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5) 롯데 신동빈 회장이 ‘혁신자의 딜레마’로 지목한 21세기 쇼핑의 진실
이태희 편집인 | 기사작성 : 2019-01-25 06:05   (기사수정: 2019-01-25 1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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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빈 롯데회장(왼쪽)과 23일 오후 신 회장 주재로 열리는 사장단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모인 정승인 코리아세븐 대표와 박동기 롯데월드 대표 등. [사진제공=연합뉴스]

신동빈 회장, ‘초변화 시대’의 불확실성 호소하며 ‘파괴적 혁신’을 역설

기업과 자영업자들에게 흥미로운 생각거리 제공

[뉴스투데이=이태희/편집인]

신동빈 롯데 회장이 올해 화두로 제시한 ‘파괴적 혁신(disruptive innovation)'은 흥미로운 생각거리이다.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는 물론이고 작은 자영업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신동빈 회장은 지난 23일 중장기 성장전략을 논의하는 전계열사 사장단회의에서 우선 도덕경에 나오는 ‘대상무형(大象無形)’을 끌어들였다. 신 회장은 “미래 변화는 그 형태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크고 무한하다”면서 5년,10년 뒤 어떠한 사회가 되고 그 속에서 어떤 회사가 될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초변화 시대’의 불확실성을 토로한 것이다.

이어 미국 하버드경영대학원 크리스텐슨 교수의 ‘혁신자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를 언급하면서 “기존 경쟁력을 강화하는 것은 물론 더 공격적인 전략으로 새로운 영역을 찾고 기존 플레이어를 제압할 역량을 키워야한다”고 대안을 제시했다. 혁신자의 딜레마에 빠져 패배자로 전락하기 않으려면 ‘파괴적 혁신’이 필수적이라는 논법이다.

스마트폰 시장의 열림을 외면한 노키아의 몰락은 전형적인 ‘혁신자의 달레마’

애플은 ‘파괴적 혁신’창조한 퍼스트 무버, 삼성전자는 패스트 세컨드

강도 높지만 추상적인 발언들이다. 신 회장이 롯데의 중추들에게 원하는 혁신의 실체란 과연 무엇일까.

크리스텐슨 교수는 1997년 저서인 ‘혁신기업의 딜레마’에서 두 종류의 혁신을 설명했다. 우선 기존 산업과 시장의 연장선상에서 진행되는 ‘존속적 혁신(sustaining innovation)'이 있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시리즈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이 해당된다. 스마트폰이라는 상품의 본질을 유지시키면서 카메라 화질, 필기 능력, 화면 크기 등과 같은 새로움을 통해 주요 고객층에게 만족감을 주는 행위이다. 크리스텐슨의 관점에서 보면, 글로벌 기업 PG의 질레트가 면도날의 품질을 개선해나가는 것도 상품의 본질을 유지한다는 점에서는 방어적 경영전략에 불과하다.

이처럼 기존 시장의 달콤함에 빠져 시장의 격변을 감지하지 못하는 게 ‘혁신자의 딜레마’이다.“절대권력은 부패하고, 고인 물은 썩기 마련”이라는 격언과 비슷한 원리이다. 휴대전화 시장의 최강자였던 노키아가 스마트폰이라는 새로운 시장의 열림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해 추락한 것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노키아는 1998년부터 2010년까지 12년 동안 글로벌 휴대전화 시장의 1위 자리를 지켰던 핀란드 기업이다. 한 때 핀란드 국내 총생산(GDP)의 20~25%를 차지했다고 한다. 한국으로 치면 삼성전자만큼 위력적이고도 역사적인 의미를 지닌 회사였다.

하지만 2007년 애플이 창조한 스마트폰 시장을 무시했다. 결국 노키아는 2010년 꺼꾸러진다. “전 지구상의 사람들을 연결한다”는 노키아의 상품철학은 당초에는 ‘혁신’이었다. 이후 노키아는 휴대전화의 품질을 꾸준히 개선했지만 이는 ‘존속적 혁신’에 불과했다.

