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JOB채](1) 절박한 현대차 노조가 선택해야 할 ‘논제로섬’ 전략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8-12-05 06:33   (기사수정: 2018-12-05 1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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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 광주광역시장 일행이 지난 달 30일 오전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노동조합 사무실을 방문, '광주형 일자리'를 반대하는 하부영 현대차 노조위원장 등 노조 간부들과 면담하고 있다. ⓒ연합뉴스

‘남의 집 잔치’에 재뿌리는 현대차 노조의 분노, 그 본질은?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막강한 현대자동차 노조 소속 블루칼라들은 한국사회에서 ‘귀족 노동자’집단으로 꼽혀왔다. 그들이 화가 났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인 현대차 노조는 4일 긴급 성명을 발표, “현대차와 광주시가 6일 정식으로 ‘광주형 일자리 협약’을 맺으면 총파업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밝혔다.

당장 임금이 깎이거나 해고된 노조원이 생긴 게 아니다. 현대차 울산 공장에서 멀리 떨어진 광주에 1000cc미만 경형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 10만대를 생산하는 공장을 세우기로 했다는 소식에 발끈한 것이다.

반면에 광주시 노동계는 전반적으로 반기는 분위기이다. 지역 노동계로부터 협상 전권을 위임받은 광주시와 현대차는 4일 막판 협상에서 주 44시간 근무조건에 초임 연봉 3500만원 수준으로 소위 ‘광주형 일자리’를 만든다는 내용에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광주시가 590억원, 현대차가 53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공장이 세워지면 직접 고용인원은 1000여명, 하청업체 등 간접고용효과는 1만1000여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파업하겠다고 을러대는 현대차 노조가 ‘남의 집 잔치’에 재뿌리는 성격이상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4차산업혁명이라는 거대한 파도 앞에서 벌어지는 처절한 생존투쟁이 그 본질이다. 현대차 노조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현상이다.


광주형 일자리 반대하며 총파업 외친다면 공멸로 가는 ‘제로섬’ 전략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업이라는 ‘제로섬(zero sum)’전략을 선택한다면 어리석음의 극치이다. 현대차 블루칼라들은 오랜 세월 동안 평균 연봉 9000만원이 넘는 경제적 윤택함을 누려왔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가 신분상승을 하는 만큼 혜택을 공유했다고 보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문제는 현대차 노조가 영원한 에로스나 부가 없다는 진실을 망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흘러간 사랑과 전성기는 가슴 아프지만 잊고 새 삶을 준비해야 한다. 글로벌 자동차 시장에서 현대차는 경차와 같은 저가모델의 경쟁력을 상실했다. 중국, 인도 등 후발국들이 막강한 가성비를 무기로 자국시장부터 점령하고 있다. 현대차가 끼어들 틈은 더욱 비좁아지고 있다.


광주형 일자리 무산시켜도 현대차 고임금 체제 유지될 가능성은 희박

현대차가 올해 받아든 초라한 실적은 위기가 목전에 다가왔음을 생생하게 드러내고 있다. 지난 3분기 실적쇼크를 겪은 현대차 직원 1인의 생산성은 441만으로 계산됐다. 반도체로 승승장구하는 삼성전자의 1인당 생산성은 2억8629만원이다. 현대차가 삼성전자의 65분의 1에 불과하다. 삼성전자는 벌써부터 매출감소를 걱정하지만 현대차 노조는 ‘기득권 고수’에 사활을 걸 태세이다.

그러나 현대차가 새 성장동력을 찾아야 블루칼라들도 생존한다. 그 길은 두 가지이다. 기존 가솔린 모델의 경우는 고급화에 승부를 걸고 동시에 자율주행차, 전기차, 수소차 등과 같은 미래차 시장으로 무게중심을 이동해야 할 처지이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차 노조가 저임금 공장설립을 반대한다고 기존의 ‘고임금 체제’가 유지되지는 않는다.

수년 전 현대차 고위임원을 지낸 한 인사가 “현대차 노조의 강경노선을 해결할 방법은 무엇이냐”는 질문에 “회사가 망하는 게 유일한 해법일 것이다”고 단언하는 걸 들은 적이 있다. 그 인사의 극단적 발언은 이제 현실감 있게 다가오는 느낌이다.

현대차 노조의 요구가 관철될 경우 예상되는 시나리오는 둘 중의 하나이다.경차부터 고급차 공장의 근로자들 모두가 현재의 고임금 체제를 영원히 지속하거나, 수년 내에 가격 경쟁력을 상실한 현대차가 타의에 의해 대규모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경우이다. 어떤 쪽 확률이 높을지 판단하고 전략을 짜는 게 현명한 인간의 생존법이다. 


