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르포]서울대 파업 직원들은 왜 학생을 '적'으로 삼았나
김연주 기자 | 기사작성 : 2019-02-08 19:33   (기사수정: 2019-02-09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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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8일 오후서울대학교 관악캠퍼스 중앙도서관 본관 입구에 난방 중단을 알리는 공고문이 붙어있다. [사진=뉴스투데이 김연주 기자]

정규직화된 서울대 직원들, 처우개선 요구하며 파업...중앙도서관 난방 및 온수 중단

노조는 왜 권한없는 제 3자인 학생을 겨냥한 쟁의행위를 벌였을까

봉변을 당한 학생들은 파업 직원들을 어떻게 평가할까

[뉴스투데이=김연주 기자] 서울대 기계·전기 시설을 관리하는 직원들이 비정규직에서 정규직화 된 이후에 '처우 개선'을 요구하며 중앙도서관 난방을 중단했다. 그들은 지난해 3월 정규직이 되었음에도 학교가 처우 개선에 미흡하다며 지난 7일 파업을 선언했다. 2017년 최저임금 기준인 임금을 올리고, 행정·사무직·교직원과 같은 성과급, 명절휴가비, 복지포인트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도서관 난방은 직원들이 파업을 선언하고 기계실을 점거한 지난 7일부터 작동이 중지됐다. 이로 인해 중앙도서관은 난방은 물론이고 온수공급도 중단됐다. 대학과 근로자 간의 갈등으로 인해 '제 3자'인 학생들이 큰 손해를 입게 된 셈이다.

문재인 정부가 각 부문의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정책을 강력시행함에 따라 갖가지 해프닝이 발생하고 있지만, 정규직화된 근로자들이 사실상 '제3자'에게 직접적 피해를 주는 방식으로 투쟁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볼 수 있다.

그 직원들은 왜 아무런 권한과 책임이 없는 학생들을 사실상 '적'으로 삼는 행동을 취했을까. 졸지에 봉변을 당한 학생들은 '가해자'인 파업 직원들의 행위에 대해 어떤 평가를 하고 있을까.

기자는 이 2가지 질문에 대한 대답을 얻기 위해 8일 오후 서울대를 찾았다.

이 두가지 물음은 노동자의 권리가 증대되는 사회적 흐름속에서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존재들이 어떻게 공존해나갈 것인지의 문제와 직결된 사안이다. 그만큼 중요하다.

다수 학생들 인터뷰서, "이해하지만 학생 볼모로 잡으면 정당성 상실할 것"

학생들 답변에 사회갈등 해소 원칙 담겨...'과도한 이기심'은 사회적 약자의 정당성 훼손

그러나 첫 번째 궁금증은 해소하지 못했다. 파업직원들은 오전에 기자회견을 갖고 외부인의 접근을 차단한 가운데 회의를 열었다.

따라서 도서관을 찾았다가 발길을 돌리는 학생들을 인터뷰해 두 번째 궁금증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중앙도서관에서 공부하던 인문대 학생 A씨는 “어제, 오늘 난방이 되지 않아 몹시 추웠다”며 “창가에는 외풍이 불어 자리를 피해 앉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파업하는 분들의 상황은 이해하지만, 이용자로선 불편하다”고 답했다. 학생들은 파업하는 노동자들의 마음은 이해가 가지만, 도서관 난방을 중지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타대학 출신으로서 취업준비를 위해 서울대 중앙 도서관을 이용해온 D씨가 8일 오후 난방중단으로 온기가 사라진 도서관을 나서고 있다. 그는 근로자들의 파업으로 인해 불편함을 겪는 데 대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 싸우는건데,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라면서 "감수할만 하다"고 말했다. [사진=뉴스투데이 김연주 기자]

통계학과 박사과정에 다니는 학생 B씨는 “노조 임금 협상에 대한 문제가 학생들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데, 애꿎은 학생들이 피해를 봐야 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정치외교학과 3학년에 재학 중인 학생 C씨는 “노조원들의 투쟁권은 인정하지만, 도서관 난방 중지는 학생들을 볼모 삼는 행태인 것 같다”며 “공고문만 붙이고, 학생들이 왜 이런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는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한 점도 아쉽다”고 답했다.

노조의 권리 주장은 당연한 일이지만, 노조의 입장을 관철한다며 결정권이 없는 학생들에게 불편을 감수하게 한다면 파업의 정당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평범해 보이는 학생들의 답변에서 우리 사회의 갈등을 해결하는 데 필요한 '원칙'이 담겨있었다. 사회적 약자의 '투쟁권'을 인정해야 하지만 '과도한 이기심'은 오히려 그 정당성을 훼손하는 자충수가 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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