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속 직업] 박항서 신드롬의 3가지 철학적 의미
박희정 기자 | 기사작성 : 2018-12-19 15:27   (기사수정: 2018-12-19 1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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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5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스즈키컵 우승한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이 트로피를 높이 들며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항서 신드롬’은 개인의 직업적 성공을 넘어서는 의미 담아 
 
[뉴스투데이=박희정 기자]
 
베트남 국민영웅으로 자리매김한 박항서(59)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은 직업인으로서 중요한 역사를 썼다. 그가 이끈 베트남 축구 대표팀은 지난 15일 스즈키컵에서 우승컵을 차지함으로써 10년만에 동남아시아 최정상을 차지했다. 
 
베트남 국영 VTV1은 박 감독을 올해 베트남을 빛나게 한 최고의 인물로 선정한 것으로 지난 18일 알려지기도 했다. 현지 분위기는 가히 열광적이다.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진을 박항서로 착각한 베트남인이 “그를 사랑한다”고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 떠돌아 다닐 정도이다.  

이러한 열광의 이면에는 3가지 철학적 의미가 담겨있다.  
 

①100세 시대 직업적 전성기의 ‘고령화’ 입증=입문 40년 만에 전성기

 
이러한 박항서 신드롬은 3가지 철학적 의미를 갖는다. 첫째, 100세 시대에 인간의 전성기가 ‘고령화’되고 있음을 입증했다. 박 감독은 스포츠계 입문한지 40년만에 전성기를 맞이했다.
 
박 감독은 1977년 청소년 축구 대표팀으로 축구계에 입문했다. 하지만 선수로서는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박지성이나 차범근처럼 유럽의 프로리그에 스카우트돼 고액연봉을 받으면서 한국인의 환호를 받지는 못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한국 축구대표팀 수석 코치로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도와 ‘한국 4강 신화’를 쓰는데 일조를 했다. 하지만  2002년 8월6일 아시안게임 대표팀 감독으로 선임됐으나 축구협회와의 불화설 속에서 3개월만에 경질됐다. 박 감독은 당시 독일에서 히딩크 감독을 만나  ‘억울함’을 토로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히딩크는 박 감독에게 "다 이해한다"면서 "너는 나의 형제이다"라고 위로했다고 한다.
 
이후 그는 국내 축구지도자로서 소박한 삶을 살았다. 이렇게 박항성의 직업적 삶은 마무리되는 것처럼 보여졌다.
 
그러나 지난 해 10월 베트남 축구대표팀 감독으로 기용되면서 극적인 반전 드라마가 시작된다. 박 감독이 맡은 베트남 대표팀은 각종 대회에서 승승장구했다. 박항서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스포츠계의 스타’로 부상하기 시작한다.
 
“100세 시대에 인생은 60부터”라는 말이 중장년층을 위한 ‘위로’가 아니라 ‘현실’일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해준 것이다. 
 
물론 누구나 나이 먹는다고 전성기가 오지는 않는다. 박항서의 비결은 “지도자는 선수를 탓하지 않는다”은 용인술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박 감독은 과거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지도자로서의 철학을 묻는 질문에 “히딩크 감독이 ‘네가 성인팀 감독이 되면 절대로 선수 만들어 쓸 생각하지 말고 갖고 있는 실력을 극대화해라’고 말했다”고 대답한 적이 있다. 선수가 부족하다고 탓하면서 바꾸려고 하지만 그 장점을 발견해 극대화시키는 것이 지도자의 덕목이라는 것이다.
 

② 불화의 역사로 얼룩졌던 한.베트남 관계, 처음으로 ‘진정한 연대감’ 형성
 
 
둘째, 불화의 역사로 얼룩졌던 한.베트남 관계가 처음으로 진정한 연대감을 형성하고 있다.  그동안 한.베트남 관계는 교역의 급증에도 불구하고 내면적으로는 껄끄러웠다.
 
1970년대 냉전시절에 벌어진 베트남 전쟁에서 한국은 미국의 동맹국으로서 베트남 사회주의 세력(현 정권)를 향해 총구를 겨눴다. 한류 열풍에도 불구하고 베트남인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은 불편할 수밖에 없는 과거사가 존재하고 있는 셈이다.
 
한국인들도 베트남인들에 대해 경제적, 문화적 우월감을 숨기지 않았다. 최근 수년 동안 베트남 여성과의 한국 농촌남성간의 국제결혼이 급증하면서 ‘매매혼’이라는 지적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박항서 매직으로 베트남인들의 ‘친한국 정서’가 터져나오자 한국인들도 놀라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박항서와 한국을 연호하는 베트남인들에게 고맙다”는 게 그 골자이다.
 
베트남은 아시아에서 중국을 잇는 제2위의 교역대국이다. 삼성, 현대차그룹, 롯데그룹 등 국내 주요 대기업들은 중국시장에서 철수해 베트남으로 몰려가고 있는 추세이다. 이처럼 중대한 변화의 시기에 양국 국민간의 ‘애정 표현’은 중국을 견제할만한 아시아내 동맹의 출현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다.
 

③ 후기자본주의 시대에도 새로운 역사를 쓰는 것은 ‘돈’이 아니라 ‘감동’

 
셋째, ‘감동의 힘’을 알려준다. 베트남을 휩쓸고 있는 박항서 신드롬은 이해타산의 결과가 아니다. 대표팀이 아시아 정상을 차지한다고 수입이 늘어나는 베트남인은 거의 없다. 선수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서 최상의 성과를 거둬내는 박 감독의 모습에서 베트남인들은 감동했다.
 
한국이 아무리 많은 돈을 들여도 베트남에서 이런 변화를 이끌어낼 수는 없다.그러한 감동의 물결은 한국인들에게도 전염되고 있는 모습이다.
 
돈이 지배하는 후기 자본주의 시대에도 ‘감동’은 여전히 ‘돈’이 넘볼 수 없는 새로운 역사를 쓸 수 있음이 확인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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