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봉작 프리뷰 - 볼까? 말까?] 안시성 (2018 / 한국 / 김광식)
황숙희 기자 | 기사작성 : 2018-09-21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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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안시성' 포스터

20만 명 당군에 맞선 안시성 5000명 군사의 처절한 전투

숨가뿐 전개속 웅장한 전투 '눈길'

(뉴스투데이=클라렌스 영화칼럼니스트)


>>>시놉시스

645년 삼국시대. 동북아의 최강자였던 고구려는 남쪽으로는 신라에게 한강을 뺏기고, 서북쪽으로는 당나라에게 압박을 당하는 어려운 처지에 놓여있다. 왕권이 크게 약화된 상태에서 연개소문(유오성)이 쿠데타를 일으켜 행정과 군사를 총괄하는 ‘대막리지’ 권좌에 스스로 올라서고, 당 태종 이세민(박성웅) 역시 쿠데타로 찬탈한 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주변국들을 무차별적으로 침략하고 있는 상황.

파죽지세로 쳐들어오는 당 태종에게 요동지역의 고구려 성들은 속절없이 무너지고, 작은 규모의 안시성이 다음 순서를 기다린다. 안시성의 성주 양만춘(조인성)은 연개소문에 반기를 든 유일한 존재였기 때문에 후방의 지원조차 받지 못하는 암울한 상황이지만, 5000명의 군사로 20만 명의 당군에 맞서 끈질기게 견뎌낸다.


▲ 영화 '안시성' 스틸컷


>>>승리의 역사를 기록하다

영화는 시대적 배경을 아주 간소한 나레이션으로 대체하고 곧바로 웅장한 전투 속으로 몸을 던진다. 헐리웃 영화에서나 볼 수 있던 로봇 암과 스포츠 중계에 많이 쓰이는 스카이 워커 등을 적극 사용한 화면들은 친절한 설명으로 인물들의 심상을 전달하는 대신, 쉼 없이 움직이는 캐릭터들을 빠르고 직관적으로 느끼게 한다.

그만큼 이야기는 단순해지고 등장인물들 역시 정해진 역할 딱 그 정도를 완수하면 가차없이 사라지지만, (액션 없는 첩보물을 목표로 했던 <공작>의 정반대 편에서) <안시성>은 4~5회 거듭되는 전투 장면 각각이 앞 시퀀스의 한계를 극복해나가는 방식으로 일종의 몸의 향연, 액션의 업그레이드를 밟아 나간다.

이것은 추석명절 특선영화의 유희적 관람 목적에 정확히 부합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영화 본래의 매력 – 인간의 움직임과 그것을 좇는 카메라, 반대로 상황 설정과 대사는 최소화하는 방식에 의도적으로 가까워지려는 노력이다. 한국 대작영화 특유의 통속성을 보이는 몹쓸 장면들이 순간순간 작품의 격을 깎아 내리긴 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오랜만에 보는 영화의 ‘맛’을 잘 구현한 작품이다.


▲ 영화 '안시성' 스틸컷


>>>볼까, 말까?

<내 깡패 같은 애인>(2010)을 통해 오랜만에 눈에 띄는 신인감독으로 등장한 김광식 감독은 이미 오래 전 곽경택 감독의 데뷔작이었던 <억수탕>(1997)의 각본에 참여하고,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2002)에서는 조감독을 맡기도 했던 만만치 않은 경력의 소유자다. <안시성>은 완성도에 비해 흥행이 저조했던 <찌라시:위험한 소문>(2013)에 이은 그의 세 번째 장편 연출작.

현재 한국영화 감독군 중 손에 꼽힐 만큼의 시나리오 완성도와 연출력을 겸비한 그의 필모가 저 예산 청춘 영화(?)로부터 시작되어 평균 예산의 범죄물을 거쳐 200억이 넘는 시대극으로 옮겨가는 순서는 꽤나 빠른 속도로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동시대 청춘의 이야기를 느와르에 절묘하게 섞고 (또 배반했던) 영리한 데뷔작만큼이나 1500년 전의 이야기를 현대적인 스타일로 만들어낸 이번 작품을 보고 있자면, 그가 시스템 안에서 조금 더 자기 색깔을 드러낼 힘을 가질 다음 작품이 벌써 궁금해진다. 시나리오에 기댔던(?) 연출의 축을 조금씩 영상의 언어로 옮겨가는 과정 또한 흥미롭게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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