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및 현대차 ‘경영권 보호론’ 불씨 지핀 장하준, 엘리엇 등 투기자본 겨냥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2-11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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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준 케임브리지대학교 교수가 11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정부의 재벌개혁정책이 해외 투기자본에 의한 ‘기업사냥’의 위험성을 높인다면서 국가 차원의 경영권 보호론을 제기했다. 사진은 지난 해 7월 10일 서울 전경련회관 컨퍼런스센터에서 열린 기업과 혁신 생태계 특별대담에서 발언하는 장 교수. [연합뉴스 자료사진]

대표적 진보경제학자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 국내 핵심 재벌 경영권 보호 필요성 제기

미·중 간 글로벌 경제 패권 경쟁 격화 속, 투기자본의 ‘먹잇감’ 전락 가능성 지적

중앙일보 런던 특파원과의 단독 인터뷰서 재벌 경영권 승계 및 의결권 확대 방안도 제안

정부의 재벌개혁정책, 신자유주의 정책처럼 ‘맹점’ 내포?

[뉴스투데이=이태희/편집인]

신자유주의 시장경제질서를 비판해온 대표적인 진보경제학자인 장하준 교수(영국 케임브리지대)가 삼성전자, 현대차 등 국내 핵심 재벌그룹의 경영권을 해외투기자본의 ‘기업 사냥’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제기해 주목된다.

미국과 중국 간의 글로벌 경제 패권경쟁이 격화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출범 이후 추진해온 재벌개혁 정책이 오히려 한국경제의 토대를 와해시키는 위험요소로 작동한다는 점을 정면으로 지적한 셈이다.

‘경제개혁’의 이름 아래 진행되고 있는 대기업 경영권 승계 감독, 기업지배구조 개편 압박, 일감몰아주기 수사 등과 같은 정부의 재벌정책이 글로벌 경제의 흐름 속에서 자충수가 되고 있다는 게 장 교수의 인식인 것으로 풀이 된다. 오히려 국내기업의 경영권 승계, 기업집중도 등을 높여줄 수 있는 방향으로 사회적인 대타협을 이뤄내고, 그 합의를 바탕으로 정부가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하준 교수는 11일 보도된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삼성과 현대차 지배구조를 어떻게 하라는데, (이들 대기업이) 해외 투기자본에 잡아먹히면 기업이 붕괴하고 신산업을 키울 여력이 없어진다”면서 “이씨, 정씨 집안이 삼성과 현대에서 쫓겨나면 국민은 하루 즐겁지만, 글로벌 금융자본에 먹히는 형태가 되면 국민이 20년 고생하게 된다”고 밝혔다.

장 교수는 ‘사다리 걷어차기’, ‘나쁜 사마리아인’ 등의 저작을 통해 자유무역을 ‘절대선’으로 규정하는 신자유주의가 기업경쟁력 우위를 확보한 선진국들의 ‘자국이기주의’ 실현 수단임을 논리적으로 설파해왔다.

개발도상국이나 후진국들이 자국의 '유치산업(infant industry)'을 성장시켜나가기 위해서는 과거 미국 및 독일처럼 ‘보호무역주의’를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관점은 소위 미국 대학 중심의 신자유주의 경제학의 맹점을 설득력 있게 의제화함으로써 유럽진보정치경제학회 뮈르달상(2004년)을 수상하기도 했다.

따라서 장 교수는 신자유주의가 후진국의 유치산업 성장을 저지했듯이, 정부의 재벌개혁론이 한국의 산업경쟁력 자체를 훼손하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장경제 맹신론을 펴는 정치적 보수파 혹은 미국 주류경제학자가 아니라 유럽의 진보경제학자가 ‘국가주의’의 연장선상에서 한국 재벌기업 보호론을 폈다는 점은 향후 새로운 논쟁의 불씨를 지핀 것으로 평가된다.

“주식을 국민연금에 기탁하면, 삼성 상속세율 60%서 25% 대폭 깎아 줄 수도”

장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정부가 대기업의 경영권을 보호해주는 방법과 조건 등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그는 “이건희 삼성회장이 사망할 경우 상속세를 주식으로 국민연금에 기탁하게 하면서 세율을 60%에서 25%로 대폭 깎아 주는 방법도 가능할 것”이라면서 “국민연금이 국가경제 차원에서 경영권을 지켜줄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가에 의한 대기업 경영권 보호방안과 관련, “정치권과 대기업이 타협해 투기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아야 한다”면서 “한국은 노조가 10%에 불과하니 시민단체나 학계, 중소상공인 대표 등이 참여하고, 정부와 정치권이 이들과 토론해 합의하라는 거다”라고 조언했다.

국민연금이 삼성과 현대의 경영권 보호에 개입하는 행위를 정당화하는 논리적 근거도 제시했다. 장 교수는 “삼성과 현대는 재벌개혁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이씨, 정씨 집안 게 아니고, 주주만의 것도 아니다”면서 “이들 기업을 성장시키려 국민 세금으로 지원했으니 국민의 기업이다”고 지적했다.

페이스북의 저커버그처럼 이재용과 정의선도 차등의결권 가져야?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 현대기아차 정의선 수석 부회장 등과 같은 오너 일가가 지분보다 많은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차등 의결권’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파격적인 주장을 펴기도 했다.

장 교수는 “재벌문제를 풀 때는 한국경제와 국민을 위해 어떻게 좋은 방향으로 끌고 갈지 실용주의적으로 생각해야 한다”면서 “페이스북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는 주식 보유량이 30% 미만인데 의결권은 과반수이고 그런 차등 의결권을 도입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는 “주식 1년 보유시 한 표, 10년 이상 보유 시 20표 식으로 단기자본의 투자를 제약할 수 있다”면서 “구글과 페이스북도 차등의결권 제도를 쓰고 있으므로, 너희도 쓰는 데 우리는 왜 안 되냐고 할 수 있는 것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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