인가"라고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입장문에서 "고용 수준 등을 결정 기준에 포함한 것은 저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과 양극화 해소라는 최저임금법 취지에 반하는 문제가 있다"면서 " 임시국회에서 법 개정을 강행하려는 시도를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나 최종안에서 구간설정위에 참여할 전문가는 노·사·정이 5명씩 모두 15명을 추천하지만 이 중 노·사가 3명씩 순차 배제해 9명으로 구성하기로 했다. 실제 표결에 참여하는 위원은 9명이고, 정부측 추천위원이 과반수인 5명이다. 노사가 갈등해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할 경우 정부안을 강행할 수 있는 구조를 형성해둔 것으로 풀이된다.

결정위원회는 노·사·공익위원을 7명씩 모두 21명으로 구성하되 공익위원 7명 중 3명은 정부가 추천하고 4명은 국회가 추천하도록 했다. 초안에 비해 공익위원의 정부 몫은 1명 줄이고 국회 몫은 1명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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