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록의 고산후로] 용호상박(龍虎相搏)
차석록 경제산업국장 | 기사작성 : 2018-11-19 10:45   (기사수정: 2018-11-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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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투데이=차석록 경제산업국장] 중국 춘추전국시대에 조조와 마초는 패권을 놓고 격돌했다. 마초는 관우,장비 등과 함께 촉한의 오호장군(五虎將軍)으로 불릴 정도로 용맹한 장수다. 초기에는 조조가 궁지에 몰렸으나 결국 조조의 계략에 말려들어 마초가 패한다.
 
이들은 서로 한치의 양보없이 승부를 예단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이때 나온 말이 용호상박(龍虎相搏)이다. 용은 잔꾀가 많은 조조다. 호랑이는 마초 장군에 비유한다. 용과 호랑이가 싸우는 것처럼 실력이 팽팽했다.
 
시선 이백(李白)의 시 고풍(古風)에도 용호상박이란 표현이 나온다. 진(秦)나라의 통일에 이르기까지 약육강식의 정복 전쟁이 전개된 춘추전국시대를 묘사했다. “용과 범이 서로를 물고 뜯으며, 전쟁이 광포한 진나라에 이르렀도다(龍虎相啖食, 兵戈逮狂秦)”라고 한 구절이다.
 
세계사적으로 보면 이처럼 용호상박의 라이벌이 적지 않았다. 유럽의 독일과 프랑스가 그러했고, 가까이는 냉전시대 미소 두나라다. 냉전’이라는 표현은 국제연합원자력위원회 미국대표로 활약했던 버나드 바루크가 1947년에 트루먼 독트린에 관한 논쟁 중 이 말을 사용했다.
 
미국과 소련은 군사적으로도 그러했지만, 기술개발경쟁에서도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다. 세계 2차대전이후 우주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미·소 가운데 누가 먼저 우주에 인공위성을 쏠 것인가가 온 세계 관심사였다. 두 초강대국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였다.
 
1957년 10월 4일. 소련이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 1호를 발사했다. 모두의 예상을 뒤엎고 소련이 먼저 우주에 인공위성을 쐈다. 미국은 큰 충격에 빠졌다. 소련에게 한방 먹은 미국은 선두를 빼앗기 위해 1958년 지금의 미국 우주 항공국 나사(NASA)를 창립했다. 마침내 1969년 7월 20일 세계 최초로 달에 착륙한 아폴로 11호와 함께 닐 암스트롱이 달 표면을 걸으며 명예를 회복했다.
 
1989년 12월, 미국의 경제봉쇄조치를 받아온 소련은 정상 회담을 통해 “냉전이 끝났다”고 선언했다. 미국은 소련에 대한 봉쇄 정책을 종결짓겠다고 밝혔다. 소련은 핵무기 감축에 동의했다. 냉전체제의 종식이다.
 
냉전 종식이후 30년동안 미국의 독주체제는 이어지고 아무도 이나라를 견제할 수 없는 세계최강의 국가가 되었다. 미국은 역사가 200년이 조금 넘은 나라다. 풍부한 자원과 다양한 이민자들의 개척정신이 시너지를 내면서 세계최고의 기술강국이 되었다. 특히 20세기 들어 열린 두번의 세계대전은 미국의 산업을 비약적으로 발전시켰다.
 
그러나 소련의 자리를 중국이 대신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중반 이후 중국은 제조업에 집중하면서 세계의 생산기지가 됐다. 중국은 작은거인 등소평이 흑묘백묘론인 실용주의노선으로 초강대국의 기틀을 마련했다.
 
중국은 꿈을 꾸고 있다. 중국몽이다. 중국 공산당 창당 100주년이 되는 2021년까지 샤오캉 시대를 여는 한편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까지 미국을 제치고 세계최강국이 되는 것이다.중국은 ‘중국제조 2025’를 통해 로봇, 항공 등 첨단 분야 기술굴기를 선언했다. 이를 그냥 볼 미국이 아니다.
 
트럼프는 중국의 싹을 자르기 위해 관세폭탄을 투하했다. 첨단기술업체의 중국 인수합병(M&A)를 차단했다. 미·중 무역전쟁이다. 갈등의 시작이다. 신냉전시대다.
 
중국은 초반 자존심 때문에 맞불을 폈으나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지난 1일 시진핑 주석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미·중 무역전쟁 해결 뜻을 보였다.
 
사실상 항복선언이다. 중국은 G2가 아닌 미국이 G1임을 확인했다. 그러자 자존심이 상했는지 5일 시주석은 40조달러의 수입을 밝히면서 “중국 경제는 연못이 아니라 큰 바다이며 비바람이 연못을 뒤엎을 수는 있어도 큰 바다는 결코 뒤엎을 수 없다”고 트럼프를 겨냥했다.
 
APEC정상회의가 21개국 정상들이 참가한 가운데 지난 17일부터 이틀간 파푸아뉴기니에서 열렸다. APEC은 지난 1993년부터 매년 공동성명을 채택해왔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공동성명을 채택하지 못했다.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과 시진핑 중국 주석이 설전을 주고받으며 충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그안을 들여다보면 미중무역전쟁이다. 파푸아뉴기니의 피터 오닐 총리는 폐막 기자회견에서 공동성명에 채택에 동의하지 않은 회원국을 묻는 질문에 "이 방에는 두 명의 거인이 있다"고 답했다.
 
고래 싸움에 새우등 터진다는 말처럼 미중 두거인의 싸움으로 속터지는건 대한민국이라는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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