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읽는 경제] 판빙빙 사건이후 중국정부 대변인으로 바뀐 알리바바 마윈
이진설 경제전문기자 | 기사작성 : 2018-10-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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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세계무역기구) 포럼에 참석한 마윈 알리바바 회장(가운데). ⓒ알리바바그룹 트위터

판빙빙 사건 이후 친미기업인 이미지 벗고 트럼프 향해 날선 비판

(뉴스투데이=이진설 경제전문기자) 그룹 창립 20주년이 되는 내년 9월 모든 공식적인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혀 정치적 음모론에 휩싸인 알리바바 그룹 창업자 마윈 회장이 중국정부의 충실한 대변인 역할을 자처하고 나서 그 배경에 궁금증이 더해지고 있다.

마윈 회장은 평소 민간기업과 정부의 관계에 대해 “사랑은 하되, 결혼은 안된다”며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옳다는 소신을 밝혀온 터여서 그의 갑작스런 태도변화에 어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미국의 무역전쟁 비난하며 중국정부 입장 적극 대변= 마윈 회장은 10일(현지시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가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개최한 컨퍼런스에 화상으로 등장해 “미국의 냉전시도는 중국 부흥을 무효화하려는 시도”라고 미국을 비난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1903년 만들어진 홍콩의 대표적인 영자지로 중국정부를 향한 날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으나 2015년 12월 알리바바 그룹에 인수된후 비판의 강도가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아온 매체다.

마윈 회장이 그룹 소유 매체가 주최하는 컨퍼런스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이상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중국정부와 궤를 같이 하며 미국을 드러내놓고 비판했다는 점에서 평소 마윈과는 많이 다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더욱이 마윈 회장은 2017년 1월 당시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미국에 1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약속할 정도로 중국 내 대표적인 친미 기업인으로 소문난 인물이다.

그런 마윈 회장이 최근 공식석상에 잇달아 미국을 겨냥한 날선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앞서 마윈 회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WTO(세계무역기구) 포럼에 토론 참여자로 참가해 “세계화하지 않으면 죽음 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전쟁을 간접적으로 비난한 바 있다.

당시만 해도 마윈 회장은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는 대신 서로 협력해야 한다며 화해를 촉구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이번 쿠알라룸푸르 컨퍼런스에서는 “미중 무역전쟁에서 결국 중국보다 미국이 더 고통을 받게 될 것”이라며 더 센 경고를 날렸다. 이는 중국정부가 그동안 트럼프 정부의 관세폭탄에 맞서 일관되게 강변해온 주장이기도 하다.

▶미국 내 100만개 일자리 창출 약속도 뒤집어= 마윈 회장은 2017년 트럼프 대통령에게 했던 5년간 미국내에서 100만개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도 헌신짝처럼 버렸다.

마윈 회장은 지난달 20일 관영 신화통신과의 인터뷰에서 “(100만개 일자리 창출) 약속은 두나라 간 친밀한 파트너십과 합리적인 무역관계를 전제로 했던 것”이라며 포기를 선언한 배경을 설명했다.



▲ 마윈 회장(오른쪽)이 지난해 1월 미국을 방문해 대통령 당선인 신분이었던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고 있다. ⓒ트위터

그의 태도 변화에는 알리바바 그룹이 금융 자회사인 마이진푸를 앞세워 세계 최대 송금업체인 미국 머니그램을 인수하려던 시도가 트럼프 정부의 반대로 무산된 것도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트럼프 정부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머니그램이 알리바바 그룹에 인수되는 것에 제동을 걸었고 마이진푸는 결국 올해 1월 머니그램 인수를 공식 포기했다.

하지만 마윈 회장의 갑작스런 태도변화를 중국 내 정치적 압력 때문으로 해석하는 게 더 타당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가 10일 대만 자유시보 인터넷판을 인용 보도한 바에 따르면 마윈의 사퇴발표 이면에는 시진핑 국가주석의 오른팔인 왕치산 부주석이 마윈에게 알리바바 주식을 내놓으라는 요구가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주장은 중국정부의 탄압을 피해 미국으로 도피한 부동산재벌 궈원구이 전 베이징 정취안 홀딩스 회장이 한 것인데, 궈원구이는 이전부터 중국정부가 마윈 회장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궈원구이는 “중국에서 개인이 너무 많은 돈을 벌면 기다리는 것은 죽음과 망명뿐이며 제3의 길은 없다”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중국 후룬(胡潤)연구원이 10일 발표한 ‘2018년 중국 부호 순위’에 따르면 마윈 회장 일가는 2700억위안(약 44조2000억원)으로 중국 부자 1위를 기록했다.

중국 내 최고부자에 오른 마윈 회장이 판빙빙 사건을 계기로 생명의 위협을 느끼고 1년뒤 사퇴 예고라는 기상천외한 방식의 은퇴선언을 한 것도 모자라 정국정부 입장을 적극 대변하기 시작한 것은 생존을 위한 처절한 몸부림일지 모른다는 해석이다.


[이진설 경제전문기자 midnightrun3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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