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의 미래]④ 쌍용차 사태 교훈, ‘위기공감’의 드라마
이안나 기자 | 기사작성 : 2018-10-04 0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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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산업은 전후방 파급효과 및 고용창출 효과가 가장 큰 분야이다. 현대차가 대표하는 국내자동차산업의 종사자수는 전체 제조업 고용의 9.1%를 차지할 정도이다. 따라서 현대차가 노사관계의 불안정성, 중국 및 인도 자동차 브랜드 도전 등을 효과적으로 극복하고 미래차시장의 선두주자로 발전하는 것은 개별기업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 한국경제와 고용시장에 직결된 중대과제이다. 이에 뉴스투데이는 정확한 위기 인식 및 공감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효과적인 응전이라는 3가지 관점에서 ‘현대차의 미래’에 대해 분석한다. <편집자 주>  


쌍용차 사태 및 부활에 담긴 3가지 교훈 주목해야

(뉴스투데이=이안나 기자) 지난 2009년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벼랑 끝에 몰렸던 쌍용차의 부활 스토리에는 현대차 노사가 꼽씹어봐야할 '교훈'들이 담겨있다.  

과거에 극심한 노사 갈등으로 몸살을 앓았던 쌍용차는 이제는 자동차 업계 최고의 노사 화합을 자랑하는 사업장으로 탈바꿈했다. 매년 진행되는 임단협도 9년 연속 무분규 타결했고, 최근 쌍용차 노사는 내년 상반기까지 2009년 해고됐던 119명을 전원 복직시키기로 합의했다.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의 인기를 앞세워 지난해 9년만에 흑자전환한 쌍용차는 이후 대형 SUV인 G4 렉스턴과 픽업트럭 모델인 렉스턴 스포츠가 잇따라 성공하면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 언제나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라이벌 기업이 획기적인 제품을 출시해 시장을 흔들거나, 경기 침체로 판매 실적이 나빠지면 기업은 생존 기반이 흔들린다. 쌍용차 역시 본래 1970~80년대에 10대 재벌에 속할 정도의 대기업이었지만 경영상의 어려움으로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극심한 노사 갈등의 와중에서 수십명이 목숨을 잃는 비극적 사태까지 벌어졌다.  
 
쌍용차가 이처럼 위기에 빠지고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노사관계 및 경영전략과 관련한 3 가지 교훈을 발견할 수 있다.


● 첫째 교훈=롱테일 전략의 부재(The absence of long tail strategy)가 만든 위기

현대차 노사, 미래차 시장 겨냥한 생산라인 다각화 추진해야
 
1970~80년대 재벌기업에 속했던 쌍용그룹은 1997년의 IMF 구제금융사건 사태 이후, 쌍용그룹의 핵심 계열사 중 하나였던 쌍용자동차가 위기에 처하고, 1998년 대우가 쌍용그룹을 인수했지만 대우그룹마저 몰락하면서 쌍용차는 1999년부터 기업 회생절차인 재무구조 개선작업에 들어갔다.
 
물론 그 사이 쌍용차의 노력도 있었다. 대형차 체어맨과 스포츠유틸리티차량 코란도가 인기를 이어갔다. 2003년에 3조4173억원의 매출과 2890여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2001년 이후 3년째 흑자행진을 이어갔다. 하지만 한계에 봉착했다. SUV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도가 높아지며 시장이 커지자 현대자동차의 싼타페 등 코란도에 필적할만한 경쟁사들의 신차모델이 등장한 것이다. 

쌍용차는 코란도 이외에 고급승용차인 체어맨 시리즈를 출시해 '회장님 차'로 명성을 떨치기도 했으나 현대차가 제네시스와 에쿠스를 출시하며 체어맨은 점차 경쟁력이 떨어졌고 2017년 '단종'을 발표했다.