반면에 애플은 통신수단인 휴대전화의 개념을 생활필수품이자 오락기기로 전환시킨 스마트폰을 출시했다. 그것이 ‘파괴적 혁신’이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에 스마트폰의 시장성에 대한 판단을 의뢰했다고 한다. 그 회사는 “일시적 현상이니 무시해도 좋다”는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그 조언과 정반대의 선택을 했다. 삼성의 연구개발(R&D)인력 1만여명을 총동원해 애플의 스마트폰 ‘카피’를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삼성전자는 애플과 스마트폰 시장의 최강자 자리를 여전히 다투고 있다. 애플이 퍼스트 무버였다면, 삼성전자는 패스트 세컨드인 셈이다.

신 회장의 걱정은 현실적, 미국 백화점의 대명사였던 시어즈는 지난 해 파산신청

이처럼 ‘파괴적 혁신’은 판을 깨는 발상에서 시작된다. 신동빈 회장이 ‘혁신자의 딜레마’를 언급했다면, 필시 오프라인 유통 공룡인 롯데가 자칫 노키아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점을 경고한 것이라고 봐야 한다.

신 회장의 걱정은 기우가 아니다. 현실적이다. 미국 유통업계 1위 업체이자 백화점의 대명사였던 시어즈가 지난 해 10월 파산신청을 했다. 온라인 유통공룡 아마존의 침공에 무릎을 꿇고 126년의 역사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똑똑한 소비자들, 롯데백화점의 화려함 즐기고 돈은 GS리테일에 지불?

통계는 백화점의 종말을 수학적으로 예언하는 중

현재 시어즈의 파산이 개별 기업의 문제인지 오프라인 유통 공룡기업들이 멸종 위기에 직면했음을 알려주는 신호탄인지에 대해 단호하게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통계는 후자일 가능성을 높여준다.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8 유통산업 통계집’에 의하면 2017년 기준으로 온라인·홈쇼핑 등 무점포 판매액은 61조 2000억원에 달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판매액을 합친 금액에 육박한다. 더욱이 백화점과 대형마트 매출 증가율은 -2%와 1.7%인데 비해 무점포 판매액은 13.3%이다.

이러한 증감률이 지속된다면 백화점은 시어즈처럼 멸종공룡의 운명을 맞게 된다는 수학적 결론이 도출된다.

경험적으로도 그렇다. 요즘 소비자들은 백화점에 가서 물건을 점찍고, 집에 돌아가서 온라인으로 구매한다. 온라인 구매가 10~50% 정도 저렴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백화점 건물과 인테리어가 선사하는 분위기는 공짜로 즐기면 된다. 똑똑한 소비자들은 롯데백화점이 부리는 재주를 즐기고 돈은 GS리테일에게 지불하는 게 21세기 쇼핑의 진실일 수도 있다.

백화점에 고비용 지불하는 ‘바보’나 ‘극단적 부자’는 감소추세

한국의 1인 가구 비중이 이미 28.6%로 지배적인 가구형태로 굳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오프라인 유통업체에게는 경고음이다. 지난 해 연말 KB금융지주 금융연구소가 발표한 1인가구 보고서에 나타난 1인가구의 쇼핑행태는 ‘파괴적 혁신’과 관련해 중요한 시사점을 던진다. ‘구매 전에 여러 곳 비교’, ‘쇼핑 목록 작성’, ‘PB상품 구매’ 등이 특징이다. 이 특징들은 한 지점을 겨냥한다. 바로 ‘가성비 구매’이다.

철저한 합리성을 준칙으로 삼는 1인 가구가 지금처럼 급증한다면,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고정비용(시설비와 인건비 등)이 포함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하는 ‘바보’ 혹은 ‘극단적 부자’들은 점점 줄어들 것이다.

19세기에 출간된 루이스 캐럴의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일화는 초변화 시대의 생존 및 발전 전략을 암시하는 것으로 인용되곤 한다. 주변 환경이 빠르게 이동하는 상황에서 제 자리에 머물기 위해서는 전속력으로 질주해야 한다. 다른 장소로 이동하려면 주변보다 2배는 빠른 속도로 달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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