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인터뷰] 성대앞 ‘풀무질’ 인수한 전범선씨, 4개의 직업 가진 유목민
이안나 기자 | 기사작성 : 2019-01-26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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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대 앞 사회과학 서점 '풀무질'을 인수함으로써 4개의 직업을 갖게된 전범선씨. 그가 살아가는 방식은 '탈집착', 문화집착'이라는 모순적 개념으로 설명된다. [사진=전범선씨 제공]

성대 앞 폐업위기 서점 인수한 전범선 씨, 록밴드 리더면서 3개의 다른 직업 가져

3개의 가게에서 영업과 마케팅만 담당하고 나머지는 모두 동업자 몫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경영난으로 폐업 위기에 처했던 성균관대 앞 인문사회과학 서점 '풀무질' 부활을 책임지고 나선 3명의 청년은 무슨 생각으로 '무모한 도전'을 선택했을까. 34년 간 책방을 운영해온 베테랑인 풀무질 은종복(54) 대표가 두 손을 들어버린 사양산업을 청춘들이 무슨 수로 책임질 수 있을지는 무척 궁금한 일이다.

뉴스투데이는 지난 24일 이런 궁금증을 갖고 인터뷰를 했다. 3명의 청년은 전범선(28)·고한준(27)·장경수(29) 씨이다. 이들 중 주동자 격인 전범선 씨를 선택했다. 전 씨는 록밴드 '전범선과 양반들'에서 작곡과 보컬을 담당하는 연예인이기도 하다.

인터뷰를 통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했다. 그가 문화적 취향과 직업적 삶을 연결시키려고 한다는 점, 하나의 직업에 집착하는 대신에 다양한 직업을 병행하는 유목민(nomad) 스타일, 자신의 장점에 집중하고 다른 일은 과감하게 동업자에게 분양하는 것 등이다.

전 씨는 록밴드의 리더이면서 독립출판사를 경영해왔고, 사찰음식 전문점도 열었다. 거기다가 폐업 위기에 처한 사회과학 서점까지 떠안으려고 하는 상황이다. 4개의 직업을 갖게 된 셈이다.


4개의 비지니스 모두 독특한 색깔, 그 색깔들은 하나의 방향성 지향


문화적 취향과 직업을 연결시키려는 요즘 청년의 라이프 스타일 압축

그의 사업들은 모두 문화적 색깔이 강하다. 록밴드 이름에도 '양반들'이 포함된데서 알 수 있듯이 전통성을 추구한다. 음식점도 삼겹살집이 아니라 채식주의자를 위한 사찰음식점이다. 풀무질 역시 현재 운영중인 독립출판사와 연계된 문화운동의 한 고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소득은 크게 올릴 것 같지 않지만 각 사업체의 개성만큼은 뚜렷하고, 그 4가지 색깔은 나름대로 하나의 방향성을 표현한다.

하지만 그가 하는 일은 한 가지이다. 영업과 마케팅이다. 잘 하는 일만 집중하자는 뜻이다. 가게를 지키고 손님을 받는 사람은 본인이 아니라 '동업자'이다. 자신의 표현대로라면 전 씨는 3개의 업소에서 '바지 사장'이다.

이러한 스타일은 전 씨가 살아가는 방식을 넘어서 요즘 청년들의 취향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24일 풀무질 은종복 사장에 따르면, 전 씨 등은 오는 6월12일부터 서점을 넘겨받아 명맥을 계속 이어간다. 이전까진 은 사장이 서점을 운영하면서 청년 3명이 업무를 돕는 체제다.

전 씨는 친구 고한준 씨와 함께 '두루미출판사'를 운영하면서 출판사와 연계된 헌책방 개설을 추진하던 중이었다. 이때 풀무질을 운영하시던 은종복 대표가 폐업 위기를 말하며 “풀무질의 정신을 계승할 사람에게 한 푼도 받지 않고 넘기겠다”고 한 기사를 보고 한달음에 찾아갔다. 전혀 안면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출판사 공동 운영자인 고 씨가 뜻을 같이했고, 미디어아트 강의를 하며 시를 쓰는 장경수 씨가 동참했다. 셋이 함께 풀무질을 찾아가 은 대표를 만난 뒤 서점을 넘겨받기로 결정했다.

다음은 전범선 씨와의 전화 인터뷰 내용.


