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희의 심호흡]참여연대가 사살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미래가치
이태희 편집국장 | 기사작성 : 2018-11-19 19:03   (기사수정: 2018-11-20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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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로봇이 사살중인 인간 일자리, 비판하는 자와 노는 자만 전성기 구가

[뉴스투데이=이태희 편집국장]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은 1996년에 출간한 ‘노동의 종말’에서 21세기가 되면 현존하는 직업의 99.5%는 소멸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인공지능(AI)과 로봇이 주도하는 자동화로 인해 산업현장에서 인간이 불필요해진다는 이야기다.

산업혁명으로 사라진 일자리 공백은 더 많은 새로운 일자리가 채웠지만, 자동화의 쓰나미는 상응하는 규모로 새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는 묵시론적 예언이었다. 그 예언은 적중하고 있다. AI는 기계적인 자료분석 업무에 종사하는 변호사, 회계사, 의사 등의 전문직 종사자들도 거리로 내쫓아낼 기세이다.

그렇다면 인류에게 정녕 희망은 없는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리프킨은 시민단체(NGO)가 직업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기업과 정부가 자동화로 대체되면서 고용이 급감하지만 창의적 비판능력이 요구되는 시민단체 고용은 증가한다는 관측이다.

또 다른 미래학자 랄프 옌센은 ‘드림 소사이어티’에서 낙관론을 폈다. 연예오락과 같은 감성산업이 미래의 고용창출 주역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자동화로 시간이 많아진 인간들이 즐기는 일에 집중함에 따라 관련 산업이 급팽창한다는 시나리오이다. 

결국 AI와 로봇이 인간 일자리를 사살하고 있고, ‘비판하는 자’와 ‘노는 자’만 전성기를 구가한다는 얘기이다.


리프킨과 옌센의 예측은 적중, 시민단체와 연예계 종사자의 권력은 급속도로 성장


이러한 두 미래학자의 예상은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사회만 해도 시민단체와 연예계 종사자의 활약이 눈부시다. 참여연대와 같은 시민단체는 21세기에 들어서면서 급성장했다. 그 사회적 권력도 막강하다. 참여연대가 ‘비윤리적 기업’으로 찍으면 단단히 각오를 해야 한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각계 요직에 발탁되는 경우도 많다. 한국에서 가장 빠른 출세 길은 시민단체에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연예인의 권력도 절정에 오르고 있다. 초중고등학교의 동아리 중 최대 경쟁률은 신문반이나 방송반이 아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댄스동아리가 됐다. 대형연예기획사의 아이돌 그룹 오디션은 수천대 일의 경쟁률을 기록한다. 과거엔 ‘딴따라’라는 불쾌한 닉네임을 피하기 어려웠던 연예인들도 이제 30년쯤 구력이 쌓이면 어디가나 선생님 소리를 듣는다. 한국인들은 이제 명문대학 대학총장의 이름을 모른다.

하지만 사회적 이슈에 대해 유명연예인이 무심코 던진 한마디에 여론은 요동친다. 교수, 언론인등과 같은 전통적 지식인은 대중의 무관심 속에 내팽개 쳐지고, 김제동이나 김미화 같은 ‘의식화된’ 연예인들이 사회적 의제를 좌지우지한다. 전문성과 지식의 무게에 비해 과도해 보이는 정치사회적 권력을 연예인들은 향유중이다. 


정의를 독점한 참여연대, ‘무오류(無誤謬) 신화’에서 깨어나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산업의 격변에 따라 한 사회의 권력지도가 바뀌는 것은 필연적이다. 단 권력에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특히 국가의 밥그릇이 걸린 경제 이슈를 선도하고 있는 시민단체의 경우 더욱 그렇다.


참여연대는 우리 사회에서 ‘정의’를 독점하고 있는 집단이다. 정치, 경제, 교육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비리와 부패를 적발해 응징하고 있다.

그러나 인류역사를 통해 독점 권력은 항상 심각한 자기모순에 봉착하는 현상을 드러냈다. 자신의 정의로움을 입증하기 위해 타자에게 갈수록 엄격한 잣대를 적용한다. 반면에 정의를 대변한다는 생각에 빠져 스스로에 대해서는 관대함의 늪에 빠지기 쉽다. 소위 ‘무오류(無誤謬) 신화’이다. 자신이 제기한 대의명분의 선명함에 도취돼 타자가 고통 받고 국익이 중대하게 침해되는 자가당착이 발생해도 눈을 감아버린다.

국가와 기업에 맞서 시민의 권리를 신장시키기 위해 출범한 참여연대는 태생적으로 이 같은 ‘정의 독점’의 착각에 빠지기 쉬운 본성을 안고 있다. 참여연대가 수년 동안 집요하게 문제제기해 상장폐지 심사대에 오른 삼성바이오로직스(이하 ‘삼바’) 사태에 그런 위험이 발견되고 있다.


삼바의 상장폐지, 참여연대에겐 ‘정의’ 실현

국가적 차원에선 ‘미래 밥그릇’ 깨기

금융위 산하 증권선물거래위원회는 지난 14일 삼바의 ‘고의적인 분식회계’ 혐의를 결정했다. 참여연대가 승리를 거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인은 무엇을 얻는 건가?