이처럼 사업다각화가 되어 있지 않고 코란도라는 히트 상품에 의존했던 쌍용차는 결국 위기에 봉착하게 된다. ‘롱테일 전략의 부재’가 쌍용차의 위기를 키운 것이다. 롱테일 법칙은 판매량에서 하위 80%를 차지하는 다수 상품들이 상위 20%의 히트 상품보다 더 많은 매출을 창출하게 해준다는 경영이론이다. 따라서 기업은 다수의 평범한 상품들로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구축해 놓은 상태에서 소수의 히트상품을 개발하는 롱테일 전략을 구사해야 '영속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현대차의 경우 다양한 브랜드의 자동차로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은 미래차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 전기차, 수소차 등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 등의 생산 라인을 강화해나가지 않으면 순식간에 벼랑끝으로 내몰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회사는 전통적인 가솔린 및 경유차 뿐만 아니라 미래차 시장을 겨냥한 롱테일 전략을 구사해야 하고, 노조는 기득권을 고수하기보다는 유연한 태도로 생산라인의 변화에 적응해나가야 공생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둘째 교훈= 브랜드 가치 하락이 부채질한 위기 심화

현대차 노사, 경제적 갈등 접고 ‘브랜드 중화주의’에 공동 대응해야 

소비자들은 차량을 구매할 때 중요하게 여기는 핵심 요인은 브랜드 가치이다.  코란도는 SUV 경쟁모델이 증가하면서 상대적으로 브랜드 가치가 하락했다. 

더욱이 기업 회생절차 과정을 겪게 된 쌍용차의 불편한 모습들은 소비자들이 회피할만 동기를 부여했다. 변양균·신정아 사건에서 불거진 쌍용그룹 비자금 조성 의혹과 관련 김석원 전 쌍용그룹 회장이 위장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소식도 전해졌다. 수렁 속에 빠진 상태에서 쌍용차의 ‘브랜드 가치’는 지속적으로 하락한 것이다.   
 
결정적인 국면은 쌍용차가 상하이차에게 매각된 후 벌어졌다. 2004년 진행된 쌍용차에 대한 첫 인수의향서 모집에 GM과 르노 등 글로벌 완성차 업체와 중국의 란싱그룹, 상하이차 등 8개 업체가 몰렸다. 가장 높은 금액을 써낸 란싱그룹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지만 란싱 측이 이후 협상과정에서 인수가격을 깎자고 나서면서 협상이 무산됐다. 결국 재입찰에 뛰어든 상하이차가 5900억원에 쌍용차를 인수하는 것으로 결정됐다. 

이후에도 문제는 심화됐다. 상하이차는 매각 당시 약속했던 쌍용차에 대한 투자를 전혀 진행하지 않고 오히려 쌍용차의 ‘기술 유출’을 감행했다.
 
이에 따라 상하이차에 인수된 후 쌍용차는 판매 부진과 부실경영이 심화됐다. 상하이차마저 철수하면서 다시 파산 직전에까지 몰리게 된다. 노동자 2646명에 대한 대규모 정리해고안이 나오게 된 직접적인 원인을 상하이차가 제공한 셈이다.
 
한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당시 상하이차는 판매량 증대와 차종 라인업 확대를 위해 SUV차량 기술 확보에 혈안이 돼 있다는 소문이 파다했다”며 “기술 유출과 향후 ‘먹튀’까지 예상 가능한 상황임에도 매각 되는 걸 보고 놀랐다”고 말했다.
 
딜로이트 컨설팅에 따르면 위기대응 과정에서 ‘직접적인 피해 복구에만 과도하게 집중해 위기관리의 전략적 방향성을 제시하지 못하는 행위’는 치명적인 오류로 꼽힌다.  
 
즉 쌍용차가 당장 어려워진 쌍용차의 재무구조 개선이 급하다는 이유로 ‘먹튀’가능성이 이미 팽배했던 상하이차로 매각을 한 것이 결정적인 실수였다. 자동차산업 특성상 중요도가 높은 기술이 쉽게 유출된 상황은 기업 가치의 폭락으로 이어진다. 소비자들에게 신뢰를 잃을 수밖에 없었다. 

이처럼 쌍용차는 브랜드 가치를 제고하기는 커녕 기존의 가치마저도 지켜내지 못함으로써 소멸 직전까지 내몰리게 된다.  


