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충격, 한국사회 채용청탁 '관행' 뒤흔들다
이재영 기자 | 기사작성 : 2019-01-11 14:00   (기사수정: 2019-01-11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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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위 공직자나 주요 고객의 자녀·친인척을 특혜 채용한 혐의로 기소된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이 10일 오전 서울 도봉구 서울북부지법에서 열린 선고공판에 출석하며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광구 전 행장, 10일 1심 선고서 실형 1년 6개월 받고 법정 구속

재판부, ‘채용 청탁’관행을 ‘인지상정(人之常情)’ 아닌 조직적 범죄로 판단

전·현직 은행장 중 채용비리 첫 구속 사례, 한국사회에 만연한 '물밑 관행' 뒤흔들 듯

[뉴스투데이=이재영 기자]

채용비리와 관련해 업무방해 혐의를 받아온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의 법정 구속이 금융권에 충격파를 던지고 있다. 채용비리에 연루된 전·현직 시중 은행장 중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첫 번째 사례가 됐다. 따라서 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함영주 KEB하나은행장과 조용병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재판결과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은 금융권뿐만 아니라 한국사회 전반에 큰 변화를 초래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만연해 온 ‘채용 청탁’관행이 ‘인지상정(人之常情)’이 아니라 조직적 범죄이면서 전형적인 불공정성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서울북부지법 형사9단독 이재희 판사는 지난 10일 1심 선고공판에서 이광구 전행장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하면서 도주우려가 있다고 판단, 그를 법정 구속했다.

이 전 행장은 인사청탁을 받고 금품 수수와 같은 개인적 이득을 취한 바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동양사회에서 중시되는 개인적 관계 혹은 은행의 이익을 위해 채용청탁을 받았다. ‘흙수저 청년’들의 분노를 일으키는 행위였지만, 그동안 ‘인맥’과 ‘인간관계’라는 이름하에 정당화시켜온게 우리 사회 상층부의 고정관념이었다.


■ 유력인사 및 회사 고위임원의 채용청탁을 당연 시 해온 사회통념에 유죄판결


그러나 재판부는 이 같은 인식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전 행장은 지난 2015~2017년 동안 서류전형이나 1차 면접 불합격권이었던 37명의 지원자를 부정합격시켜 우리은행 인사 업무방해 협의로 불구속기소 됐었다.

우선 이재희 판사는 “서류전형과 1차 면접 전형 당시 인사부장이 이광구 은행장에게 합격자 초안과 함께 청탁 대상 지원자들의 합격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추천인 현황표’를 들고 갔는데, 이 표에 이광구가 동그라미를 쳐서 합격과 불합격을 결정했다”면서 “이 전 행장이 합격시킨 채용자는 청탁대상 지원자이거나 행원의 친인척인 경우라서 그 불공정성의 정도가 사회 통념상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밝혔다.

우리은행과의 거래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던 청탁대상이나 행원의 친인척은 채용청탁이 가능하다는 게 우리 사회의 통념이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판결은 그 통념이 용인하기 어려운 ‘부정의(不正義)’라고 규정한 것이다.


■ 인맥의 스펙화 현상과 취준생의 좌절감→ 한국 사회 신뢰도 훼손

이 판사는 흙수저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도 주요한 판결의 근거로 제시했다.

그는 “우리은행은 신입직원의 보수와 안정감을 고려할 때 취업준비생들에게 선망의 직장”이라면서 “그에 걸맞은 사회적 책무를 다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사회 유력자나 고위 임직원을 배경으로 둔 것이 새로운 스펙이 됐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공정성 훼손이 취준생들에게 좌절과 배신감을 줌으로서 우리사회의 신뢰도 훼손했다”는 설명이다.


■ 경제적 이득 유무는 지엽적 사안, 채용비리의 조직성에 주목

이 판사는 공공기관이 아니고 사적 이득을 편취한 바 없다는 피고 측 항변은 유무죄를 다투는데 기준으로 삼지 않았다. 양형에 참작했을 뿐이다. 재판부는 오히려 채용비리의 ‘조직성’에 주목했다.

이 판사는 “이 사건은 은행장인 이광구를 정점으로 인사 당당 임원과 인사부장, 채용 팀장 등 피고들이 수년에 걸쳐 조직적으로 공정한 채용업무를 방해한 사건”이라면서 “단 우리은행 채용절차가 공공기관 등과 구별되는 점이 있고, 경제적 이득을 취했다는 사정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전 행장과 함께 기소된 남 모 전 국내부문장(부행장)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 홍 모 전 인사부장은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직원 2명은 징역 6~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직원 1명은 벌금 500만원이 선고됐다.

채용비리가 조직적으로 진행된 만큼 그 과정을 총괄적으로 지휘한 이 전행장에게만 실형을 내린 것이다.


■ 재계 관계자, “어떤 유력인사도 법정구속 감수해야 하는 채용청탁하지 못할 것”

재계의 한 관계자는 11일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지난해 채용시즌에 퇴직 고위임원으로부터 자제 채용 청탁을 받았으나 사회 분위기의 변화 등을 설명하면서 완곡하게 거절의사를 밝혔다”면서 “당시 청탁했던 분은 섭섭한 마음을 숨기지 않았고, 저 스스로도 미안한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이 전 행장에 대한 판결을 보면서 저 뿐만 아니라 채용 청탁을 했던 분도 많은 생각을 하게 됐을 것”이라면서 “채용 청탁을 받아 준 사람이 그 사실이 발각돼 실형을 살게 된다면 상식적인 사람이라면 자신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아무리 막강해도 상대방을 사지로 몰아넣는 채용 청탁을 하지 못하게 될 것 같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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