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바이오로직스 행정소송 쟁점]① 증선위는 ‘결론’ 말고 ‘논리’도 번복했다
권하영 기자 | 기사작성 : 2018-11-22 06:07
2,811 views
201811220607N
▲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김용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브리핑룸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처리의 중과실로 매매거래가 정지된다고 발표하고 있는 모습 ⓒ 연합뉴스

삼바 사태의 팩트와 양극단을 오갔던 증선위의 분식회계 판정 ‘잣대’
 
[뉴스투데이=권하영 기자] 논란의 삼성바이오로직스 사태는 지난 14일 금융당국에 의해 ‘고의적 분식회계’로 판정됐다. 하지만 이러한 결론을 낸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의 ‘논리’는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만만치 않다.
 
상당수 전문가들도 “자세한 내용은 알기 어렵다”는 고백을 할 정도다. 이는 14일 증선위의 판정논리가 당초 분식회계 관련 재감리를 주장하면서 펼쳤던 논리와 ‘정반대’ 지점에 있는 기준을 동원했기 때문이다.
 
증선위 논리를 정확하게 이해하려면 우선 사실관계부터 파악해야 한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성바이오’)는 2012년 미국의 바이오젠과 합작해 삼성바이오에피스(이하 ‘에피스’)를 설립했다. 바이오젠은 지분에 참여하지 않는 대신 ‘콜옵션’을 받았다. 콜옵션은 나중에 회사가 성장했을 때 일정 지분을 먼저 매입할 수 있는 약속을 말한다.
 
삼성바이오는 2012년~2014년에 에피스를 회계상 ‘종속회사(단독지배)’로 규정했다. 2015년에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보유 사실을 공시하고, 에피스를 ‘관계회사(공동지배)’로 전환했다. 단독으로 지배하던 에피스를 이때부터 바이오젠과 공동지배하게 됐다는 뜻이다. 회계상으로는 ‘연결회계’에서 ‘지분법’으로 회계처리가 바뀌었다고 표현된다. 여기까지가 명확한 ‘사실’이다.
 
 
■ 참여연대 주장과 일치하는 증선위의 14일 결정 논리 =바이오젠의 콜옵션은 2012년부터 ‘실질적 권리’
 
이제 증선위의 논리를 살펴보자. 증선위는 삼성바이오가 2015년 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는 과정에서 고의 분식회계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2015년이 아닌 처음(2012년)부터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2015년 이전(2012~2014년)에도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소급적용’ 해 회계장부를 전부 정정해야 한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 2012~2013년은 에피스 설립 초기이므로 ‘과실’을 인정했고, 2014년에는 바이오젠의 콜옵션 조건이 공시되었는데도 관계회사로 바꾸지 않았으므로 ‘중과실’로 판단했다. 2015년에는 에피스를 관계회사로 전환했지만 소급적용을 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고의 분식회계’라는 결론이다.
 
증선위가 밝힌 논리의 근거는 2가지다. 첫째, 에피스 설립 당시 삼성바이오와 바이오젠의 합작계약서를 보면, 바이오젠이 에피스 신제품 추가 및 판권 매각에 대한 ‘동의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다. 증선위는 이 점을 들어 바이오젠이 에피스 설립 당시부터 이미 ‘공동지배권’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석했다.
 
둘째, 증선위는 바이오젠이 가진 ‘콜옵션’에 대해 “경제적 실질이 결여되거나 행사에 장애요소가 있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지배력 결정 시 고려해야 하는 실질적인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한 마디로 바이오젠이 콜옵션 권리를 가지고 있으므로, 에피스를 공동지배하고 있다고 봐야 한다는 뜻이다.
 
이러한 논리는 삼성바이오의 분식회계 혐의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온 시민단체 참여연대의 주장을 고스란히 이어받은 것이기도 하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증선위 결론이 나오기 이틀 전인 12일 발표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관련 제3차 Q&A’에서 같은 논리로 “삼성바이오는 에피스를 2012년부터 관계회사로 분류하는 것이 타당했으므로 소급하여 장부를 수정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증선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 고의분식회계 결론을 내린 다음날인 11월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연합인포맥스 전광판 ⓒ 연합뉴스

 
■ 증선위의 초기 논리=2015년에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은 ‘불분명’
 
그러나 이러한 증선위의 논리는 ‘자가당착적 오류’이다. 그간 자신들이 지적했던 바와 정면으로 배치되기 때문이다.
 
지난 7월 증선위가 금융감독원에 삼성바이오 재감리를 권고하면서 대두된 쟁점은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가능성이었다. 2015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 여부가 불분명한 상황임에도 에피스의 회계기준을 관계사로 변경한 것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 것이다.
 
참여연대 역시 작년만 해도 같은 논리를 펼쳤다. 당시 참여연대는 바이오젠의 2016년 연차보고서를 들어, “바이오젠이 보유한 콜옵션의 가치를 삼성바이오는 1조8000억 원으로 평가했지만, 바이오젠은 ‘0원’으로 평가했다”며 삼성바이오가 콜옵션 가치를 과대평가해 에피스의 기업가치를 고의적으로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증선위와 참여연대의 ‘초기 논리’대로라면, 삼성바이오가 관계사 전환을 한 2015년뿐만 아니라 그 이전(2012~2014년)에도 바이오젠의 콜옵션 행사가 불확실한 상황이었다. 즉, 이 시기부터 에피스를 바이오젠과 공동지배하는 관계회사로 규정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는 말이다.
 
결국 증선위와 참여연대의 ‘초기 논리’는 “에피스는 설립 당시부터 관계회사였으므로, 이를 소급적용하지 않은 2015년 회계처리는 고의 분식회계다”라는 증선위의 지난 14일 결론과 정면으로 대치된다. 증선위가 단지 ‘결론’을 번복한 게 아니라 ‘논리적 기준’도 번복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증선위의 이러한 드라마틱한 분식회계 기준 변경은 바이오젠이 지난 6월 29일 만기일을 하루 앞두고 콜옵션을 행사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했는데, 2015년 말에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불투명하다고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 증선위가 주목한 바이오젠의 ‘동의권’은 실질적 지배인가?

회계업계, “동의권을 지배력으로 보는 건 무리한 해석”
 
남은 것은 바이오젠의 합작계약서상 ‘동의권’ 논란이지만, 삼성바이오는 이에 대해 ‘회계 해석의 차이’라고 선을 그었다.
 
삼성바이오는 지난 20일 홈페이지에 FAQ 형식으로 공개한 입장표명에서 “‘동의권’이란 경영 의사결정을 위한 ‘경영권’을 뜻하는 게 아니다”라며 “이는 합작사인 에피스가 바이오젠의 경쟁제품을 출시 및 판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요구한 ‘방어권’에 해당한다”고 반박했다. 따라서 2012년 설립 당시에는 관계회사가 아닌 종속회사로 처리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이다.
 
상식적으로 봐도, 지분과 무관한 계약서상의 동의권을 ‘경영권’ 혹은 ‘지배력’으로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회계업계의 중론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합작계약서에서 많이 나타나는 게 동의권”이라며 “바이오젠은 오리지널 의약품 개발사이고 에피스는 시밀러(복제품) 개발사로 같은 시장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 후발주자인 에피스가 유사상품을 개발할 경우 경쟁력에서 밀린다는 점을 감안한 보호조치로 이해할 수 있다”고 해석했다. 이 관계자는 “동시에 바이오젠의 시장경쟁력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메일보내기
보내는분
보내는분 이메일
받는분 이메일
내용
 
주요기업 채용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