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산비리 프레임 진단] ③ 방산업체 옥죄는 감사원과 검찰의 비리 프레임
김한경 방산/사이버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8-11-20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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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8일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이 주최한 ‘건전한 방위산업 생태계 조성과 육성을 위한 대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개최됐다.
프레임은 심리학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창’을 의미한다. ‘프레임’의 저자인 최인철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어떤 프레임이 활성화되면 그 프레임은 특정한 방향으로 세상을 보도록 우리의 마음을 준비시킨다”고 말한다. 따라서 세상을 어떤 프레임으로 접근하느냐에 따라 얻어내는 결과물은 결정적으로 달라진다. 이제 방위산업도 비리 프레임에서 벗어나 새로운 변화를 추구해야 할 때가 도래했다. 이에 ‘방산비리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길을 모색해 보는 기획 시리즈를 시작한다. <편집자 주>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 “서초동 로펌을 감사원이 먹여 살려”

[뉴스투데이=김한경 방산/사이버 전문기자] 지난달 8일 안규백 국회 국방위원장 주최로 ‘건전한 방위산업 생태계 조성과 육성을 위한 대토론회’가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렸다. 지정토론자로 나선 김영수 국방권익연구소장은 “서초동 로펌을 감사원이 먹여 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오랫동안 방산비리 수사과정을 면밀히 지켜보며 연구한 사람이다. 해군 소령이던 2009년 ‘PD수첩’에 출연해 군 내부 비리를 폭로한 후 전역해 한 때 국민권익위원회 조사관으로도 활동했고, 방산비리를 다룬 영화 ‘일급기밀’의 실제 모델이기도 하다.

김영수 소장은 금년 1월 모 매체와 인터뷰에서 “방산비리합동수사단은 상당히 잘못된 수사를 했고, 비리도 상당 부분 사실이 아니어서 과도하게 정치적인 수사“라고 말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그는 ”방산비리 수사의 피해자는 많은데 가해자가 없다“고 주장했다. 무죄율이 3%에 불과한 일반 형사사건에 비해 무죄율이 50%나 되는 방산비리 사건에서 가해자는 누구일까?

이를 알려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통영함 사건이다. 2014년 4월 세월호 사고가 일어났고, 당시 투입 준비 지시를 받았던 해군 구조함인 ‘통영함’이 현장에 출동하지 못하면서 통영함의 음파탐지기 납품 비리 의혹이 제기됐다. 감사원은 감사를 실시했고,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이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 시절 업무를 태만히 한 책임이 있다”는 감사 결과를 그 해 12월 국방장관에게 통보했다.


통영함 비리로 옷 벗은 황기철 해군참모총장은 ‘무죄’ 확정

도의적 책임을 느낀 황 총장은 2차례의 사의 표명 끝에 2015년 2월 전역 조치됐고, 본격적인 검찰 수사가 시작됐다. 하지만 황 전 총장은 1심과 2심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받았고, 2016년 9월 대법원은 무죄를 확정했다. 그는 2017년 5월 ‘주간동아’와 인터뷰에서 “감사원 감사부터 잘못되었고, 감사 과정에서 이미 ‘오로지 총장이 목표’라는 얘기가 나돌았다”고 말했다.

2017년 1월 정부는 황 전 총장에게 보국훈장을 수여했으나, 37년 동안 쌓아온 명예를 무너뜨려놓고 훈장으로 ‘퉁 치려’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그가 구금돼 있었던 기간은 199일에 달했고, 재판부가 형사보상 책임으로 결정한 금액은 5,216만원이었다. 그 사이 옥바라지와 5억 원이 넘는 변호사 비용을 마련하느라 집안은 풍비박산이 났다고 한다.

황 전 총장 사례를 보면 가해자가 누구인지 드러난다. 하지만 성과를 내기 위해 무리한 감사와 수사를 했던 당사자들은 대부분 승진했다. 특히 검찰의 경우 무죄율이 과도히 높게 나옴에도 수사 결과에 대해 책임지는 검사는 하나도 없다. 3심까지 재판을 거쳐 무죄를 받은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구속되거나 기소되진 않았지만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받은 많은 사람들이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의 변호사 비용을 감당해야 했다.