참여연대는 정의를 구현했다고 자축하겠지만, 국가적 차원에서는 ‘미래를 위한 밥그릇’을 깨는 중이다. 삼바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대표적인 미래먹거리 산업의 중심축으로 설립해 집중적으로 투자해온 기업이다. 100세 시대의 인간들의 욕망을 정 조준한 것이다. 하루에 알약 한 알을 복용함으로써 건강하고 아름다운 노년을 가꿀 수 있도록 하는 게 바이오산업의 최종 목표지점이다.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기업(CMO)인 삼바는 이 같은 인류의 꿈이 현실화될 경우 세계 최대의 생산공장으로 자리잡게 된다. 그게 바로 삼바의 ‘미래가치’이다.

2000년에 인간 DNA지도의 해석이 유럽연합(EU)에 의해 공개된 이래 급속하게 발전해온 유전공학은 이 같은 ‘삼바의 꿈’을 빠른 속도로 현실화시키고 있다. 더욱이 삼바가 세계 1,2위 CMO인 독일 베링거인겔하임과 스위스 론자를 조만간 추월할 것이라는 게 글로벌 시장의 전망이었다. 

물론 참여연대 주장처럼 삼바의 가치가 커질수록 이 부회장이 대주주였던 제일모직의 가치가 상승하는 것은 맞다.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사후에 정당화하는 측면도 뚜렷하게 존재한다.


삼바 상장폐지된다면, 국가와 시민단체가 손잡고 ‘국민 미래’ 사살한 전대미문의 사건


참여연대가 주장한 삼바 가치는 3조원, 폭락한 시총은 7배인 22조원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정부와 대표적인 시민단체가 나란히 손잡고 삼바가 실제로는 ‘부풀려진 기업’이라고 규정해 상장폐지시키는 데 성공한다면 세계사적으로 전대미문의 사건이 될 것이다. 정의를 대변하는 대표적 기관인 국가와 시민단체가 협력해 국민의 미래를 사살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참여연대 측도 삼바의 ‘무가치성’을 입증하는 데 화력을 집중해왔다. 참여연대와 공조중인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은 “삼정과 안진회계법인이 삼바의 가치를 자체평가 금액인 3조원보다 5조원이나 많은 8조원으로 한 것은 엉터리 자료”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평가는 전혀 다르다. 지난 해 24조5472억원이었던 삼바의 시총은 지난 14일 기준으로 22조1322억원이다. 분식회계 논란 등으로 9.84%인 2조4140억원이 감소했지만 참여연대와 박 의원이 주장하는 실제 가치 3조원보다는 7배 이상 높은 수치이다.

삼바가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는 참여연대식의 ‘정의론’은 외국자본과 국내 기관투자자 그리고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행태를 설명할 길이 없다. 삼바 투자자들은 우롱당한 바보들일 뿐이다.


‘소버린의 악몽’을 겪었던 참여연대, 그 정의가 가는 길을 점검해야

참여연대는 ‘정의 독점론’의 환상을 깨야한다 자신의 판단과 행위가 ‘해악’일 수도 있다는 현실에 눈을 떠야 한다. 모나코 소재 헤지펀드 소버린은 지난 2003년 최태원 회장이 구속된 상태에서 ‘투명 경영’을 기치로 내걸고 SK주식 14.99%를 매입했다. 참여연대와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당시 고려대 교수)은 소버린의 편에 서서 공격수를 자처했다. 최 회장은 부도덕한 경영인으로 낙인 찍혔고 상당수 국민들도 그 공격대열에 동참했다.

결과는 참담했다. 소버린은 투명경영에 관심이 없었고 ‘수익성’만 노렸다. SK가 경영권 방어를 위해 주식매집 경쟁에 나섬에 따라 2005년 SK 주가가 정점에 도달하자 보유 주식 전량을 매각했다. 1769억원을 투자해, 배당금과 환차익을 포함하면 8000여억원의 이익을 올렸다. 명백한 ‘국부 유출’이었다. 참여연대의 정의 실현 플랜은 결국 ‘먹튀’ 전문가인 헤지펀드의 제물이 돼버린 셈이다.

참여연대는 삼바를 기점으로 삼은 이재용 공격이 누구를 위한 정의인가를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삼바가 상장폐지되면 기존 강자인 베링거인겔하임과 론자 그리고 경쟁자를 제거한 중국 정부는 미소 지을 것이다. 삼성전자의 주주가치 제고를 외치면서 현찰(배당금)을 챙기고 있는 엘리엇은 삼바 사태로 이 부회장의 ‘도덕성’이 흔들리면 박장대소하리라. 그걸 빌미로 더 많은 현찰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애플이나 중국의 화웨이의 최고경영자도 느긋하게 소파에 몸을 묻고 적장의 고통을 감상할 법도 하다. 그 많은 희생을 무릅쓰고 한국인이 무엇을 얻을 수 있는지 참여연대 측에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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