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일본에선](200) 사표 수리 거부하는 기업들 때문에 퇴직대행업까지 등장
김효진 통신원 | 기사작성 : 2018-10-02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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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방적 퇴직거부로 사측과 트러블을 겪는 직장인들이 늘어나고 있다. Ⓒ일러스트야

인력난 때문에 퇴직 거부하는 기업에 퇴직스트레스 급증

(뉴스투데이/도쿄=김효진 통신원) 이직을 하고 싶지만 현재 회사가 퇴직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발생하는 퇴직트러블이 일본 전역에서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인력부족에 고심하는 기업입장에서는 기존 사원들마저 연이어 퇴직할 경우를 우려한 대응이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의견이다.

한 예로 수도권에 위치한 대형 상사에서 퇴직하고자 했던 영업사원 A씨(25세, 여성)는 사측으로부터 집요하게 붙들리며 마음고생을 해야 했다. 여성이 활약할 수 있는 새로운 직장을 원해 HR회사에 새롭게 내정까지 받았지만 정작 기존 회사의 상사는 ‘절대 관두게 놔두지 않겠다’며 면담신청조차 거부하고 사표도 수리하지 않은 채 2주 넘게 A씨를 방치했다.

이직예정인 기업으로부터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현재 처지도 곤란해지면서 어쩔 수 없이 고충해결부서에 신고하고서야 겨우 퇴직수속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미 이직회사의 입사예정일을 한 달이나 넘긴 상태였다.

사측이 사표를 수리해주지 않거나 온갖 핑계를 대며 직원을 놓아주지 않는 퇴직트러블로 인해 전국의 노동청을 찾은 직장인의 상담건수는 2017년 기준 3만 8954건. 사측의 불합리한 해고로 인해 노동청에 접수된 해고트러블보다 17% 많은 건수였다.

리먼 쇼크가 있었던 2009년에는 해고트러블 건수가 퇴직트러블보다 무려 4.1배 많았지만 2016년에는 이 숫자가 처음으로 역전되었고 작년에는 그 격차를 더욱 벌린 모양새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러한 변화가 두드러진 곳은 지방 도시들이었다. 작년 기준으로 도쿄나 후쿠오카와 같은 노동인구가 많은 대도시를 제외한 41곳의 도(道)와 현(県)에서 퇴직트러블이 해고트러블을 앞질렀다. 기업규모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서 퇴직트러블이 빈번이 발생했다.


계속되는 퇴직트러블에 퇴직대행 회사까지 등장

사측이 퇴직하겠다는 직원을 붙잡아두려는 배경은 두말할 것 없이 인력부족 탓이지만 지방의 경우에는 경영자의 파워가 강하다는 사정까지 있다. 전국에서도 특히 퇴직트러블이 많은 나가사키 노동청의 관계자는 ‘특히나 인재가 부족한 지방 도시들이지만 고압적인 경영자의 의견에 저항할 수 있는 사람도 많지 않다’고 말한다.

하지만 패전 이후에 새롭게 만들어진 일본 노동기준법 5조에 의하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강제로 노동자의 의견에 반하여 근무시킬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10년 이하의 징역에 처해질 수 있다.

민법 627조에서는 기간을 정하지 않은 무기노동계약으로 일하는 사람이 퇴직을 신청할 경우 2주 내에 퇴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어느 법에서도 기업 측이 퇴직 자체를 부정할 권한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현실에서 이러한 법률이 지켜지지 않으면서 결국 퇴직대행 비즈니스가 등장했다. 강압적인 퇴직거부를 우려한 직장인들로부터 의뢰를 받아 대신 사표를 제출하고 퇴직절차를 밟아주는 비용은 우리 돈 50만원 전후.

도쿄 신주쿠에 위치한 퇴직대행회사 EXIT의 경우 작년 5월 설립된 이래 벌써 1000여명에 이르는 퇴직의뢰를 받아 처리했다고 한다. 가장 많은 고객층은 20대 초반의 남성 직장인.

한편 이직전문사이트를 운영하는 엔 재팬(エン・ジャパン)이 올해 봄에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퇴직신청을 낸 직원을 대상으로 승진이나 임금상승과 같은 카운터오퍼를 제시한 기업은 65%에 이르렀다. 하지만 이 중 60%의 기업들이 카운터오퍼 성공룔이 ‘20% 이하’였다고 답하면서 더 나은 조건으로도 직원들의 퇴사를 막을 수 없었음을 인정했다.

생산연령인구의 감소로 인해 새로운 인재를 확보하지 못하고 기존 직원들의 퇴사도 막지 못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일본기업들 사이에 만연하기 시작하면서 일본사회 전체에 더 큰 위기감이 번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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