검찰은 10억 뇌물 수수를 사업비 규모인 1조원 비리로 부풀려

이와 같이 방산비리 수사에서 억울한 사람은 한 둘이 아니다. 사업 일정을 맞추기 위해 창의적 아이디어를 내서 당시 잘했다고 평가받은 일이 어느 날 비리로 둔갑했고, 전역 후 현직 시절 담당했던 업무와 유관한 회사에 취업했다는 이유만으로 피의자가 되기도 했다. 이번 비리 수사가 과거와 다른 점은 사업 추진 간 판단하고 결정한 일도 수사대상이 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검찰은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비리 금액을 횡령액 기준이 아니라 사업비 규모로 발표했다. 예를 들어 1조원 규모의 사업에서 담당자가 뇌물 10억 원을 받았다면 비리 금액이 1조원이란 식이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방산 비리의 규모를 크게 부풀린 셈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은 아직도 ‘군인들이 무기를 산다며 1조원 가까운 돈을 해 먹었다’고 생각하는 비리 프레임이 만들어졌다.

방산비리 수사의 여파로 방위사업청의 감시·감독 인원은 상당수 증가했다. 국회 국방위원인 김중로 바른미래당 의원이 방위사업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방사청 조직에 감사관실 48명, 방위사업감독관실 68명 등 총 116명이 포진해 있다. 여기에 감사원·검찰·국방부(감사관실) 파견인력과 군사안보지원사·헌병조사본부 등 외부 인력도 187명에 달했다.


국내 업체보다 해외무기 도입 비리 수사에 집중해 큰 도둑 잡아야

김영수 소장은 “비리 관련 분야 공무원 숫자가 늘어나면 성과를 내기 위해서라도 비리를 만든다”고 말한다. 그는 또 “대부분의 비리가 해외무기 도입에서 발생하나 감사나 수사기관은 시간이 오래 걸리고 조사도 어려우니 단기간에 성과내기 좋은 국내 방산업체를 겨냥한다”면서 “해외도입 과정의 진짜 비리를 밝히는데 주력해 큰 도둑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방위산업학회가 발주한 ‘방위산업 비리 연구’에 참여했던 서영득 변호사는 “방산비리 수사에 공감하지 않는 업계 종사자들이 대단히 많은데도 해결방안은 제대로 찾지 않고 감사와 수사만 한다”면서 “개인적 비리는 단호히 처벌해야 하나, 기존 제도와 관청의 업무방식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비리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황 전 총장 사례에서 보듯이 나라를 위해 정당하게 일한 것이 오해를 받고, 스스로 무죄를 증명하지 못하면 죄인이 되는 상황이다. 당시에 죄를 짓고 있다고 생각했다면 차후를 대비해 어떤 준비라도 했겠지만 그러지 않았으니 무죄를 증명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다. 결국 기록을 정확히 확인하고 함께 근무했던 동료들의 증언에 기대야 한다. 하지만 현직을 떠난 사람은 이 두 가지가 모두 어려워 평생 쌓아온 것을 희생해야 겨우 무죄를 받을 수 있다.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의 향후 역할 기대돼

이런 상황을 보면서 지금 현직에서 일하는 군인·공무원들은 어떤 심정일까? 더구나 감사원 사무총장 출신이 최초로 방위사업청장에 보직된 상태다. 왕정홍 청장은 취임사에서 “열심히 일하는 과정에서 사소한 잘못은 면책이 되도록 방어하겠다”고 말했다. 또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는 “경직된 제도를 유연하게 개선해 비리 개입 여지를 최소화하겠다”는 취지의 발언도 했다. 하지만 방위사업의 전문성이 부족한 그가 과연 어떻게 실현할지 주목된다.

방위사업청 실무자들은 제도나 법규의 문제 때문에 방산업체가 처한 상황을 이해하면서도 훗날 자신이 감사나 수사의 대상이 되지 않으려면 업체의 입장을 고려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지금 방위사업 분야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사업 진행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의 해결책을 강구하고, 고위 정책결정자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지원할 주체이다.

일부 방산 전문가들은 “위원회 같은 별도 조직이든 외부 인재를 영입해 권한을 부여하든 전문적 식견과 경험을 가진 주체가 기존의 법규로 해결하지 못하는 사안들을 합리적으로 판단해 사업이 제대로 추진되도록 의사결정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래야 실무자들이 감사나 수사를 걱정하지 않고 소신껏 업무를 수행할 수 있고, 국내 방위산업도 궁극적으로 비리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얘기다.

결국 최종 의사결정은 방위사업청장 같은 직위에 있는 고위 정책결정자의 몫이다. 이 자리는 제 때에 의사결정을 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감당하라고 마련된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 화려한 수사만 늘어놓고 정작 필요한 결정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제 더 이상 그런 무책임한 모습은 없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국내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 결연한 의지로 행동에 앞장서는 왕정홍 청장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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