풀무질의 부채는 1억5000만원 정도, 5000만원은 부담하려고 모금 운동 중

Q. 현재 풀무질에 있는 부채는 어떻게 되나?

A. 현재 서점을 운영 중인 은종복 대표 추산에 따르면 부채는 1억 5000만원 정도로 추산된다. 여기서 1억을 은 대표가 해결하고 5000만원을 우리가 메꾸기로 했다. 저희한테는 한 푼도 받을 수 없다는 마음으로 당신이 다 지고 가신다고 말씀하시는데 저희 입장에서는 그것도 도리가 아닌 것 같다.

모금활동을 통해서 우선은 해결하려고 하는데, 물론 5000만원을 모으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럴 경우엔 은 대표도 어쩔 수 없다고 한 상태다. 물론 아직까지 재고파악이나 채무 파악이 세밀하게 안 된 상황이라 짐작만 하고 5000만원을 모으려 하고 있다.


동업자 2명이 책방지기가 되고, 전 씨는 영업과 마케팅 전담

Q. 6월 11일까지 은종복 대표가 운영을 하다가 12일부터 3인방이 운영하게 된다. 역할 분담이 어떻게 되나?

A. 장경수 씨는 3월 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끝나기 때문에 그때부터 일을 배우겠다는 입장이고, 고한준씨는 현재 공익요원 근무 중으로 9월부터 일할 수 있다. 물론 주말에 틈틈이 나와 일을 배우고 논의할 예정이다. 둘이서 책방지기가 되고, 저는 출근은 하지 않고 영업과 홍보를 맡는다.

현재 둘이 일을 돕는다고 해도 인건비를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이다. 인건비를 줄 수 있어야 장경수씨와 고한준 씨를 투입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저도 여러 방면으로 투자처를 알아보고 있다.


해방촌에 문 연 사찰음식 전문점도 동업자 3명

Q. 해방촌에서 사찰음식점 식당운영도 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책방을 직접 운영하게 되면 가게를 정리하나?

A. 전혀 아니다. 제 본업은 음악인이다. 지난해 12월 해방촌에 사찰음식으로 특화된 음식점인 ‘소식’을 열었는데 이것도 동업자 3명이 하고 있다. 여기도 저는 출근하지 않고 영업이나 홍보를 담당하고, 풀무질도 같은 형식이다. 여기나 저기나 바지사장이다.

풀무질을 인수할 때 6년 전부터 알던 사이인 고한준씨 외에 장경수 씨를 수소문해서 찾은 이유도 제가 밖을 돌아다니니 혼자서 책방 운영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장경수 씨는 식당에서 일하고 있는 친구들을 통해 수소문해서 찾았다. 여러모로 겹치게 된다.


풀무질의 미래는 페미니즘 등 사회변화을 위한 담론의 장소

Q. 직접 책방을 운영하게 되면 뭔가 새로운 것도 필요하고, 그 책방만의 정서도 살려야 하고 고민이 많을 것 같다.

A. 정답이 없다. 책방 자체의 내공을 이어가면서 페미니즘이나 동물권 등 사회변혁을 꿈꾸는 청년세대들이 담론을 나누는 장소가 됐음 좋겠다. 그 담론들을 반영해 형성하는 역할을 하고 싶다. 인테리어 같은 것들은 당연히 새롭게 할 것이고, 잘 나가는 독립책방들도 보고 연구할 것이다.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것은 본업이 음악인만큼, 음악쪽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사람들을 가용해 사람이나 콘텐츠 같은 인프라를 풍부하게 하고 싶다. 그 사람들과 함께 여러 모임이나 행사를 기획할 것이다. 아직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패션 브랜드나 독립잡지 콘텐츠도 협업을 논의 중이다.


원가낮은 중고책, 큐레이팅 서비스 통해 수익성 높일 수 있을 듯

Q. 비즈니스모델로 중고책 큐레이팅을 언급했던데

A. 독립책방이나 작은 책방은 신간 도서를 판매할 때 대형서점과 경쟁이 안된다. 같은 값으로 들여왔을 때 대형서점은 10~15% 할인해서 제공되기 때문이다. 은 대표도 지적하는 부분이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중고책 큐레이팅이다. '원하는 주제에 맞춰 헌책방 주인이 책을 추천하자‘는 것이 중고책 큐레이팅 개념이다. 헌책은 1000~2000원 정도이지만 여기에 가치를 더해 판매하는 형식이다. 원가가 낮으니 수익률 자체는 높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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