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행정소송 쟁점]② 에피스는 원래 ‘관계회사’라는 증선위 해석은 타당?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8-11-26 06:02
2,415 views
201811260602N
▲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과 김학수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이 14일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심의 결과를 발표한 후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연합뉴스

삼바사태의 출발점,  2012년의 에피스  지배자는 누구?

삼바 “회사가 단독지배” vs. 증선위 “바이오젠과 공동지배”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의 본질은 “기업의 지배력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느냐”는 물음과 직결된다. ‘기업의 지배력’을 회계기준으로 보면 ‘연결회계’와 ‘지분법’으로 나뉜다. 쉽게 말해 연결회계는 기업이 단독으로 지배하는 ‘종속회사’에 대한 회계처리, 지분법은 다른 기업과 공동으로 지배하는 ‘관계회사’에 대한 회계처리방법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12년 미국 바이오젠과 함께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설립했다. 삼성바이오는 에피스를 당사가 단독지배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에피스를 ‘종속회사(연결회계)’로 처리했다. 바이오젠의 지배력이 커졌다고 판단한 2015년에는 에피스를 ‘관계회사(지분법)’로 전환했다.
 
하지만 지난 1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판단은 달랐다. 미국 바이오젠이 에피스를 처음(2012년)부터 공동지배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삼성바이오는 원래 관계회사인 에피스를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종속회사로 처리하는 ‘오류’를 범했고, 2015년 관계회사로 전환할 때는 그 이전(2012~2014년)부터 소급적용하지 않았으므로 ‘고의 분식회계’라는 논리다.
 
그렇다면 회계상 ‘지배력’을 판단하는 기준은 뭘까? 명확하지 않다. 우리나라가 채택한 국제회계기준(IFRS)은 원칙을 지키는 범위 내에서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을 보장한다. 다만 판단 근거는 누구나 인정할 수 있어야 한다. 결국, 삼성바이오와 금융당국 가운데 어느 ‘판단’이 옳았느냐가 이번 사태의 ‘진실’이 되는 셈이다.
 
 

▲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혐의에 대한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 심의 결과 발표가 예정된 14일 오후 인천시 연수구 삼성바이오로직스 앞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져 있다. ⓒ 연합뉴스

■ 바이오젠의 ‘동의권’은 삼성바이오의 경영권을 압도하나
 
증선위의 판단 근거는 이렇다. 바이오젠은 에피스 설립 당시 ‘동의권’(에피스의 신제품 추가와 판권 매각 등 여부에 대한 권리)과 ‘콜옵션’(나중에 회사가 성장했을 때 일정 지분을 먼저 매입할 수 있는 약속)을 가지고 있었다. 증선위는 이 점을 들어 바이오젠이 설립 당시부터 에피스에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었다고 봤다. 따라서 에피스는 처음부터 ‘관계회사’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바이오젠의 ‘동의권’과 ‘콜옵션’이 2012부터 2014년 사이 에피스에 대한 ‘실질적인 지배력’으로서 작동했는가에 대해서는 적지 않은 의문이 제기된다. 회계업계에서도 증선위가 이 대목에서 ‘과잉 해석’을 했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우선 삼성바이오는 에피스 설립 당시 지분 85%를 가지고 있었다. 이사회 구성도 삼성 측 4명(대표이사 지명권 포함), 바이오젠 측 1명으로 구성됐다. 바이오젠 역시 에피스에 대한 지배력은 삼성바이오가 행사하고 있다고 매년 공시해 왔다. 증선위가 강조하는 ‘동의권’이 이러한 지분율과 이사회 의결권을 압도할 정도의 ‘지배권’이었다고 보기는 쉽지 않다.
 
삼성바이오 측은 이에 대해 “동의권은 경영 의사결정을 위한 ‘경영권’이 아니라, 통상 합작계약서에서 자주 요구되는 ‘방어권’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시장을 공유 중인 바이오젠과 에피스가 서로의 시장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해 제품 개발·판매에 대한 권리를 공유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 2012~2014년 ‘행사하지 않은 콜옵션’이 실질적인 지배력?
 
2012년 당시의 ‘콜옵션’은 더더욱 ‘지배력’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회계업계의 중론이다. 바이오젠은 에피스에 “설립 일부터 만 6년째 되는 시점의 다음 분기 말 또는 ‘순이익’이 처음 발생하는 연도 말부터 90일 안”에 콜옵션을 행사하겠다고 합의했다. 이는 명확히 에피스의 성장성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지배력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의사표시와 같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증선위가 기업 간 계약의 의미조차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한 바이오업계 관계자는 “바이오젠은 당시 기술력으로 보나 시장성으로 보나 ‘갑’인 상황이었고, 따라서 회사(에피스)가 성장하기 전까진 책임지지 않겠으니 콜옵션을 달라고 요구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콜옵션 합작은 후발주자가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업계에서 비일비재하다”면서 “그런데 이걸 전부 지분법(관계회사)으로 봐야 하면 국내 기업은 합작사를 만들 때 아예 경영권을 가지지 말라고 하는 소리나 마찬가지다”고 지적했다.
 
실제로도 바이오젠은 지난 6월 29일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콜옵션을 행사했다. 삼성바이오는 2015년 말에 에피스를 관계회사 전환한 이유에 대해 “2015년 하반기 에피스 개발제품이 판매허가를 받기 시작하면서 기업가치가 증가했다. 회계상으로도 콜옵션 가치가 기초자산의 시장가격보다 낮아진 상태(깊은 내가격)임을 회계법인을 통해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 금융위 관계자, “검찰 수사 중이므로 구체적인 답변 어려워”
 
참여연대 측, “삼바의 자율 판단 인정…‘지분법’ 처리했어야”

 
이에 대해 금융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콜옵션을 행사하기 전이라도 충분히 ‘지배력’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 언제든지 콜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지, 콜옵션 효과는 어떠한지 등 제반 사항을 고려한 판단”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하기 전인 2012년부터 콜옵션 상 지배력이 있었다고 증선위가 판단한 근거는 무엇이냐”는 질문에 “검찰 수사 중인 상황으로 구체적인 내용을 다 밝히기 어렵다”고 답했다.
 
삼성바이오의 고의 분식회계 혐의를 적극적으로 주장해 온 참여연대 측도 명확한 대답은 하지 못했다. 김경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 소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삼성바이오가 처음에 에피스를 연결회계(종속회사)로 처리한 것은 기업의 자율적인 판단 영역이라는 생각이 든다”면서도 “에피스 설립 당시 바이오젠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러 조건이 계약서상 명시되어 있었으므로 관계회사로 처리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김 소장은 “다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삼성바이오가 최소한 처음부터 연결회계(종속회사)로 갔으면 계속 연결회계로, 지분법(관계회사)으로 갔으면 계속 지분법으로 갔어야 한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