▲ 자료=브랜드 파이낸스 ‘2018 글로벌 자동차 및 타이어 100대 브랜드’ / 그래픽=뉴스투데이

현대차도 중국에서 급격한 브랜드 가치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
 
영국 브랜드 영국의 브랜드 평가 컨설팅업체인 ‘브랜드파이낸스(Brand Finance)’가 최근 발표한 ‘2018 글로벌 자동차 및 타이어 100대 브랜드’ 명단에 따르면 한국 완성차는 지난해 대비 순위가 모두 하락했지만 중국 주요 자동차 기업의 브랜드 가치는 급상승했다.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는 전년(9조7000억 원)보다 17% 증가한 11조3000억 원으로 조사됐다. 다만 상대적으로 경쟁사의 가치 상승이 두드러져 등급은 AA+에서 AA등급으로 하향 조정됐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중국에서 고전하는 사이 중국 기업이 무섭게 브랜드 가치를 끌어올리고 있다. 부족한 기술력은 거대 자본을 앞세워 선진 브랜드를 인수하면서 확보 중이다. 이제 자동차 산업의 라이벌은 일본이 아닌 중국차가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브랜드 중화주의’가 대두되는 현 시점에서 현대차의 브랜드 가치 제고(accelerating of the brand value) 전략이 절실한 과제라는 것이다. 노사가 과거처럼 경제적 이해관계로 갈등을 거듭할 경우,중국차라는 새로운 경쟁자가 부상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가치 하락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 

브랜드 중화주의에 대한 강력한 대응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이야기이다.


셋째 교훈=진정한 파트너(honestly business partner) 모색이 위기 극복의 핵심

현대차 노조, 현대차 오너와 경영진의 열정과 능력을 평가해야 장기적 이익 얻어 

상하이차 사태는 진정한 해결책의 방향을 역설적으로 시사해준다. 폐업 위기에 처한 기업에게 핵심은 '진정한 파트너십'에 있다. 함께 회생해나갈 진정한 파트너를 찾기 위해서는 소소한 조건을 무시해야 한다. 즉, 인수 금액이나 고용조건의 승계만 따지다간 정작 인수자의 진짜 의도가 무엇인지는 간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기업 혹은 개인을 영입하는 것이다. 회사가 망한 상태에선 노조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회사가 구조조정의 규모를 줄이는 것 등은 의미가 없다.

쌍용차가 부활의 행보를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상하이차 사태 이후 인도의 마힌드라 그룹이라는 진정성을 가진 파트너를 만났기 때문이다. 노동자는 진정한 파트너와 함께 자기희생적 결단을 해야 한다. 

노조는 몇십억, 몇백억 인수조건의 유불리를 따지지 말고 인수자의 진정한 비즈니스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 진정성을 먼저 체크하는 선구안을 가져야 한다. 

물론 노조는 자신의 경제적 이익을 회사로부터 쟁취해야 하는게 숙명이다. 하지만 쌍용차의 부활은 경영자가 비즈니스 와 회사 성장에 대한 '진정한 열정'을 가지고 있는지 체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쌍용차가 ‘소멸’ 직전까지 갔다가 다시 살아난 것은 이 같은 진정성을 가진 구매자를 찾았기 때문이다. 쌍용차는 2011년 초 인도계 다국적 자동차 기업 마힌드라그룹 소유가 된 후 파완 쿠마 고엔카 마힌드라 앤 마힌드라(M&M) 대표이사의 이사회 의장 집권 8년차를 맞고 있다.
 
국내 측 인사인 최종식 대표이사 사장도 4년째 단일 대표이사 자리를 유지 중이다. 최 사장은 마힌드라 체제 쌍용차의 2대 대표이사이자, 초대 대표이사 이유일 전 사장의 전략적 영입 인사로 꼽힌다. 2010년 이유일 사장의 러브콜을 받고 부사장급으로 쌍용차에 입사해 쌍용차의 어려운 시절을 함께하다 2015년 정기주주총회에서 2년 임기로 대표이사 사장에 올랐고, 지난해 재선임 됐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최근 전원 복직할 수 있었던 것도 회사가 다시 살아나 돌아갈 곳이 있었기 때문이다. 쌍용차 해고자들이 아무리 여론의 지지를 받는다 해도 회사가 망했다면 돌아갈 곳이 없다.

현대차 노조도 장기적 공생전략을 추구함에 있어서 임단협 조건못지 않게 현대차의 오너와 경영진의 성장에 대한 열정을 평가하는 것이 현명한 태도라는 게 업계 안팎의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2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4차산업혁명이 진전됨에 따라 글로벌 자동차 시장은 미래차 시장으로 재편될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하다"면서 "이 같은 격변의 시기에 현대차 노조는 과격한 임단협 투쟁을 벌이는 대신에 새로운 성장에 대한 오너와 경영진의 열정과 능력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정몽구 회장,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 등을 필두로한 경영진이 미래에 대한 비전과  그 비전을 실천할 액션플랜을 제시하는 지에 대한 치열한 고민이 현대차 근로자들의 장기적 이익을 보장해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안나 기자 leean@news2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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