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투분석] ‘한국형 화웨이’ 탄생할 수도 있었다
김한경 방산/사이버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8-11-09 11:07   (기사수정: 2018-11-12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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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광둥성 선전시에 자리 잡은 화웨이 본사 전경. ⓒ 연합뉴스

세계적으로 의심 받는 화웨이 장비 ‘보안’ 논란으로 배척 분위기

[뉴스투데이=김한경 방산/사이버 전문기자]

국가 기간통신망을 담당하는 KT가 농협 전용망에  화웨이 장비를 공급하려다가 보안 우려에 대한 여론이 비등하자 5G 장비 공급업체를 삼성전자, 에릭슨, 노키아 등으로 바꿨다.

지난 9월 가장 먼저 5G 장비 공급업체를 발표한 SK텔레콤도 화웨이 장비를 배제한데다, 이번에 KT도 같은 결정을 내려서 정말 다행스럽다. 하지만 KT와 SK텔레콤이 향후 화웨이 장비를 사용할 가능성은 아직 남아있다. 5G 상용화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화웨이 장비가 다시 거론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웨이는 중국 정부가 국가 차원에서 지원하는 기업이고, 중국은 미국을 위시한 전 세계 주요 국가들과 사이버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이번 논란에서 보듯이 화웨이는 영국, 호주 등 여러나라에서 ‘보안’과 관련한 의심을 받아 배척되는 분위기다.


■ 화이트해커 출신 전문가, 국가 중요 통신망은 국산 제품 사용이 제일 안전

화웨이는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사실 무근’이라며 강력히 반박한다. 그러나 기자가 9일 만난 국내 다수의 전문가들은 ‘보안 위험’에 무게를 뒀다.

네트워크 전문가들은 “네트워크 교환기인 라우터나 전송장비는 모든 데이터 패킷이 지나가는 통로여서 개발자만 아는 백도어를 설치하면 누구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즉 중국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데이터를 가져갈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 화이트해커 출신의 한 보안 전문가는 “라우터나 전송장비 모두 해킹을 당할 수 있으므로 가장 좋은 방법은 한국의 기술력을 키워 적어도 국가의 중요 통신망은 국산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제일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한국형 라우터, 개발에 성공했지만 정부의 무관심 속에 기술력 묻혀

한때 우리나라도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한국형 라우터 개발을 추진했다. 2004년부터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주축이 되어 미국업체로부터 핵심기술을 이전받아 2009년 국내업체가 개발에 성공했다. 이 라우터는 지금도 국방부와 일부 정부기관의 통신망에서 운용되고 있다.

이 당시 중국처럼 정부가 앞장서서 계속 지원을 했더라면 지금쯤 한국형 ‘화웨이’ 같은 네트워크 장비 업체가 탄생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사업을 관장하던 정보통신부를 폐지했고, 그 후 국가의 관심과 지원은 사라졌다.

개발 당시 세계적 수준의 라우터였지만 정권이 바뀐 후 정부기관부터 사용하지 않아 결국 장비개발 업체는 거의 도산한 상황이고 기술력도 함께 묻히고 있다. 이와 같은 현실은 국가가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중국과 비교할 때 너무나도 안타깝다는 지적이 많다.

네트워크 장비는 단순히 비즈니스 차원에서만 볼 수 없는 분야이다. 미국 국가안보국(NSA) 직원이었던 ‘스노든’이 폭로했듯이 이 장비들을 통해 컴퓨터 네트워크를 통과하는 모든 데이터 패킷을 개발자는 얼마든지 훔쳐볼 수 있기 때문이다.


사이버안보 차원에서 정부가 기술력 가진 국내업체 지원에 앞장서야

따라서 사이버보안 전문가들은 “국방망, 국가기간망 등에 사용되는 네트워크 장비들은 사이버안보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고, 국가가 능력을 길러 스스로 개발해야 한다”면서 “이것이 어려우면 우방국 장비라도 써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 와중에 SK텔레콤과 삼성전자는 5G 단독규격(SA) 기반 교환기 핵심 기술과 프로토타입 장비 개발에 성공했다고 8일 밝혔다.​ 이번에 개발한 5G SA 교환기는 무선기지국과 인터넷망 사이에서 데이터 전송을 처리하는 역할을 한다.

한 네트워크 전문가는 “SK텔레콤과 삼성전자의 무선 전송기술과 과거에 개발했던 한국형 라우터 기술 등 국내 기술력이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유기적으로 결합되면 한국에 맞는 네트워크 생태계 조성이 가능해 외국 장비에 의존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한다.

이제라도 정부가 적극 나서서 국가의 모든 기술력을 집약한 ‘기술개발 연합체’를 만들고 사이버안보를 강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그것만이 인터넷으로 모든 것이 연결되는 미래사회에서 중국에 종속되지 않고 한국의 안보를 지키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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