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6)현대차 정의선 부회장의 채용혁신에 담긴 ‘공포’를 알아야 산다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2-13 2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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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과 지난 해 4월 '정기 공채' 당시 현대자동차 인적성검사장인 성수중고등학교에 응시생들이 들어가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연합뉴스]

현대기아차, 올해부터 ‘대규모 정기공채’ 폐지하고 ‘상시 공채’ 도입

“제조업과 IT의 ‘융·복합시대’ 인재선발 위한 정의선 수석부회장의 혁신” 평가

그 혁신의 이면에 도사린 불확실성에 대한 ‘공포’를 파악해야

[뉴스투데이=이태희/편집인]

현대차 그룹 정의선 수석 부회장이 13일 채용방식의 ‘혁신’을 선언했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대졸 신입사원 선발부터 기존의 ‘대규모 정기공채’ 제도를 폐지한다. 대신에 ‘상시 공채제도’를 도입한다. 국내 유력 대기업 중 최초이다.

현대차 측은 이번 결정이 시장 격변에 대한 정 부회장의 강력한 응전 방식임을 강조한다. “1년에 두 번 정도 실시되는 정기 공채제도로는 제조업과 정보통신기술(ICT)이 융·복합하는 산업 환경에 맞는 인재를 제때 확보하기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설명이다.

정 부회장 본인도 지난 달 2일 처음으로 그룹 시무식을 주재한 자리에서 발표한 신년사를 통해 “기존과는 전혀 다른 게임의 룰이 형성되고 있다”면서 “조직의 생각하는 방식, 일하는 방식에서도 변화와 혁신을 추진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정기 공채 폐지를 예견할 수 있었던 대목이다.

그러나 변화에 응전하는 인간의 심리에는 언제나 ‘공포’가 숨어있기 마련이다. 불확실성이 그 공포의 주인이다.

‘상시 채용’제도가 지닌 ‘신속성’과 ‘정밀성’, 불확실성의 공포를 이겨내는 방식

‘수소차-전기차-완전자율주행차’등으로 엇갈린 미래, 누굴 뽑지?

현대차도 마찬가지이다. 올해 상반기에 가솔린차와 디젤차 생산에 투입하기 위해 수백 명의 인재를 선발할 경우, ‘패착’이 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자동차 시장의 미래는 그야말로 요동치고 있기 때문이다. 채용의 ‘신속성’과 ‘정밀성’을 확보해야 불확실성으로 인한 두려움을 최소화할 수 있다.

채용의 ‘신속성’은 미래차 시장의 불투명성으로 인해 요구된다. 예컨대 현대차 그룹은 수소차에 역점을 둔 것으로 알려졌지만, 유럽중심의 글로벌 미래차 시장은 전기차를 상용화하는 추세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원 아래 수소차 상용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전기차가 대세로 굳어질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하는 실정이다. 여차하면 방향을 선회해 전기차로 무게 중심을 이동할 수 있는 기동성은 ‘상시 채용’을 통해서만 확보할 수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1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기존의 가솔린 및 디젤차에서 전기차, 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미래차 시장으로 급격하게 이동하고 있다”면서 “기술인력의 경우도 현재와 미래 시장 간의 균형점을 잡아가면서 선발해야 하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예를 들어 한 자동차회사가 가솔린차 인력을 정기공채를 통해 대거 채용했을 경우 시장 변화에 따라 수소차나 전기차 인력을 비슷한 규모로 채용하기 어려워지는 모순이 발생한다”면서 “정 부회장은 이 같은 시장의 빠른 변화에 대한 신속한 대응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미래차 시장의 패권은 누구에게...디지털기기 패권 전쟁보다 치명적 결과 예상돼

자동차 산업 종사자는 물론 글로벌 기업 CEO도 살 떨리는 상황

뿐만 아니다. 자율주행차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해 10여년 이내에 자동차 소유가 무의미해진다는 견해와 인간의 보수성과 인공지능(AI) 및 관련 빅데이터의 제한성 등으로 인해 인간이 운전하는 자동차 시대가 지속될 것이라는 주장도 맞서고 있다.

전자의 견해처럼 완전자율주행차가 현실화된다면 ‘자동차 소유의 종말’이 도래한다. 외출하기 전에 스마트 폰으로 거리와 선호 차종을 기준으로 삼아 도로 위를 주행하고 있는 자율주행차를 골라 타면 된다.

전날 마신 술이 안 깬 상태에서 음주단속에 걸릴 걱정을 하면서 운전대를 잡을 바보는 없다. 사람들은 이제 자율 주행차에 앉아 잠을 자거나 밀린 업무를 볼 게다. 신설 아파트는 주차공간을 없애고, 그 자리에 수영장, 골프연습장 등 다양한 오락시설을 세울 것이다. 이런 미래를 염두에 두면서 자동차산업은 앞으로 ‘모빌리티 산업’이 될 것이라는 예언도 무성하다.

반면에 완전자율주행차가 헛물만 켰던 ‘몽상의 역사’로 전락할지도 모른다. 인간의 생명을 AI와 빅데이터에게 완전히 맡기기엔, 보통 인간의 목숨에 대한 애착은 너무 강하다.

21세기 초반에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MP3플레이어 중에서 누가 디지털기기의 패권을 장악할지를 두고 시장의 논쟁이 뜨거웠던 적이 있다. 그 전쟁의 결과, 휴대전화가 스마트폰으로 진화해 디카와 MP3 기능을 먹어버리는 포식자가 됐다.

어떤 미래를 바라보는 자가 자동차산업의 패권을 쥘지는 ‘디지털기기 패권 전쟁’ 때보다 훨씬 복잡한 사안이다. 그 결과가 초래할 산업적 파괴력도 수 십배 이상 막강할 것이다. 자동차산업 종사자는 물론이고 정 부회장과 같은 글로벌 자동차 기업의 CEO조차도 살 떨리는 두려움을 느끼는 게 정상이다.

제조업과 IT간 융·복합 교육은 희소, 다수인간은 ‘직업과 무관한 존재’로?

채용의 ‘정밀성’은 융·복합과 연관이 있다. 각종 IT기술이 제조업과 결합되는 시대에 자동차기업은 이제 제조 및 판매 회사가 아니라 종합서비스 회사로 거듭나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전망이다.

하지만 그 구체적 방향이 선명한 것도 아니다. 자동차산업이 필요로 하는 인력 스펙은 갈수록 세분화되고 신설될 것이라는 점만큼은 분명하다. 현명한 CEO라면 필요한 인력이 ‘발견’될 때마다 소규모로 수차례에 걸쳐 충원하는 것이 기업의 효율성을 높이는 길이다.

대규모 공채는 ‘컨베이어벨트’와 ‘소품종 대량생산’으로 상징되는 산업화시대의 유물이다. 4차산업혁명시대에는 ‘다품종 융·복합 소량 생산’이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전형적인 생산방식으로 굳어질 것으로 보인다.

현행 교육제도 하에서 습득할 수 없는 융·복합이라는 까다로운 ‘채용스펙’을 빠르게 충족시킬 수 있는 인재를 제외한 다수가 ‘직업과 무관한 존재’로 전락하는 시대가 다가오는 중이다. 서글프지만 그 공포의 실체를 알아야 살아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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