탐욕은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 죽는 선택

탐욕은 역사의 수레바퀴에 깔려죽기 마련이다. 생존 위기에 직면한 인간이 현실을 인정하지 못한 채 욕심을 부리면 결국 망하는 길로 간다. 1970~80년대 한국경제의 상징이었던 부산의 신발공장과 대구의 섬유산업은 희미한 흔적만 남아있다. 동남아와 인도, 중국등 우리보다 소득이 낮은 국가의 근로자들이 덤벼들면서 가격 경쟁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21세기 화석연료 자동차 시장도 당시와 비슷한 처지이다. 현대차는 그 하층부인 경차의 가격 경쟁력을 이미 상실한 것처럼 보인다. 회사와 노동자가 공존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그게 현대차 노조가 생존을 위해서 선택해야 할 ‘논제로섬(non zero sum)’ 전략이다.


논제로섬 전략의 출발은 광주형 일자리 벤치마킹


현대차 노조가 검토해야 할 논제로섬 전략의 핵심은 두 가지이다. 첫째, 실직 혹은 임금삭감 위험이 당장은 벌어질 가능성이 없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한다. 광주형 일자리는 경차를 생산하지만 “국내 생산하지 않는 모델에 국한시킨다”는 단서를 단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차 노조가 ‘생산 라인의 중복’을 반대이유로 내건 것은 일단 사실왜곡이다.

오히려 광주형 일자리의 생존법을 벤치마킹할 필요가 있다. 광주형 일자리는 기존 자동차 공장보다 임금을 낮추는 대신에 정부가 주택 및 복지시설을 제공하는 플랜이다. 기업과 정부 그리고 노동자가 서로에게 ‘선행’을 베푸는 구조이다.


자동화 격변 속 의사와 변호사들은 ‘파편화된 개인’...현대차 노조는 ‘집단의 힘’ 소유

4차산업혁명이 가져오는 격변은 현대차 블루칼라들에게만 위기가 아니다. 인공지능(AI)과 자동화된 로봇은 단순 업무에 종사하는 의사, 변호사, 회계사, 기자, 교수 등 전문직종의 종사자들도 한순간에 실업자로 전락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 더욱이 전문직의 조직적 결속력은 취약하다. 파편화된 개인들이 맨손의 위기에 직면해 있다.

그 시기를 누구도 특정할 수 없어 더욱 공포스럽다. 산업구조의 혁명적 재편 속에서 자동차 근로자만 두려운 게 아니다. 저술가 유발 하라리는 “2050년 정도가 되면 대부분 인간은 일자리와 ‘무관한 존재(irrelevance)’로 변질될 것”이라고 예견하기도 했다. 실직이 아니라 ‘무관함’이라는 신조어를 통해 전대미문의 고용위기가 도래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그 기술적 격변의 태풍 속에서 현대차 블루칼라들은 행복한 편이다. 거대 노조가 정부를 압박하고, 기업과 협상해서 생존의 질을 높이고 그 기간을 연장할 수 있다. 막판에 가면 울산의 경차 공장들도 광주형 일자리 수준으로 임금을 낮추는 대신에 주택을 제공받아서 중산층의 삶을 유지할 수 있다. 그게 집단의 위력이다. 하지만 변호사나 의사와 같은 개인들은 자동화의 진화가 임계점에 도달하는 순간, 아무런 교섭권도 발휘하지 못한 채 무력하게 거리로 쫓겨나갈 수 있다.


현대차의 젊은 블루칼라들, 막강한 조직력 활용해 미래차 직업교육 요구해야


둘째, 현대차의 젊은 블루칼라들은 미래차 시장의 급속한 발달을 직시하고 새로운 직업교육을 임단협의 핵심 안건으로 상정해야 한다. 정의선 부회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차 경영진은 강성 노조가 무서워 속사정을 털어놓지 못할지도 모른다. 변화의 풍속은 생각보다 빠르다.

미국의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인 제너럴 모터스(GM)가 지난 달 26일(현지시간) 혁신형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것만 봐도 그렇다. 기존 내연기관 차량의 퇴조와 전기차와 자율주행차의 부상에 대비하기 위해 기존 인력 1만여명을 감축한다는 게 그 골자이다.

GM은 가혹한 방식으로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민노총이라는 막강한 배후를 활용해 미래차 생산라인에 투입될 수 있도록 회사를 압박할 수 있다. 차라리 그런 압박은 ‘논제로섬’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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